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풀로 우려 짜낸 맛깔난 국물이 팁
나박김치를 한번 담아볼까. 삶이 건조할 땐 나박김치를 선택하곤 했다. 기름진 음식에도 나박김치는 조화를 맞춰주기까지 한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나박김치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남자에게 김치를 담는 일은 의미가 남다르다. 요리는 다 통하는 것이지만, 김치는 뭔가 여성성의 상징 같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남자 김치 장인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재작년 설명절때 어머니와 나눈 대화가 늘 뇌리에 박혀있다. 어머니는 작년 가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어머니는 나박김치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요리하는 내가 볼 때 어머니는 나름 고수쯤 된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요리에 대한 기억은 별로 있진 않다. 다만 어머니가 어려운 살림을 하면서 요리실력을 키워온 것 같다. 지금도 어머니가 해주신 고추장, 된장을 먹고 있기도 하다.
그런 어머니도 나박김치에 대해선 다른 말을 하셨다. 어느 식당에서 아주 맛있는 나박김치를 드셨다는 것이다. 비법은 국물에 있었다. 면 보자기로 밀가루풀 소스를 꽉 짜서 만들었던 것이다. 찹쌀풀보다 밀가루풀이 훨씬 빨리 익히기에 좋다. 찹쌀보다 국물도 깔끔한 것이 장점이다. 대신 오래 먹기에는 좋지 않다.
비슷한 것으로 색감이 뛰어난 양배추비트물김치도 있다. 양배추와 비트를 이용한 물김치다. 비트는 붉은색을 낼 때 용이한 뿌리채소로 토마토소스 만들 때 많이 쓴다. 물김치로 만들면 색이 곱게 나와서 맛깔나게 보인다. 양배추는 적양배추로 쓰면 색깔 맞추기가 용이하다.
물김치는 말 그대로 물이 맛을 좌우한다. 국물 내는 작업은 양배추비트물김치나 나박김치나 원리는 비슷하다. 고은 한약을 짜내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국물만 모아 담으면 된다. 더운 여름철 시원한 물김치는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우선 밀가루풀을 준비한다. 익을 때 필요한 재료다. 사과, 양파, 쪽마늘, 생강, 무를 갈아 소스를 준비한다. 밀가루 풀과 소스를 면 보자기 망에 넣고 물 5L 담은 김치 통에 넣는다. 속 배춧잎, 무, 사과, 배는 나박, 홍고추와 청양고추는 채 썰고, 쪽파는 5cm 정도로 잘라 준비한다. 김치 통에서 면 보자기 망을 꺼내 마지막까지 소스 국물을 꽉 짜 넣고, 모든 재료를 넣은 후 하루 숙성시킨 다음 냉장고에 넣으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