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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Jul 24. 2023

우울이 태도가 되지 않는, 인생  

혹한의 겨울도 찬란한 봄을 위한 것, 30년 사서의 책 속에 담긴 지혜

우울은 후회를 먹고 산다.


시작은 발바닥 통증이었다. 지난해 11월 출근길, 평소와 다름없이 하차를 위해 교통카드를 찍고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내 몸이 180도 회전을 했다. 교통사고였다. 


그 사건 이후, 출근을 위해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선다. 다리가 조금씩 저려오더니 몇 달 전부터는 통증도 심해지고 걷는 것도 불편해져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증상들을 검색하면서 온갖 나쁜 상상을 다 해봤다. 처음 발바닥이 아팠을 때 제대로 치료를 받을 걸,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할 걸. 내 몸이 아프다고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 걸. 이런저런 후회가 밀려왔다. 내 안에 우울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우울은 인생에 대한 태도의 결과이다.


부정적인 감정에서는 부정적인 생각만 싹튼다는 말이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긍정적 성향이라 자부하던 나도 이런 상황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울은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반성 없는 후회는 우울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붙들고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그와 같은 힘든 날들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기 때문이다.  


<자기합리화의 힘>(위즈덤하우스, 2022)의 저자, 정신건강의학자 이승민은 “우울은 인생에 대한 태도의 결과”(pp.205~208)라고 말한다. 우울한 기분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마음에 쌓아 놓게 되면 삶을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책읽는 고양이, 2016)를 쓴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는 어느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불행 속에서도 불행을 이겨내고 남을 만큼의 축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라고 기적처럼 다시 시력이 돌아왔을 때 소노 아야코는 말했다. 작가의 저서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는 이런 문장이 들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 순간의 기분이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속내를 털어내 보자. 기분이 태도가 되어 우울감이 우울증(憂鬱症)으로 자리잡지 않도록.    




뜻하지 않은 인생이라도 즐겁게 바라보자.


사고당시 마을버스 기사님은 연신 죄송하다며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서둘러 출근을 했다. 모닝커피를 타기 위해 포트에 스위치를 누르고 컴퓨터를 켰다. 갑자기 내 몸이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붕 뜨는 느낌이 들더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속도 메슥거렸다. 뭐지? 교통사고 후유증? 있는 힘껏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보니, 엄지와 검지 사이가 검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그날 이후, 가끔씩 발바닥이 깨지는 것처럼 아팠다. 날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더니, 어느 순간 종아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허리부상 때문이라며, 걱정 말라고 했다. 하지만 증상은 더 나빠졌고 진통제도 소용없었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고관절 질환이었다. 미세 골절과 직업 특성이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수술을 앞두고 있다. 비록 절뚝거리며 도서관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걱정보다 희망이 앞서니 행복한 날들이다.


혹한의 겨울도 찬란한 봄을 위한 것이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더숲, 2017)에 나오는 체로키족 인디언 롤링 선더(구르는 천둥)는 ‘인생의 사계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추운 겨울도 봄이나 여름처럼 만물에 꼭 필요한 것이 듯, 하물며 인간의 삶에 그런 과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우리는 이미 “눈부신 봄의 탄생도 혹한의 겨울이 없다면 올 수 없다”라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인생에서 공부가 필요한 순간>(위즈덤하우스, 2015)은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인생에 대한 사색과 통찰을 담은 명언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명언들 가운데 데스크 보드에 붙여 놓고 삶의 지혜로 삼는 인생훈이 있다. “인생을 즐겁게 바라보라, 그런 마음가짐은 인생의 수레바퀴를 원만하게 회전시키는 기름과 같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걱정보다 잘 될 거라는 믿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우울이 태도가 되어 삶을 황무지로 만들지 못하도록 말이다. 책 속에 담긴 지혜를 찾아 떠나는 이번 여행은 이승민의 <자기합리화의 힘>에 나오는 문장으로 마무리 짓는다.      


삶은 내가 내린 결정들로 정의된다.


나의 결정을 스스로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가치도 달라지는 것이다.


스스로의 부족하고 가녀린 부분을 

조용히 감싸주고 안아주는 일.

그로 인해 내 삶의 값어치를 

더 높게 쳐주는 일, 


그것이 바로 합리화다.


[p.211, 자기합리화의 힘, 위즈덤하우스]

by eunjoo [정성어린 사랑, 범부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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