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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Jul 21. 2023

다른 이의 삶에 햇빛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못 될지라도

어떤 빛과 향기로 남을지?, 30년 사서의 책 속에 담긴 지혜  

한 사람으로서의 다수,
한 사람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력       

  

'한 사람으로서 다수'. 월든 호수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수필 <시민의 불복종>(p.39, 은행나무, 2017)에 나오는 문장이다. 소로는 이 글을 통해 ‘선한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로가 말하는 ‘한 사람’은 영화 <슈퍼맨> 시리즈나 위인전에 나오는 영웅이 아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던,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 당신 같은 보통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은 당신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다.      

 



‘쫄리 신부’로 잘 알려진 이태석 신부가 있다. 봉사하는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이 지닌 영향력의 깊이를 보여준 ‘한 사람’이다. 신부의 첫 의료 봉사 지역은 아프리카 대륙 남수단의 톤즈였다. 그곳에서 한센인들이 사는 마을을 방문한 신부는 그들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에는 그 광경을 마주하고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이 나온다. 그곳에서 그는 세상 모든 슬픔을 끌어안은 ‘한 사람’이 되었다.  


사제 서품을 받은 2001년 10월에 남수단 톤즈로 떠난 이태석 신부는 2010년 1월, 48세를 일기로 선종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친구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그들의 친구였다. 그곳에서 이태석 신부는 오전에는 의사로서 80여 개 마을을 돌며 수백 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고 예방접종을 했다. 돌아와서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수학과 음악을 가르쳤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밴드 연습을 했다. 그것이 이태석 신부의 일상이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톤즈의 영원한 친구가 된 수단의 돈 보스코,
‘파더 쫄리’ 이태석 신부”


'톤즈 브라스 밴드(brass band)'. 신부는 그곳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학교 건물과 기숙사를 짓고 고등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전쟁과 열악한 환경으로 마음을 많이 다친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밴드를 만들었다. 이태석 신부와 아이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밴드는 수단에서 유명한 밴드가 되어 정부 행사에도 초청받았다. ‘톤즈 브라스 밴드’는 톤즈의 자부심이었다.


‘수단의 돈 보스코’, 톤즈 사람들은 그를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불렀다. 이태석 신부가 톤즈의 친구들 곁을 떠난 지도 13년이 지났다. 한국에 유학 와서 의대를 졸업하고 톤즈에 돌아가, '이태석' 신부처럼 살겠다는 '토마스 타반 아콧'이 있다. 그가 사랑한 톤즈의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남수단 톤즈에 뿌린 그의 씨앗은 아콧 같은 나무가 되어 내일의 톤즈를 만든다. 그가 문을 연 ‘톤즈 돈 보스코 병원’은 ‘이태석 신부 기념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
햇빛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자신의 눈부심을 숨길 수 없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James Mattew Barrie)의 말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햇빛을 가져다주는 사람, 공동체에 영향을 끼치는 선한 의지를 지닌 '한 사람’을 말한다. 그들이 선사하는 빛과 향기는 너무나 눈부시고 진해서 결코 숨겨지지 않는다. 무서운 사실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2023년 7월, 대한민국을 침통에 빠트린 일련의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떠오른 '한 사람'의 영향력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 <더 귀하고 찬란할 수 있는, 인생>에서도 언급했듯이, 꽃향기가 백 리를 가는데 사람이 뿜어내는 향은 만 리에 퍼진다고 한다. 사람이 지닌 좋은 향기란 무엇일까? 도덕과 양심, 배려와 공감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품격이 아닐까.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어떤 빛과 향기로 남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는 날들이다. 책 속에 담긴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이번 여행은 전승환의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허밍버드, 2018)에 나오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당신도 무사하기를


나는 원한다.

당신의 일상이 별일 없기를.

당신의 하루에 걱정이 생기지 않기를.


나는 믿는다.

복잡하고 소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당신의 하루가 편안하면 나도 편안할 거라고.


나는 바란다.

일상 속에 주어진 아픔이 없기를.

그렇게 당신의 하루가 무사하기를.


언제나 당신이 무사하기를.

그럼 나도 무사할 테니.


[p.143,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허밍버드, 2018]

by eunjoo [오늘 아침, 담소를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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