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철 Apr 23. 2019

부부의 탄생, 결혼 신문

2005년 결혼 때 기자 출신 후배가 만들어준 선물

부부란 무엇일까. 정의는 힘들어도, 어쨌든 자격은 결혼으로 주어진다. 부부에게 꿈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고, 영원히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초심이란 부부를 시작할 때의 약속이다. 프러포즈는 일생일대의 약조다. 그 서약을 결혼 신문으로 하면 어떨까.


한때 전대기련(전국대학생기자연합)에서는 출신 회원이 결혼을 하면 신문을 만들어주는 전통이 있었다. 2005년 결혼할 때 아내가 다니던 직장에 전대기련 출신의 후배가 있었다. 나는 그 덕에 결혼 신문을 갖는 행운을 얻었다. 당시 노처녀였던 아내의 결혼이 직장 내에서는 큰 화제였기 때문이었다. 결혼 신문은 하객들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요즘 지인 자녀들 결혼식에는 밥만 먹고 오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을 보고 온다 하더라도 신랑 신부에 대해 사연을 알기는 어렵다. 결혼이란 사연의 의식이다. 요즘 하객들은 사연을 궁금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사연을 모른다고 해서 큰 불편함은 없다. 그래도 인연이 맺어진 사연을 알고 그 출발을 축하해주는 게 하객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한 번은 직장 후배가 결혼을 했다. 그들의 얘기가 동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물론 그들이 구상하고 만든 것이었다. 짧은 슬라이드 구성이었지만 그들의 사연을 알 수 있어서 흐뭇했다. 정말 축하한다는 것은 어렵게 결정한 그들의 사연을 특화시키는 행위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들의 사연이 확립되는 의미이다.


옛날에는 신혼 첫날밤을 엿보는 풍습도 있었다. 친지들이 창호지 문을 찢어서 서로 키득거리며 즐거워했다. 신랑 신부도 개의치 않았다. 결혼은 인연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여유있는 전통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리그일 뿐이다. 하객들은 구경꾼에 불과하다. 점점 신랑 신부의 장기자랑 발표회 정도로 돼가는 양상이다.


올해 처음으로 토요일에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만든 음식을 나눠먹은 후 후식 타임 때 꼭 공개하게 되는 코스가 결혼 신문이다. 다들 신기한 듯 놀라워한다. 2005년에 제작된 우리 결혼 신문은 타블로이드 컬러 8면으로 구성돼있다. 당시 두 명의 전대기련 출신 기자 후배가 직접 취재하고 편집해 만들었다.


결혼 신문은 인연의 증빙자료다. 그 어떤 서약보다 강력하다. 흔들리는 초심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볼 때마다 웃음도 난다. 당시의 심리가 지금과 달라진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한때 그런 마음을 가졌음이 여전히 뿌듯하다. 인연의 역사는 그렇게 기록됐고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이전 01화 바람난 아내를 위한 ‘미역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