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만큼 자기 땅이다

by 실재

왜 그럴까?

오늘은 운동가는 날이고 오후에는 약속이 있었다. 오전에 운동을 가야 했지만, 피곤해서 더 잤다. 가야 하는데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매번 하는 고민이다.


다행히 오늘은 운동 가던 습관이 이겼다. 주 3회 운동을 수·목·금으로 몰아서 해낸 이번 주는 온몸이 근육통으로 가득하지만, 그만큼 자기 효능감도 폭발한다. 벌써 다 잘한 기분이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유튜브를 켰는데, 알고리즘이 내게 보여준 ‘헤매는 만큼 자기 땅이다.’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눌렀다.


어제 새벽,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 그림을 계속 손봤다.

다시 보니 너무 별로였다.

그래도 그려보고, 색칠도 해보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너무 허접했다.

머리로는 ‘처음이니까 당연한 결과야’라고 이해하면서도, 자꾸만 다른 행동을 했다.


나는 한 번에 완벽해지지 않으면 포기하고 싶어진다.

쉽고 빠르게 잘하고만 싶다. 그게 안 되면 요령을 찾고, 정해진 길을 알려줄 사람만 찾게 된다. 그렇게 또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다가 늦게 잠들었는데, ‘헤매는 만큼 자기 땅이다.’라는 문장이 너무 큰 위로가 됐다. 헤매고 있을 뿐이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 같았다.


돌아보면, 헤매면서 배운 것이 참 많다.

어제는 3주 동안 기다린 이모티콘 심사 결과가 미승인으로 나왔다. 남들도 흔하게 받는 미승인이지만, 나는 한 번의 제안을 위해 32개의 파일을 만들고, 한 달 넘게 작업했다.

그리고 이 제안을 하기까지 몇 년 동안 3번의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미승인을 받았을 때, 괜찮았다.

어느 정도 예상도 했고, ‘처음부터 되면 재미없지.’라는 자기 합리화도 있었다.


그런데 어제 그림을 그리면서, 이모티콘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그 작업을 해보지 않았다면, 초안을 그리고, 따라 그리고, 색칠하는 과정부터 막막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그 사실이 위로가 됐다. 떨어졌지만, 남은 게 있었다.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

시간 낭비가 아니다.

앞으로도 많이 헤매겠지만, 그때마다 저 문장을 떠올려야겠다.



헤매는 만큼 자기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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