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을 한 나쁜 낭자?!
나는 운좋게도 국내 몇 안되는 젊은 여성 영화감독과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하다. 배반낭자는 이 감독이 새롭게 찍는 작품의 제목..이 아니라 그분이 몇년전에 소개시켜준 한남동 소재의 멋진 술집이다.
배반을 한 나쁜 낭자가 아니라, 술잔과 그릇이 낭자하게 어질러져 있다는 것으로 술을 상당히 걸쭉하게 마신 후의 광경을 짐작케하는 사자성어이다. 과거 춘추전국시대에는 과도하게 술을 먹는 모습을 묘사한 부정적인 의미였겠지만, 현재로 따지자면 술집 이름으로 이정도로 훌륭하고 낭만적인 이름은 아마 거의 없을듯 싶다.
배반낭자의 안주는 여자주인장분의 솜씨가 좋아서인지 대부분 맛이 좋고 프리젠테이션도 상당해서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다. 내가 가면 주로 먹는 안주는 배반낭자 시그니처(젓갈과 트러플오일, 김의 조합이 이런 맛을 낼 줄 예상도 못함)인데, 배도 안부르고 입맛 다셔가면서 술 먹기에 아주 좋다.
술도 일반 소주는 팔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토끼소주를 처음 먹어보았고, 진도 홍주를 베이스로 한 하이볼을 마셨다. 일반소주의 알콜향보다는 쌉싸름한 향이 나므로, 좋은 안주와의 궁합이 아주 좋지만 한가지 흠은 죽력고와 같은 다소 값이 나가는 전통주 위주로 팔다보니 술값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곳의 안주와 술도 좋지만, 배반낭자의 특정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뷰를 아주 사랑한다. 이 글의 표지에 올려놓은 사진의 자리에 앉으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뷰다. (사실 아래 사진을 올리려고 이 긴 글을 썼다)
이 뷰는 특별하지만, 저 전파사가 문을 닫으면 불이 꺼지므로 그 운치는 상당히 많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한 시간제한이 있으니, 조금 일찍 가서 안주빨을 세우면서 술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고보니 배반낭자에 안간지 몇달이 된 것 같다. 평생 배반하고 싶지않은 곳이므로, 조만간 한남동으로 술약속을 잡고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