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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2. 2017

봄동

진도에도 봄 소식이

봄동


뎅강뎅강 몸통 잘리고

휑하게 남은 뿌리 위로

창으로 옆구리 찔려 물과 피 흘렸던

사내의 흔적이 남았다


그 해 겨울

남겨진 밭 자락

진액 마른 뿌리 위로

흰 눈이 내리고

샛노란 잎에 돋은 가시는 소름 돋았고

풀어 헤친 머리 위로 바람이 불고

허허한 속이 파랗게 퍼졌다


다 채우지 못한 속에 파득거리는 봄이 담기고

갸릉갸릉 돋은 소름이 입술에 닿는다

깊은 속까지 다 내놓아

뚝뚝 떨어졌던 사내 핏줄처럼

生으로 입속에 바스락거린다


진도 바다에도 모가지 잘린 봄이 자리를 폈다

수학여행 가던 아이들이 바라던 봄…


이 봄, 입속에 꿈틀대는 건 죽음 이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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