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서원 Sep 07. 2022

어디 간 거니?

사라진 갈매기

엄마 집에 갈 때는 보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달려가는 마음이 바빠서 보이지 않는지도.


볼 일을 마치고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비로소 보이는 그 녀석들.


둑길을 따라 길게 뻗은 직진 코스에 가로등이 일렬로 보인다. 하지만 그 많은 가로등은 남다르다.

가로등 꼭대기마다 갈매기들이 4마리씩 조를 맞춰 앉아있다.

절대 3마리도, 5마리도 아닌, 4마리씩 그 길게 뻗은 가로등마다 모두 앉아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갓길이 따로 없어 차를 세워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보는 풍경인데도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한 풍경이다.


형산강 하류여서 조금만 더 나가면 바닷가이다.

그래서 까마귀가 아닌 갈매기들이 쉬러 올라오나 보다.

그 가로등마다 그 녀석들의 영역표시로 마치 화이트 초콜릿을 뿌려놓은 듯 얼룩이 보인다.


태풍 힌남노가 휘몰아치고 간 다음날 엄마 집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그 많은 가로등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녀석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가로등의 모습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태풍과 함께 모습을 감춘 갈매기들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 녀석들은 태풍이 오면 어디로 숨는 걸까?

숨지 못해 태풍에 날려 멀리 강제로 날려가 버린 건 아닌지.


형산강 고가 다리 위 새 한 마리 시체를 보았다.

갈매기는 아니었다. 저 녀석은 분명 태풍의 피해를 본 녀석임에 분명하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봉변을 당한 것 같다.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속으로 빌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 갈매기들은 돌아올까?

그 녀석들이 기다려진다.



작가의 이전글 제발 아프지 말아 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