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중요한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돌림판에 올려둔 제누아즈에 가장 먼저 바르는 것은 시럽이다. 사실 시럽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시간이 좀 지난 시점부터였다. 시럽에 관해서는 말 그대로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배웠으니 배운 대로 아무런 생각이나 의심 혹은 고민 같은 거 하나 없이 빵 위에 시럽을 바르고 또 발랐다. 케이크 만드는 영상을 찾아보면 소스통처럼 작은 구멍이 뚫린 주둥이가 있는 통에 시럽을 넣어 짜기도 하고 분무기로 뿌리기도 하는데 우리는 붓이 있었기 때문에 붓으로 했다. 손에 잡히는 것이 통이었다면 통으로 했을 것이고 분무기가 있었으면 분무기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완성된 케이크의 축축한 빵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괜찮았다가 다음 날은 축축하고 별생각 없이 시럽을 발라대기만 했던 것의 결과물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또 내일이 달랐다. 한 번은 단골손님이 케이크 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자리에 서서 손님과 함께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했다. 생각 끝에 시럽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제누아즈나 생크림 같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만 집중했다. 사소하다고 여기던 시럽이 결과에 이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놀라웠다. 생각해 보니 뽀송뽀송한 케이크 시트를 완성해 보겠다고 그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런 빵을 생각 없이 바른 시럽으로 망쳐버린 건 아니었나 싶었다. 싱크대 안에 있는 먹다 남은 케이크가 물에 젖어서 흐물거리고 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마침 조각케이크 받침으로 사용 중이던 종이 유산지가 수분을 많이 먹고 축축하게 젖어 쉽게 찢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설탕과 물을 넣고 만드는 시럽을 만드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고 양만 조절하면 됐다. 붓으로 바르는 시럽을 어떻게 하면 같은 양으로 작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럽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기로 했다. 시럽을 담은 통의 사용 전과 후의 무게를 재서 양을 조절했다. 한 동안 시럽을 바를 때마다 저울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저울 없이도 시트가 적당히 촉촉하면서 빵의 뽀송뽀송함도 살릴 수 있는 정도를 알게 됐다. 앞서 고생했던 다른 작업들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해결점을 찾아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