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나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성탄절
살면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나
신은 나에게 몇 번이고 삶을 다시 살게 해 줄
기회를 주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꼽아본다면,
첫 번째는
우리 동네에는 우리 집만 늦게 아들 터를 팔아줬는지
전부 고추 달린 사내아이들 뿐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내 나이 대여섯쯤..
그 아이들이 열심히 지붕 밟기를 하며 놀고 있을 무렵
오빠, 오빠 같이 놀자라고 뒤 따라가다가
하얀 플라스틱을 밟는 순간... 어어... 두둑.
남의 집 주방으로 떨어졌다.
아마도 그 오빠들은 나보다 머리가 조금 커서
제 몸무게를 가뿐히 이겨내는 지붕들만 밟고 다녔나 보다... 나는 그 지붕이 견딜 수 있는 무게를 미쳐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떨어지면서 배에 긁힌 자국이 생겼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빠가 철물점에 가서 하얀 물결모양의 플라스틱
지붕을 사 와서 그 집 지붕을 변상해 줬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9살,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아빠는 동네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사 오는
우리 형제를 보며 똥보다 더 더러운 거니
절대 사 먹지 말라고 하였다.
그 당시 30원, 50원 했던 아폴로, 코코아볼, 쥐포
정확하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이 시작됐다.
떼구루루... 구르고, 배가 아파서 허리도 못 펴고..
식은땀 나고.... 음식을 먹으면 전부 토하고...
아빠의 city100 애마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왼쪽 오른쪽 배를 번갈아가며 시작된 의사들의 촉진
나는 아프다고 울고, 불고....
나는 결국 소아과 병동에 입원을 했고,
그로 시작된 병원 놀이... 수액과 항생제를 맞고
지내니 살만 났다고 해야 하나?
그 당시 아빠, 고모, 삼촌, 언니들이 전부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계셨었다.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다 갔다 놀이를 즐기다가
고모나 고종사촌 언니, 삼촌을 마주하면 그날은
로또 당첨, 매점 싹쓸이를 하는 날이었다.
매점에 데리고 가서 먹고 싶은 거 고르라 하면
꼬모로 시작해서 카스텔라와 바나나우유
흰색 봉지를 가득 채워 병실로 돌아와선
이 구역의 베풂짱은 나야 나를 보여줬었다.
그렇게 입원한 지 일주일쯤이었나?
김밥을 먹다가 내 옆구리 터지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고열에.. 구역질에... 맥없이 누워있는 나
대학병원을 휩쓸고 다녔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소아과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고,
아빠는 이러다 우리 귀한 딸 죽는다고
레지던트 의사를 붙잡고 사정사정했고..
소아과 과장에게 우리 딸 원인 못 찾으니
일반외과로 전환시켜주라고 하니...
소아과에선 그럴 수 없다며 한사코 반대
일반외과 계시는 과장님께서
소아과 과장님에게 효원이 초음파 한번 찍어보자
혹시 맹장 아닐까라는 말에 나는 하루종일 금식 후
아침 첫 타임으로 초음파를 한 결과
맹장이 터졌...
이대로 가다간 염증이 번져서 죽을 수도 있으니
재빨리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대에 눕기 전에
요도에 소변줄을 꽂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너무 아팠고...
나비 바늘에 의지하며 수액을 맞다가,
큰 바늘을 찔러야 하는 고통
그렇게 부모와 떨어지고 혼자 서럽게 울며
들어간 수술방 침대
커다란 하얀색 조명에 불이 켜지고...
너무 울어대니 그 당시 수술방 근무했던
고종사촌 언니가 나를 달래줬다..
"효원아 한숨 자고 나면 금방 끝날 거야..."
눈을 떠보니
8층 소아과 병동에서 나는 6층 일반외과 병실로 왔고
오른쪽엔 피 주머니가 달렸고
복대로 배가 꽉 동여매있는 고통과
방귀를 뀌지 못하면 식사 따윈 못 한다는 압박감
간호사 언니에게 너무 배가 고파서
엄마와 간호사 언니에게 나 가스 나왔어라고
거짓말을 하고
간신히 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앗!!
두 번 다신 거짓말 안 해ㅠ.ㅠ
너무 아픈 고통들이 나를 짓눌렀다.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가스가 뽀오옹하고
배출되었고
간호사 언니들은 무조건 걷고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용기를 내어 발 디딛는 순간
침대에서 내려오는 게 두려웠다.
의사 선생님 회진 시간이야...
드레싱 하게 한번 보자.. 라며 내 수술부위를
처음 마주했다.
울퉁불퉁 10센티 남짓한 수술자국과
1센티가량의 피 주머니 심었던 자국
우리 부모님은 내가 죽다 살아났다며 너무 행복해
하셨지만 나는 내 배에 생긴 흉터를 보며 끔찍했다.
흉터는 커가면서 점점 작아질 거란 어른들의 말씀
거짓말이었다.
아직도 울퉁불퉁한 칼자국이 그대로 있다.
몇 년만 맹장이 늦게 터졌으면 나도 구멍 3개만
뚫어서 수술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많은 아쉬움이 자릴 잡으며 인생의 재탄생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나 또한
신이 주신 재탄생의 기회를 붙잡았기에
더욱더 열심히 즐겁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잘 살아봐야겠다.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