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기상. 눈을 뜨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할까. 난 결정했다. 기상 루틴으로 가장 좋다는 '물 마시기'를 하기로.
몇 달 전이었을까. 엄마가 식초 만드는 법을 배워오셨다. 우유 식초, 오미자 식초, 감 식초... 실험정신으로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드셨는데 (실패한 것은 빼고) 성공한 식초들은 맛과 향이 고급스러웠다. 직접 만든 거라 그런지 조금씩 맡아보고 먹어보고 싶게 된다. 또한 수제 식초에는 엄마의 우여곡절이 담겨있다. 먼 곳까지 가서 수업도 배우랴, 수업 총무도 하랴, 크고 작은 어려움이 묻어있는 귀한 액체인 셈이다. 그만큼 애정이 듬뿍 담긴 건강한 조미료이니 관심을 가져주면 엄마의 기분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낸다. 더워지고 있는 시점이라 냉장고의 찬 기운을 피부가 달갑게 반긴다. 적당한 크기의 컵에 따른 후 오미자 식초를 약간 붓듯이 넣는다. 아주 연한 히비스커스처럼 분홍빛이 돈다. 컵을 살살 흔든 뒤 "덜 섞여도 어때!" 하며 왕창 마신다. 거침없이 넘겨야 쾌감이 크다. 식초가 지나간 목이 시큰해지다가 이내 잠잠히 가라앉는다. 물론 양을 많이 넣으면 목이 따가워서 미간이 세게 구겨진다.
이렇게 일주일을 했을까. 기분 탓일지, 플라시보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몰라도 마법처럼 몸이 굉장히 거뜬해졌다. 살의 결이 얇아진 느낌도 들고, 아침에 상반신을 일으킬 때 미세한 개운함이 올라온다.
"식초 마시니까 진짜 몸이 가볍다니까? 달라. 확실히 달라!"
라고 가족들에게 호들갑을 떨었었다.
다들 마셔보라고 한 잔씩 타서 점심 먹기 전에 건네기도 했다.
예전엔 먹고 마시는 것을 등한시했었다. 무엇을 무엇으로 먹고 어떤 것을 어떻게 마시든 닥친 일이 우선이었으니까. 카페에 가서 달달한 초코라떼와 위에 올려진 생크림을 듬뿍 흡입했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에 물은 한 잔도 안 마셨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안 됐는데. 오늘날 아침의 오미자 식초 한 잔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고생했던 몸을 위한 보상이라고 친다. 좋은 액체를 마시고 건강을 챙기자는 것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성장일 테다.
점점, 작은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소한 1분 1초의 시간들이 육체와 정신을 한 땀 한 땀 조성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불량식품을 많이 먹으면 피부에 뾰루지가 올라오는 것과 비슷한 원리가 아닐까.
웬만해서는 이 루틴을 쭉 이어가려고 한다.
기상 직후 식초와 물 한 잔.
아침이 오는 평화를 알고,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며, 엄마의 정성을 맛본다는 마음으로.
좋은 습관이 생겨서 기쁘다.
#. 오늘의 드라마 명대사 <호텔 델루나>
거대한 불행과 사소한 기쁨이 있을 때, 작더라도 기쁜 걸 찾아서 마음에 담고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