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행복연습(4-3)
자기에게 맞는 일을 바로 찾을 수 있을까? 자기 적성에 일이 맞는지 안 맞는지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해 보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찾아 가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연도 작용하고 상황 논리도 작용한다. TV나 영화에서 롤모델을 발견하고 동경과 선망을 가지고 도전한 경우도 있고, 방향을 못 찾고 방황을 거쳐서 현재의 직업에 정착한 경우도 있다.
나는 자기가 좋아 하는 일, 재미 있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전 글, “일work, 일job, 일task”(1-2)에서는 일(job)을 구성하고 있는 일(task)로 잘 쪼개야 한다고 썻다. 그런데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 어떤 직업의 구성 요소(task)를 쪼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직업체험이다. 2-3년 일하다 보면 그 직업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직업이 내게 맞는 지 아닌 지 경험적으로 알 것 같다. 다양한 직업을 한 10개쯤 경험해 보면,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3년 동안 10개, 20-30년 직업 체험하고 자기 직업 찾아간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거기에, 진입장벽이 무척 높은 직업들도 있다. 의사가 되고 싶으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해야 한다. 공군 파일럿이 되고 싶으면 정말 타고나야 된다. 파일럿 세계에서는 노력만으로 안 되는 신체 영역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도 논문 한 편 쓰기 위해서 석사과정에서 2년 동안 훈련 받는다. 직업을 체험한 다음 선택하는 건, 있을 수는 있지만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좋아하는 직업을 찾는 거는, 일종의 매칭이다. 자기와 일을 맞추어 보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늘려 가는 작업이다. 일에 대한 이해를 늘리기 힘들다면, 자기에 대한 이해를 늘려, 언매칭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자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아무래도 본인과 맞지 않을 꺼 같은 일은 피할 수 있다.
이전 글에서 했던“행복을 쪼개 보아야 한다”, “행복의 구성 요소를 알아야 한다.”라는 말은 다른 분들이 했던 말과 똑같다. 결국 자기 이해다. 자기 행복 구성 요소 파악은 자기 이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나는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계속 배워갔다.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었던 대학생 시절에는 1년 6개월 동안 11가지를 한달 이상 배웠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타입의 인간인지를 어렴풋이라도 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일단 바쁘다. 일 하면서 친구 만나면서, 가족과 함께 하면서 1년 내내 뭔가를 배우러 다니기는 조금 힘들 수 있다. 또 배움이라는 게 자기 부정을 수반한다. 배우고 싶어서 배우는 거지만, 생소한 지식을 머리 속에 억지로 집어 넣는 과정이 필요하고, 한 번도 써 보지 않는 근육을 이용해서 처음 해 보는 동작을 되풀이 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조금 괴롭고 힘들다.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노는 거다. 내가 언젠가 청소년이나 사회 초년생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들에게 열심히 놀라고 하고 싶다. 일단 노는 것은 원초적인 기쁨이다. 억지로 노는 사람은 없다. 놀고 싶어야 놀 수 있다. 노는 테마를 바꾸어서 놀기도 편하다. 이렇게 놀다고 재미 없어지면 저렇게 노는 거다. 자유도도 무척 높다. 자기가 놀고 싶을 때, 놀고 싶은 사람과 놀고 싶은 장소에게 놀면 된다.
자기를 찾아 가는 과정으로 놀이를 이용하라는 뜻이다. 그러니 한 가지 방법으로만 노는 것보다 다양하게 놀아 보는 게 좋다. 나도 보여주기 위해 한 번 “자기발견 놀이 리스트”(그냥 내가 붙힌 이름이다)라는 것을 만들어 보았다. 내가 놀아 보고 싶은 것들 엑셀에 적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니, 87개가 나왔다. 이 87개를 다시 그룹으로 나누어 보니까, 운동(33개), 미술(13개), 언어(9개), 교양(7개), 음악(6개), 문학(5개), 공연(4개), 기계(4개), 자연(2개) 순이었다. 이 그룹을 보며 자기 고찰해서 다시 더 큰 그룹으로 묶으면, 잘하진 못하지만 잘하고 싶은 거(운동, 미술), 잘하지 못하고 관심도 거의 없는 거(기계, 자연), 해 보면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언어, 교양)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당장 할 수 있으며 돈과 준비 시간이 별로 들지 않는 것부터 해 보는 것이다. 1주일에 한 개씩만 해 보아도 1년 6개월이면 다 해 볼 수 있다. 마음에 들면 따로 계속하는 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 하고 딴거 하면 된다. 배우는 것보다, 직업 체험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원초적으로 자기를 파악할 수 있다.
요즘 원데이 클라스도 많고, SNS에 완전 초보 동호인 찾는 글도 많다. 아니면 교양이나 언어는 유튜브 보며 혼자 해도 좋다.
그냥 호기심인데, 다른 분들이 작성한 “자기발견 놀이_리스트”를 한 번 보고 싶다. 다른 분들 리스트를 보면서 그분을 알 수도 있지만, 나를 더 잘 알 수도 있다. 자기가 보는 자기와, 다른 분(다른 모델)을 통해 깨닫는 자기 모습이 다를 수 있기에, 다른 분들 리스트를 열람해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