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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Aug 12. 2022

모르는 번호는 엄마입니다

 


모르는 번호는 엄마입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옵니다

무조건 받습니다 엄마입니다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 많다 하시며

갑자기 없는 번호가 돼버린다 하시며

 달 전 엄마는 친구분들과 자식들 번호

서로서로 저장을 합니다 저장하다 실수로

통화를 눌러 여러 번 전화가 왔었어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옵니다

잔잔히 받습니다 엄마입니다


공손히 묻는 말

이경순 씨 아들이오?

올라오는 모든 것을 누르며 잔잔히 말해요

돌아가셨다 잘 모셨다 말해요


어떡하나 어떡하나 젤 건강했는데 어떡하나

생각보다 곱고 단아하게 엄마들은 받아요

언제든 누구든 갈 수 있다 매일 생각해

엄마는 좋은 데 갔을 것이오 하신다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는지 물으신다

아침 7시 50분 수술실 들어가시며 손 꼭 잡고

기도해 기도 많이 해 하셨어요

그 양반은 자기가 많이 했는데 뭔 기도를

자식들 보고 또 하라 하셨는가 허허허 허허허


화기를 놓고 입을 놓고 귀를 놓고

엄마를 놓고 엄마의 말을 듣는 밤이에요


엄마는 이제 안 오니까 너무 기다리지 말고

힘내서 잘 있다가 그리 갈 생각 해요  

내 먼저 가서 자식들 안부 잘해줄게 

엄마에 대한 기억이 이토록 오래 푸르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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