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면 아쉽고 잊히지 않으면 버거울.. 그 어디쯤..
사람을 잊는 건 어렵기도 하고, 무서울 만큼 쉽기도 하다. 평생 가슴에 남을 것 같던 사람도 어느 순간 희미해져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살아간다. 예전처럼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다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눈물이 터져 나오면 그땐 걷잡을 수가 없다. 쏟아져 나오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애도하지 못한 채 넘겨버린 추억과 시간들이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사실은 괜찮지 않다고, 다 잊지 못했다고 서럽게 들썩이는 어깨가 금방 멈춰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픈 기억이 왔다 가면 한동안은 너무 힘이 들어 더 이상 은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가도 정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까 봐 오늘도 마음에서 완벽히 놓지 못했다.
잘 지내니.
언젠가 이 밤도 노래가 되겠지 중에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쯤.. 잊지 못할 사람도 생각나고 잊지 못할 날도 기억에서 새록새록 올라온다.
아빠가 정년퇴직 하기 전에 자식은 한 명이라도 여워야 편하지… 라면서 내 등을 떠민다. 빨리 결혼하라고….
결혼을 아무나 할 수 없는 문제인데…
대학 때 오랜 시간 교제해 온 남자가 있었는데 처음엔 근사해 보이던 모든 것들이 단박에 싫어졌다.
술이면 술, 담배면 담배..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게 너무 싫어서 전북 익산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도망칠 정도로 너무 싫었다… 모든 게…
그렇게 그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기 시작했는데 나의 기준은 심플했다.
그저 술 담배 안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하면서 명료한 조건.
9월 4일
가슴이 아리도록 내 인생에 가장 슬픈 날, 바로 내 결혼식이다.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노오란 카라 부케를 들고 주례 없는 결혼식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친구들은 새로운 결혼식 문화와 공연으로 이뤄진 결혼식이 신기방기하듯 다들 라디오 DJ가 주례대신 사회를 보니까 깔끔하고 오래 걸리지도 않고 너무 좋아를 연신 외치며,
식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시골에서도 있다니… 너무 대단하다라며 그야말로 내 결혼식은 정말 최고였다는 친구들의 호평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만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아직까지도 잘 이겨내고 견뎌내고 있다고 잘 버티고 있어라고 외치지만 가슴 한편에선 상흔이 되어 남아있나 보다..
분명 잘 살고 있고,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그 사람의 말에 손을 놓아줬는데…
달력의 숫자를 보면 우리의 결혼기념일인 9월 4일과 그의 생일인 9월 14일이 머릿속에서 삭제가 되지 않는다.
내 머릿속이 컴퓨터처럼 포맷도 되고 휴지통 비우기도 가능하다면 그런 사소한 기억까지 모두 남아있지 않았을 텐데…
나만 이렇게 기억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너도 나처럼 이런 기억을 조금이나마 하고 살아갈까?
가을이 다가와서 공기가 차가워진 만큼 내 머릿속과 심장이 좀 차가워지길 바라지만,
생각과 성욕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기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잘 지내니?
난 너를 무단히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잊으려고 무단히 노력한다고 잊어지는 게 아니더라…
어떤 날은 너를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생각의 꼬리들이 내 온몸을 감싸 쥐는가 하면
어떤 날은 너를 생각하고 싶은데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신경 쓸 것들이 너에게 온전히 닿질 않아서 생각이 안 나기도 하더라…
우리가 지난 시간 함께한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도 없고 다시 지워버릴 수도 없는
너와 나의 인생에 박제되어 버린 쓸모없는 빛바랜 액자와 같겠지만 그래도 그것마저도 소중한 내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할게.
건강하게 잘 지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