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언덕,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
샌프란시스코는 여러가지 별명이 있습니다.
골드러시 시절과 실리콘밸리의 발전을 대표하는 The golden city (황금의 도시),
이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Karl이라는 이름까지 있는 안개가 자주 떠밀려오기 때문에 The fog city (안개의 도시).
그리고 또 유명한 것은 The seven hills (일곱개의 언덕). 샌프란시스코 자체는 사실 도시를 짓기는 영 좋지 못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파른 언덕들 때문이었지요. 처음에는 낮고 평평한 부분에서 시작했지만, 골드러시로 인해 사람들이 밀려들면서 언덕으로 빠르게 발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건 7개라고 하지만 위키피디아에 찾아보면 42개가 나오는 만큼, 샌프란시스코는 가파른 도로가 참 많습니다.
한국이야 70%가 산지이니 그게 그냥 익숙할 수 있지만, 미국 중부는 끝없는 평야가 대부분이라 그 쪽에서 오신 분들은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도시 자체를 신기해 하시더라구요. 도로도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아서, 처음 미국에서 운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도 초반에 길을 잘 못 들어 다시 돌아가려고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갑자기 깎아지는 듯 가파른 도로가 나와서 친구와 무슨 만화처럼 "꺄아아아ㄷ어어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롤러코스터 타듯이 도로를 운전해 내려운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사실 내려가는 것 보다 올라가는 게 더 무섭습니다.
어쨌거나, 도시가 이렇게 가파른 언덕으로 되어있다보니 건물, 심지어는 도로를 짓기에도 어정쩡한 공간이 많이 생겼나봅니다. 미국은 바둑판 같은 그리드 시스템이라서요, 이번 블록은 어떻게든 지어놨는데 다음 블록과는 경사차가 너무 심한 경우가 많았나봐요.. 그래서 그런지 독특한 형태의 도로와 정원, 혹은 공원이 꽤 많은데요, 가장 유명한 것은 모두가 아시는 룸밧드 스트리트입니다.
도로를 내고 싶은데 그냥 직선으로 뚫기엔 도로가 너무 가파르다보니, 길을 지그재그로 내어 놓고 남은 공간에는 예쁜 가든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예뻐요. 참 예쁜데 문제는, 뷰가 너무 좋고 독특한 경험이다보니 사람이 정말 드글드글 합니다. 막상 운전해 내려오면 별 것 없는데요.. 걷는 게 더 예쁘고요. 이 룸밧드 스트리트를 차로 운전해서 내려가 보겠다고 차가 2-3블록은 줄을 서 있는데, 문제는 줄을 서는 그 도로가 가파른 오르막길이라는 겁니다. 오르막길에서 차를 멈추고 기다리는 건 영 즐거운 경험이 아니거든요.. 앞 차는 경사에 밀려서 기우뚱, 뒷차는 무서워서 거리를 잔뜩 벌려놓고. 그래서 줄은 더 길어집니다.
그런데 잘 찾아보면 사실 룸밧드 스트리트 말고도 이런 자투리 경사로를 이용한 멋진 곳이 아주 많습니다. 관광객이 다글다글 하지 않고 아담하며 아기자기 한 곳. 오늘 소개할 곳은 구글 평점 4.8에 빛나는 'Ina Coolbirth Park' 입니다. 같이 산책가요!
저는 길 건너 꼭대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여긴 그냥 도로인데 경사가 심해서 그런지 막아놓았더군요. 뒤쪽으로 집들도 참 예쁘고요.
여기서 가파른 계단을 한 번 더 올라가면 귀여운 집들과 공원으로 가는 아담힌 정원길이 나옵니다. 여기도 뷰가 참 좋지만 더 내려가서 공원으로 가 보겠 습니다.
내려와서 찻길를 하나 건너면 공원에 도착합니디.
작은 길이 지그재그로 나 있고, 중간중간에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많이 있습니다.
왼쪽으로 코잇타워, 중간에 베이브릿지가 보이구요.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시는 사람, 책을 읽거나 친구와 맛있는 걸 먹으며 수다떠는 사람.
이 사진 오른쪽에 있는 빌딩은 작은 발코니가 창문 옆에 있더라구요? 저 발코니는 나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장식인가 목적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ㅋㅋㅋ
그냥 마냥 앉아있을 수 있겠더라구요. 남편과 벤치에 앉아서 따사로운 햇볕에 이마가 따뜻 해 질 때 까지 수다를 떨었습니다. 간간히 관종 강아지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요, 따라오는 인간은 멋쩍게 미안하다고 웃습니다ㅎㅎ 세상 무해한 댕댕이들.
계단을 따라 걸으며 내려옵니다. 편안한 신발은 필수에요.
양 쪽으로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입구도 있습니다.
주거지역이다 보니 조용히 해야겠지요.
뒤돌아 보니 엄청 가파릅니다.
그냥 버려질 수도 있는 공간을, 이렇게 공원으로 이용하는게 좋아요. 도시 곳곳에 이런 곳들이 많거든요. 어찌 이런 곳을 그 동안에 와 본 적이 없는지. 그냥 언덕을 올라가기 싫었던 건 아닐까요 ㅎㅎ
언덕을 내려와서 조금 걸으면 '리틀 이탈리'라고 부르는 동네에 다다릅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넘어와서 형성한 동네로, 차이나 타운과 거의 붙어있죠. 여기까지 나오면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리틀 이탈리는 북적북적하고 다양한 먹을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다음에 한 번 다뤄야 할 것 같아요.
걷다보니 피곤해서 카페 하나에 들르기로 합니다.
Cafe Angolo라고 하는 코너에 위치한 작은 카페입니다. 해가 좋아서 밖에 앉았어요.
코르타도(라테보다 우유가 덜 들었음) 와 디카페인 라테를 시켰습니다. 남편이 먹고 싶어해서 작은 케이크도 하나 시켰는데요, 저 케이크는 드시지 마십셔. 예쁘긴 했는데 맛이 없었어요.
반면에 커피는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디카페인 라테는 스모키한 맛이 좀 더 나고, 한국인 마음에 들 만한 구수한 종류였어요. 단지 모양같은 컵도 넘나 귀엽구요. 이탈리아 타운이라 그래서 커피가 더 맛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커피 마시러 또 갈 것 같아요. 아, 팁으로 여기 화장실 아주 자그마한데 깨끗했어요ㅎㅎ
오는 길에는 차이나타운 쪽에 새로 생긴 뮤니(대중교통)역에서 뮤니를 타고 왔습니다. 새로 생긴 역 깨끗하고 빠르고 좋더라구요 :D
샌프란시스코는 아무리 둘러봐도 새로운 곳을 발견하게 돼요. 동네 구석구석, 여러분도 함께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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