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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Jun 22. 2022

살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운동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운동... 그러니까 매일 일정한 시간에 몸을 움직였던 것은 '태권도'였다.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태권도를 먼저 다녔다. 나와 내 동생은 그 친구를 따라 태권도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은 6살 유치원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나지만, 그렇게 어린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내가 그렇게 잘 챙기지도 못했을 텐데.


어릴 때는 운동과 놀이에 큰 차이가 없다. 체력 단련? 다이어트? 그런 것 없다. 그저 도장에 가면 친구들과 공차고 뛰며 논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특히 월요일에는 게임 시간으로 피구나 술래잡기 놀이 같은 것을 했다. 어린 동생들 사이에서 나름 에이스로 활약했던 나는 피구 게임에서 마치 영웅이 된 것처럼 휘젓고 다녔다. 품새도 곧잘 따라 했지만, 내가 무서워하는 건 겨루기였다. 맞는 게 무서웠다. (태권도는 폭력이 아니다. 정신수련의 무도라고 배웠다.)


그래도 제법 오래 다녔다. 중학교 3학년이 되기까지 2단 유단자로 검은띠까지 맸다. 나중에는 어린 동생들 대상으로 사범님 대신 기초 자세를 알려주고, 겨루기 호신 복장도 챙겨주곤 했다. 아쉬운 것은 조금만 더 다니면 3단을 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름 고등학생이 되어 입시 준비를 한다고 자연스레 그만두었던 것 같다. 동생도 그 이후로 몇 달을 더 다니고 그만두었다.




나는 체육시간을 좋아하던 학생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체육복 갈아입거나 뛰어다니는 것도 귀찮아했지만, 나는 즐거웠다. 태권도에서 이리저리 뛰었던 덕분인지 나름 그것을 응용하는 수업이 나오면 내심 우쭐해졌던 것 같다. 지금은 요가를 하는데, 당시 체력 단련을 하던 동작 중에서 겹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내가 그 동작을 번쩍 해낼 때마다 요가 선생님은 놀라곤 했다. 나도 신기했다. 다른 겁나는 동작들도 많은데, 이것만큼은 나도 거침없이 해내고 있다.


그 이후 학창 시절, 대학생활 동안에는 딱히 운동이라고 내세울 만한 걸 한 적이 없다. 교회 워십댄스 팀에서 오래도록 활동한 것 정도...? 그래 놓고 나름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스스로를 믿으며 지냈다. 하지만 점점 나이도 들고 내 몸에도 미안해서, 작년 6월부터 어플과 함께 인터벌 러닝을 시작했다. 회사 팀장님이 하시는 걸 따라한 것이다. 다이어트나 바디 프로필? 그런 것보다 그저 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어플은 걷기와 달리기를 일정하게 반복하면서 시간을 차츰 늘려갔다. 30분 넘게 쉬지 않고 달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3일 간격으로 나름 꾸준히 해가며 '말 많은 달리기 총각'의 가이드를 들었다. 처음에는 1분도 겨우 뛰더니, 4분은 심장이 터질 듯하더니, 어느새 5km 달리기 대회까지 신청하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도는 것도 심심해서 가끔은 한강에 나가기도 했다. 주말 아침 햇볕은 뜨거워서 그늘이 있는 곳으로만 얍삽하게 뛰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11월,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5km 달리기 인증을 성공했다. 그마저도 두 번의 시도만에 겨우 해낸 것이었다. 처음 시도에는 중간에 이어폰이 빠져서 잃어버릴 뻔했으며, 그나마 기록도 남지 않아 울면서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오기가 생겨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다시 도전했었다.


달리기를 할 때 뭔가 기분이 좋았다. 바람도 시원했다. 무엇보다 내가 나만의 속도로 부담 없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1분도 겨우 뛰던 지난날의 내 모습에 비하면 분명 성장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기분이 복잡하게 지나갔다.




지금은 요가를 시작한 지 거의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처음 몇 개월은 다음 달도 등록을 할까 말까 안 될 이유를 겨우 찾고 그랬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다음 달을 등록한다. 호흡도 그렇고, 나의 몸을 스스로 아껴주는 마음이 들었달까. 물론 요가 치고 매우 동적(?)인 자세들을 할 때면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나란 사람은  단순하다. 지금 말하는 운동들도 누군가를 따라 시작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따라 했다기보다, 그들이  자극에 내가 반응하고 실천했다는 말로 포장하고 싶다. 그렇게  몸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으며, 나름 건강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렸을 때만큼 놀이처럼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즐겁게 하고 싶다. 어떻게든 꾸준히.


부들부들 나의 뻣뻣함을 그대로 받아주는 요가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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