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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Jun 27. 2022

주식 차트만큼 매일 보는 것

일기예보, 그리고 날씨

매일 밤과 아침마다 확인하는 것. 바로 일기예보다. (사실 주식은 잘 모르지만, 그만큼 틈틈이 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잠들기 전에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 대충 정해놓는다. 동생과 함께 방을 쓰면서 내가 먼저 출근할 때는 전날에 미리 코디를 꺼내놓곤 했는데, 방을 따로 쓰는 지금은 그저 생각만 해놓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당탕 옷을 찾아도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루틴이 굳어지기 시작한 건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ㄱㄹ청'이라는 애칭 아닌 애칭이 붙었을 때, 일본의 기상청과 예보는 제법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이 전부 바다인 섬이라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씨 탓에 일기예보가 더 정교한 느낌이었달까. 실제로 여름에는 특히 더 습하고 더웠으며, 비도 자주 왔다. 따릉이가 아니더라도 '1인 1 자전거'가 당연해 보이는 일본 사람들. 쏟아지는 비에도 앞이 잘 보이는 비닐우산과 우산 손잡이 거치대까지 있는 자전거를 굴리는 모습에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바지까지 세트로 있던 우비를 입어본 것도 일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흔히 '날씨를 탄다'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맑은 날씨를 더 좋아했다. 흐린 날씨에는 기분이 괜히 다운(Down)되곤 했다. (다들 그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내가 예민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흐린 날씨 속에서도 나름 분위기를 느끼며 즐기게 되었다. '다운'이 아니라 '차분'함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날 때는 시간과 돈을 들여서 일부러 가는 만큼, 이왕이면 화창한 날씨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날씨만으로 여행 전체의 기억을 아쉽게 남기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다른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맛있는 음식, 길을 헤매다가 발견하게 된 새로운 곳, 동행자와의 대화 등. 위험한 사고가 생기지 않는 한 여행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지나고 보면 여행은 모두 저마다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




어느 주말, 급 약속으로 저녁을 먹는 동안 하늘 색깔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불안한 감은 현실이 되었다. 정말 웅장한 사운드를 내더니 도로에 시냇물을 만들 정도로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일행 중에는 우산을 가진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보자는 일행의 의견을 무릅쓰고, 함께 나눠서 쓸 우산을 사기 위해 혼자 가까운 편의점으로 내달렸다.


편의점에는 일회용 비닐우산과 천 우산이 있었다. 나는 당장의 비를 피할 생각에 비닐우산을 샀다. 그러나 일행은 내심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왕이면 나중에도 쓸 수 있도록 천 우산을 사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나를 토닥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행의 말이 맞았다. 가성비를 생각해도 천 우산을 사는 것이 더 나았다. 쏟아지는 비에 마음이 급해져서 그만, 그때만 피하자는 생각에 당장 저렴해 보였던 비닐우산을 샀던 것이다.


'현재를 즐기자' vs '미래를 준비하자'.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 있어 통하는 나만의 기준은 이렇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조금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표현을 달리 해서 보다 긍정적으로 바꿔서 말하고 싶다. 후회보다는 행복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화창했던 어느 날의 하늘. 이후 금방 흐려졌다.역시 예측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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