세계 최고 동상 ‘Statue Of Unity’ 이야기
주중에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살다가 주말이 되어 아무도 없는 집에 있다 보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함을 느낀다. 매번 이렇게 주말을 보내는 것보다 어디든 밖으로 돌아다니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딜 가야 하나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아메다바드 공항에 입국할 때 보았던 어떤 아저씨(?)의 큰 동상 사진이 갑자기 생각났다. 공항에서부터 크게 광고할 정도면 유명하겠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서운 얼굴이기도 했고 무언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사진이라 기억에 남았는데, 생각난 김에 주말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떠나기 전 최소한의 검색은 필요할 거 같아서 스마트폰을 뒤져보았다.이내 내가 가려는 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동상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더 궁금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동상이 여기 있다고? 구자라트에?’
구자라트 아메다바드에서 198Km, 차로는 약 4시간 거리에 위치한 Kevadia라는 곳에 세계 최고 높이의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정말 드물 것이다. 나도 그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마도 브라질의 그리스도상이나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을텐데 말이다.
다른 나라의 동상은 보통 현실 세계의 인물이 아닌 예수나 불상, 신 등이 대부분인데 이 세계 최고 높이의 동상은 인도 초대 부총리이자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인 인도 통일의 아버지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이다.
이쯤 되니 도대체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여기서 지내면서 사르다르 발바브바이 파텔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많은 거 같았다. 인도 수도인 뉴델리의 공항 이름이 인도 총리를 지낸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인것 처럼 이곳 아메다바드 국제공항 이름은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 국제공항이다. 그리고 구자라트는 파텔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성촌(?)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우리 직원들 중에도 파텔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엄청 많다.
‘도대체 누구길래 공항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을까?’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메다바드 시내에 여기저기 그의크고 작은 홍보물이나 동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라브바이 파텔은 1875년 구자라트주의 작은 마을인 Navidad라는 곳에서 태어난 매우 성공한 변호사였다. 영국 식민지 시절 간디의 매우 강력한 정치적 동료였으며, 영국 식민지 해방 후 인도 통일에 매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우리는 보통 간디가 인도를 대표하고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알고 있지만 적어도 이곳 구자라트에서는 발라브바이 파텔이 훨씬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심지어 간디도 구자라트 태생인데도 말이다. 구자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라브바이 파텔에 대해 꼭 공부해야 할 정도이다.
발라브바이 파텔은 영국 식민지가 끝난 후 인도 지역에 562개의 소규모 번왕국을 (당시 왕국체제로 유지된 지역이 많았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인도로 편입해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무력이 필요할 때는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번왕국들을 흡수시켰다. 이때 강철 사나이, Iron Man이라는 칭호도 얻게 된다. 그로 인해 인도는 여러 왕국이 모여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헌신으로 발라브바이 파텔은 인도 통합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2013년 10월 3일 당시 구자라트 주총리인 나렌드라 모디 (이후 모디는 인도의 현재 총리가 된다.)는 그의 10주년 주총리 엮임을 기념하며 "Statue of Unity, 통일의 상"이름으로 사르다르 파텔의 동상을 세울 계획을 언론에 발표한다. 이후 구자라트 주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일반 시민들의 기부가 더해졌다.
공사는 인도 최고의 건설 엔지니어링 업체인 L&T가 맡았으며 순수 건설 기간만 40개월, 총금액 3.7억 불이 소요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2018년 10월 31일 사르다르 파텔의 143번째 생일을 맞이하여일반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직접 가본 Statue of Unity (이하, SoU)는 정말 규모가 엄청났다. 미세먼지 때문에 그 감동이 반감되었지만, 가히 세계 최고 규모의 동상이라 할만했다.
182미터의 동상을 바로 앞에서 본다는 것과 Namrana River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 또한 장관이었다. 1층 내부에는 박물관과 사르다르 파텔에 대한 전시관 등이 있었는데, 인도스럽지(?) 않게 매우 깔끔하고 최신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는 (동상의 얼굴 부분) 관경도 잊을 수 없다.
동상 주변에는 래프팅도 즐길 수 있고,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 동물원 그리고 플라워 정원도 매우 대규모로 깔끔하게 갖춰놓고 있어 많은 인도인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인도 구자라트 전역에 잘 찾아볼 수 없는 스타벅스도 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신경 썼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동상에 대한 평가는 매우 엇갈린다. 인도는 아직 많은 국민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배고픔을 이겨내 하는 최극빈층이 인구의 6%인 8,400만 명 이상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액수로 동상을 짓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비판하고 조롱하기도 했다.
과거 트럼프가 인도 국빈 방문 했을 때도 인도의 빈민가를 보이기 싫어 도로 옆에 벽을 쌓았는데, 이를 두고 똑같은 말이 오갔다. 벽을 만들 예산으로 국민을 지원해라라는 말이다.
또 모디가 철의 남자인 파텔의 이미지를 이용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넘쳐난다.
이런저런 평가와 관계없이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은 남겨야했다. 유일한 여행 동행자인 나의 운전기사 둘싱에게 이곳저곳을 배경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그의 서툰 사진 솜씨를 불평하다보니,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때처럼 몇몇 아이들이 구걸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의 동상을 보고 오는 길인데 무엇이 最高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