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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Sep 20. 2017

그릇 태워먹을 친구가 있다면

누군가와 정신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흠흠...이 고소한 냄새는 어인 일인고? 식사 시간 지난지가 언젠데 지금까지 코를 간질이는 향긋한 정체가 궁금했다. 가스렌지 위에는 요리했던 흔적이 없다. 깔끔하게 청소된 상태다. 냉장고를 열어볼까 하다가 잠시 눈길이 머문 곳에서 궁금증을 자극하게 한 원인을 발견했다.


속이 깊은 프라이팬 바닥이 시커멓다. 물에 불린지 한참인 모양이다. 누군가 뭔가를 올려놓고 핸드폰에 눈과 귀를 빼앗기고 깜빡 했나 보다. 지금 쉼터를 이용하는 이주노동자 둘은 갓 스물을 넘겼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부엌을 들락거렸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식칼 한 번 잡아보지 않았을 수도 있는 나이다. 그가 고향에서 어떤 사연을 안고 살았는지 모르지만,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엄마에게 응석을 부려도 징그럽지 않을 아직은 앳된 청년에겐 친구랑 마냥 이야기하며 노는 게 즐거웠을 것이다. 


누군가와 정신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젊은 날에 한번쯤은 그릇 태워먹을 친구가 있다면 타국이라 한들 외로움이 발붙이겠는가?


이래저래 남아나는 그릇이 없어도 젊은 청년이 남긴 고소한 냄새가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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