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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May 12. 2019

양파 같은 사람이 어때서

까도 까도 새로운 게 나와야 의미 있는 삶

양파만큼 신비한 식재료가 또 있을까. 양파를 사람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까도 까도 또 다른 단점들이 나오는 비유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비리가 계속 나오기도 하고, 연예인들의 경우 잘못된 사연들이 고구마 넝쿨처럼 계속 얽혀 나오기도 한다.

근데 실상 양파는 우리 음식의 대표적인 양념 채소 중 하나다. 양파는 수분이 90%를 차지하지만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C, 칼슘, 인, 철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대개 매운맛을 내지만 열을 가하면 캐러멜 성질로 변해 설탕의 50배 단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양파는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양파를 부정적인 사례로 비유, 폄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양파는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다. 요리를 해보면 양파는 더욱 절실해진다. 육수를 낼 때 양파는 긴요하다. 갈비탕, 감자탕, 육개장 등 고기의 잡내를 중화시키고 단맛을 보강한다.

볶음에도 양파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가지볶음, 어묵볶음, 버섯볶음 등 어느 볶음요리에서도 양파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양파의 대표성은 중국집에 가면 금방 알 수 있다. 자장면, 짬뽕은 양파가 감초 역할을 한다. 단맛과 느끼함을 잡아준다. 춘장과 너무나 잘 어울리기도 한다

국과 찌개에는 어떤가. 양파가 들어가야 국물 맛 내기는 물론 건더기 역할도 해준다. 양파는 생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해마다 봄이 되면 나오는 햇양파는 그 자체로 달콤하다. 매운맛이 거의 없어서 미각을 돋운다. 장모님은 햇양파를 아주 즐기시곤 했다. 노인들에게 좋은 음식인 셈이다.

요리를 모르면 양파는 그저 물품에 불과하다. 요리하면서 양파의 존재감을 물씬 느낀다. 양파가 떨어지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육류 요리를 하려면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미각의 미묘함이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것이다. 가게를 지날 때면 한가득 자루 망에 든 양파가 그렇게 반갑기도 하다.

내게 양파는 유난히 더 특별하다. 치즈계란말이 때문이다. 계란말이를 자주 해 먹다 보니 양파가 헤프기도 하다. 계란말이에는 양파, 당근, 대파를 다져 넣는다. 모짜렐라치즈를 쓰면 양파는 더욱 빛을 발한다. 짭짤함을 중화시키고 느끼함을 단맛으로 잡아준다.

양파는 잘 상하기도 한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오래 보관하면 탄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되도록 구입한 후 빨리 먹는 게 좋다. 양파는 껍질을 깐 후 랩에 싸서 냉장 보관하면 오래 먹을 수 있다. 호일에 싸면 더 오래간다는 보고도 있다.


양파는 마늘과 함께 캐서 망에 넣는 작업이 특별하다. 특히 양파는 크기 때문에 망에 넣는 작업이 까다로워 노임이 센 것으로 알려진다. 햇양파 출하시기가 되면 인부들이 인력시장으로 몰려들기도 한다. 요즘 양파 캐기, 망작업이 하루 15만 원 이상 호가한다고 한다. 생산농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는 추세다.




지금 시대를 양파 사회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 현대사회는 심리사회다. 현대인들은 다중인격의 속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 자존감이 특별하다. 인권이 고양되고 1인 미디어 시대이기도 하다. 누구나 정보의 주체로 서고 있다. 까도 까도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양파 같은 사림이 어때서, 양파의 진실을 훼손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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