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데뷔를 위해 3주 내내 그녀가 했던 노력들
그녀와의 첫 상담
2020년 새해의 첫 주 토요일, 새해에 걸맞은 빡빡한 수업에 목이 다 쉰 채로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퇴근하려는 순간 20대의 한 여성이 다급히 전화 오셔서 방문상담을 희망했습니다. 통화 종료 후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키 크고 늘씬한 청순한 외모의 그녀가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목적은 급 다이어트였습니다. 25일간 10kg가량 감량하길 원했고 D-day 또한 명확했습니다. 당장 1월 31일 모델 오디션이 잡혀 있었는데, 메인 목표는 모델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한 다이어트 + 외모 가꾸기였고, 오디션에 앞서 에이전시에 제출할 프로필 촬영도 1월 17일에 잡혀 있었습니다. 상담한 날은 1월 4일, 가장 빨리 첫 PT를 하더라도 1월 6일에나 가능했습니다. 바로 시작을 한다고 해도 프로필은 10일, 모델 오디션은 25일 남은 상황. 그녀도, 저도 결과를 만들기까지 한시가 급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녀의 바람대로 목표를 이뤄주는 것은 불가하여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목표치를 수정하다
상담 당시 그녀의 신체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171/59.7/28.3%
그녀의 1/31일 희망 프로필은 이랬습니다.
171/50 내외/(희망 체지방률 없음)
제가 제시한 1/31일 희망 프로필.
171/55 내외/22~24%
여자분들은 더 날씬하길 원하겠지만 171에 59kg, 28%의 체지방률이면 딱 건강한, 정상 체중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가 사실 너무 마른 사람이 아닌, 날씬한 사람들의 현실 체중입니다. 체중은 몸무게의 정보만 나타낼 뿐, 몸의 비율, 건강, 외모를 나타내지 못합니다. 저는 체지방률이 위의 항목을 표현한다 생각하고, 제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우선 그녀의 바람대로 171에 50을 맞추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기간의 문제였습니다. 25일간 근손실을 감안하고 운동과 식단관리를 해도 “-10kg?” 저는 불가능했습니다.
두 번째는 본인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 설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생존에 필요한 뼈, 근육, 장기가 있습니다. 피골이 상접하게 빼더라도 뺄 수 있는 그 한계치는 존재합니다. 171의 그녀는 심지어 팔다리까지 일반인보다 조금씩 더 길었습니다. 이 경우엔 보통 사람보다 체중에서 뼈 무게가 더 나갑니다. 이런 그녀가 50kg 정도가 되면 아무리 운동을 하더라도 정말 뼈밖에 남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 건강상태가 더 나빠질 것은 물론,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혈색도 좋지 못한 아름답지 못한 모습의 모델로 무대에 서야 한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어서 회원님께서 100% 잘 따라주시면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치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또한, 제가 제시한 현실적인 목표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애초에 저와 PT 하시지 않길 권했고, 그렇게 상담을 마무리했습니다.
트레이너가 존재하는 이유는 운동을 잘 알려드리기 위함도 있지만, PT 여부에 상관없이 회원님들의 건강상태에 맞춰 회원님이 가진 환상과 목표치를 현실화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합니다. 그 길을 먼저 가본 우리가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를 돕고, 우리의 경험을 나눠 누군가를 건강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갈 길 바빠 초조한 그녀와 PT를 시작하다
저를 믿어준 그녀와 이틀 뒤 PT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당시 오전, 오후 시간 내내 모델 학원에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D-Day가 정해진 프로필 촬영과 모델 오디션을 앞뒀기에 모델 학원에선 어떻게든 체중만 맞춰 오라는 잔소리를 매일 그녀에게 했습니다. 그녀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걱정을 안고 있었습니다. 25일 남은 그녀는 초조했고,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을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자신과 제게 끊임없이 물어보았습니다. 이미 본인이 수많은 다이어트를 해봐서 배고픔의 어려움과 우울함을 알기 때문에 다이어트 자체를 두려워했습니다. 20살 때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 경험을 들어보니 너무 안 먹고 살을 빼서 몸도 마음도 모두 망가지게 되어 다이어트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결정적으로 그녀가 세상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운동’이었습니다. PT를 하는 동안 그녀의 여러 운동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녀의 삶에서 운동에 대한 기억은 긍정의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멀리는 중·고등학생 시절 체육 시간부터 가까이는 기존에 경험한 3차례의 PT 역시 등록한 횟수도 다 못 채우고 안 나갔다고….
1차 D-DAY : 1월 17일 모델 프로필 촬영
운동이 너무 싫다고 하는 그녀와 함께 결과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몸의 라인과 탄력을 살리며 체지방을 최대한 빼서 우선 프로필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첫 운동을 해본 결과 운동이 너무 싫다는 그녀의 말과 달리 의외로 근력, 체력 상태가 좋았습니다. 이 정도면 바로 식단관리를 해도 무리 없을 것이란 생각에 첫 수업 후 바로 식단을 알려드렸습니다. 저는 보통 회원님께 식단관리를 빠르면 15일, 늦게는 한 달째 권합니다. 처음엔 오직 운동에만 집중합니다. 몸이 운동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몸이 운동에 적응된 후 식단을 해야 몸의 거부 반응과 스트레스가 적고, 체지방 위주로 빠집니다. 몸이 스스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게 제가 가진 노하우고 경험으로 얻은 제 트레이닝 방법론입니다. 다만 이 경우엔 근력, 체력 상태가 좋았으며, D-day가 있으니 바로 시작했습니다. 첫 상담 때 저를 믿어준 그녀는 이번에도 저를 온전히 신뢰해줬습니다. 그리곤 운동, 영양, 휴식에 신경 쓰며 우리가 할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1월 6일, 171/59kg으로 PT를 시작한 우리는 1월 17일 프로필 촬영 날 56.5kg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미 날씬했던 그녀가 6회간 PT를 하며 만든 결과입니다.
프로필 촬영 당일, 그녀와 통화를 하는데 핸드폰 너머의 그녀 목소리는 밝았습니다. 저뿐 아니라 그녀 역시 촬영 전 이미 결과를 확신한 것입니다. 그녀의 몸 상태 체크를 간략히 마치고, 촬영 당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을 알려줬습니다. 통화 마지막엔 촬영 이후 한 끼 식사만큼은 여태 가장 드시고 싶었던 것을 드시라고 알려 드리며 통화를 마쳤습니다. 대부분의 치팅데이는 결말이 안 좋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가 저를 신뢰했듯, 저 역시 그녀를 신뢰했기에 제가 먼저 치팅데이를 권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D-DAY : 1월 31일 모델 오디션
1월 31일, 그녀의 최종 D-day가 됐습니다. 1월 6일, 171/59kg으로 PT를 시작한 우리는 1월 29일, 11회 간의 PT를 통해 55.1kg이 되었습니다. 오디션이 31일인데, 30일이 아닌 29일을 마지막 PT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자 여러분께 퀴즈를 내보겠습니다.
바로 몸의 회복과 무대 당일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걸 테이퍼링이라 합니다. 만약 우리가 목표 체중을 못 맞췄다면 30일도, 심지어 31일 새벽까지 운동해야 했지만 29일에 55.1kg이니, 31일 당일엔 충분히 54kg으로 들어올 거로 생각했습니다. 해서 29일 PT를 끝으로 모든 운동은 중단했습니다. 30일 하루 푹 쉬면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입니다. 하루 잘 쉬고 31일 오디션에서 그녀가 빛날 수 있길 바랐습니다.
31일 오디션 당일, 그녀의 체중은 54kg에 맞춰졌고, 이번에는 별 말없이 그저 잘 놀다 오시라고 응원만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디션 다음날인 2월 1일부터 다시 또 PT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월 5일 회원님으로부터 오디션에 합격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월 14일, 회원님은 정식 모델로 한 업체와 촬영을 하게 됩니다.
운동 너무 싫어요. 선생님!이라고 하던 미스코리아 출신 그녀의 성공 비결
첫 상담 시의 신체 프로필과 그때 제시한 현실 목표치, D-day 상황을 봅시다.
상담 당시 신체 프로필 : 171/59.7/28.3%
제가 제시한 1/31일 희망 프로필. 171/55 내외/22~24%
1/31일 측정 결과 : 171/54/(체지방 미측정) / 25일간 총 11회 PT : 5kg 이상 감량.
결과가 딱 예상한 대로 됐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한 약속을 초과 달성했고, 그녀는 체중 감량과 함께 모델 오디션 합격, 자기의 노력으로 얻은 기회를 살려 모델로서 정식 촬영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분의 체중이 얼마이든 만약 체지방 위주로 한 달간 5kg을 뺐다면 저는 아주 잘 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근육을 빼는 게 아니라면 사실 한 달에 5kg 빼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25일간 5kg 이상을 뺐지만 이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게 제가 잘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전적으로 회원님의 노력이 만든 결과입니다. 저는 회원님이 시행착오를 겪을 때 방향을 잡는 길잡이가 되어 줬을 뿐.
PT 때 배운 것을 토대로 PT 때는 물론, 일상에서 24시간 내내 노력했습니다.
어느 정도로 운동을 했냐면 주 4회씩 50분씩 PT를 했고, PT 이후 개인 운동을 꼭 했습니다. 적게는 30분, 길게는 50분씩 근력운동과 러닝머신을 타면서. 또한, PT가 없는 날도 주 1~2회씩 개인 운동을 했으니, 주 7일 중 5~6일은 운동을 했습니다. 또한, 이번 PT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발적인 러닝을 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중·고등학생 때의 체육시간을 회상하며 달리기 시작과 동시에 늘 걷던 자기의 지난날을 얘기했고, 뛰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셨습니다. 오래 달릴 수 있게 러닝에 대해 자세를 잡아드렸고, 그녀는 배운 것을 토대로 스스로 익혀 나갔습니다. 본인도 뛰고 있지만 믿기지 않는 변화임을 신기해하며 흐뭇해하셨습니다. PT 이면에 존재한 그녀의 이런 노력 덕분에 PT 시간에는 온전히 그녀의 상체 라인과 하체 라인을 다듬으며 근력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고, PT 이후의 시간은 러닝을 통해 그녀의 체지방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습니다.
또한, 모델 오디션을 일주일 앞둔, 1월 24~27일 설 연휴가 있었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설 쇠러 부산 가서도 제가 알려준 대로 연휴 내내 운동을 했습니다. 또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집에서 만든 편육을 참아가며, 친척들의 먹어보라는 권유와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한 채 설 연휴 내내 식단관리를 했습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말해 주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우선 20대 중반이란 젊음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근력, 체력 상태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주 5~6일씩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됐으니 고강도의 운동이 가능했고 결과를 뽑아냈습니다. 여러분이 신체의 정점을 지난 30세 이후 + 초보자라면 애초에 이렇게 할 수도 없고, 하면 큰일 납니다. 음식도 하루 4~5끼를 시간 맞춰 딱딱 먹었습니다. 자는 시간 역시 23시를 넘기지 않았고, 술과 담배를 안 했으며, 회복을 위해 스트레칭과 폼롤러를 수시로 했습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하다 보면 일상이 됩니다(사실 술·담배 하면서도 별도로 몸 관리 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목표가 확실하다면 위 회원님처럼 생활하면 됩니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되고, 그 주인공이 내가 되어 여러분 주변에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치면 좋겠습니다. 초보자일수록 그 변화가 나오기까지 분명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확신하는 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몸은 여러분이 애쓴 시간만큼 정직하게 여러분을 표현해준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