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합니다.
나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타고난 성격이 그렇다. 같은 일을 두고도 남보다 2-3배 걱정하고 불안에 떤다.(정말이지 피곤한 성격임.) 모든 일에 그러니 당연히 ‘노후대비’에 있어서도 남보다 더 걱정하고 불안에 떤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고, 나만 이모양으로 지내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이 모양? 그건 어떤 모양인가? 대한민국 평균연봉자인 나는 대출로 내 집 마련을 하고(한마디로 영끌러란 말씀. 흑흑),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 하나를 키우며 대한민국 평균연봉자인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다. 남편이 나나 대기업연봉을 받는 사람이 아닌 말 그대로 평균연봉을 받는 월급쟁이다. 나이는 들어가고 노후준비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대출금을 갚고, 아이 보육비와 교육비를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경조사비를 지출하고, 생활의 윤기를 더할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생활비는 동이 난다.
이런 싸이클로 살아갈 수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유튜브로 재테크 유튜버들을 시청한다. 부읽남, 김작가 TV, 김경필머니트레이너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 맞는 말이라 귀에 쏙쏙 박힌다. ‘월급의 70%를 저축하라’. 그래 맞아 일단은 절약이지 라는 마음에 다시 수입과 지출을 기록해 본다. 지출을 줄일 곳을 찾아보지만 현재 내 기준엔 줄일 것이 없어 보인다. 더 줄이면 말 그대로 ‘왜 사냐건 웃지요’ 할 수밖에 없다. 나는 70%는커녕 10%도 겨우 저축하는데 그럼 나는 노후파산을 맞이해야 하나? 정말 이번 생엔 망한 거?라는 자조적인 말을 독백으로 외치며 침울한 마음을 삼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만 그런 걸까? 명품은 남의 나라 이야기고, 옷을 살 때도 자라 세일 시기에 맞춰 수십 번을 고민하고 사는데 왜 이렇게 생활은 빠듯한 것일까? 이런 빠듯함 속에서는 노후대비를 할 방법은 없는 걸까? 당장은 아니지만 빚을 좀 갚고, 아이를 독립시키고 난 뒤 제대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왔을 때 부랴부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작은 준비라도 해둘 방법은 없는 걸까? 재테크 유튜버들의 이야기와 노후대비 책을 읽으면 지금 당장 월급의 몇%를 저축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나? 정답은 알지만 그대로 실천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데....
노후대비에 관심이 생기고 여러 책을 찾아보았다. 재테크 책에서 나오는 비율로 노후대비를 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내게는 대출금과 보육비라는 반드시 지불해야 할 비용 앞에서 절대 정답에 맞는 비율로 투자할 수가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나는 어차피 안되니까 남은 인생 YOLO 하다 그냥 GOLO 가버릴까 하는 과격한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어쨌든 주어진 인생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노후대비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노후대비 ‘돈’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요소도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너무 ‘돈’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요소도 준비를 해두어야 행복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내가 마련할 수 있는 작은 여유자금으로 ‘돈’의 방향성을 정해두고 나머지 요소들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리하면 노후대비의 요소에는 ‘돈’만 있는 게 아니니까, 적은 돈으로 방향성만 잡아두어 불안을 덜고(추후에 월급이 오르거나 아이가 독립했다거나 하는 시기에는 액수 늘리기), 나머지 시간과 품을 들여할 수 있는 노후대비를 하면서 노후대비에 분산투자(?)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얼굴이 바뀌면 좋은 운이 온다>의 저자 김승호는 운명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운명의 가닥수를 늘리라는 말을 한다. 운명의 가닥이 하나일 때보다 여러 가닥일 때 하나가 좋지 못해도 나머지 것들로 인해서 좋은 운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행복한 노후대비를 위해서 노후대비의 가닥수를 늘려 행복한 노후생활을 할 바탕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노후대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노후대비의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바라는 노후가 꼭 해외여행을 가고 골프를 치고, 벤츠를 타고 다니며, 비싼 건강검진을 받는 부유한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평범한 삶- 알뜰살뜰 살면서 약간은 부족하지만 궁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는 - 그 와중에 내 취미와 마음에 윤기를 더해줄 약간의 소비를 할 수 있는 정도의 ‘평범한’ 노후를 바라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