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뉴욕, 점심은 서울, 저녁은 파리
예술은 무엇일까? 나는 문학, 연극, 영화, 음악, 미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인문학을 사랑해 '인문사회과학' 이라는 명칭의 단과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렇지만 내가 대단히 예술에 조예가 깊어서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음악적 재능이 있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즐길 뿐이다. 사는 게 바쁘다보면 전시회나 공연을 보러갈 시간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예술을 손쉽게 즐기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오감과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시각적 예술이다. 가장 저렴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다. 주말이 되면 소파에 누워서 맥주와 함께 곁들일 영화를 고르곤 한다. 처음엔 넷플릭스로 충분했는데 지금은 쿠팡플레이, 티빙, 왓챠에 발을 넓게 걸치고 있다.
음악은 청각적 예술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너무 다양하다. 아침엔 피곤하고 출근길에 힘내고 싶어서 활기찬 팝송을 듣는다. 점심엔 졸음을 쫓으려 시끄러운 댄스가요를 듣는다. 저녁엔 조용한 재즈와 함께 분위기를 내곤 한다.
무용은 촉각적 예술이다. 뱃살을 빼고 싶어 헬스장을 끊었지만 매일 런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이 지겨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운동을 이것 저것 해보았는데 모두 얼마 안가 그만두고 말았다. 그중에서 살아남은 건 댄스와 발레다. 퇴근하고 칼로리 소모 겸 운동 삼아 하고 있다.
요리와 술은 미각적 예술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내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같이 먹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음식을 통해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때는 맛집을 가고 술집을 가니까.
향은 후각적 예술이다. 언젠가 향수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향을 맡는 순간 들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향의 매력에 빠져 인센스 스틱도 사모으고 자기 전에는 양키캔들 향을 맡으며 하루를 정리하곤 한다.가장 좋아하는 향은 풀잎향, 생화향이지만 기분에 따라 향을 바꿔가는 재미가 있다.
여행은 이 모든 오감을 결합한 결정체이다.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맛보다 보면 행복한 감각이 온몸에 새겨진다. 새로운 곳을 탐방하고 감각적으로 즐기는 일이 재미있다보니 어느새 전세계 3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그 도시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은 나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건강의 3요소를 고르자면 '탄,단,지' 대신 'Music, Alchohal, and Love'를 선정할 예정이다. 포브스 선정 '000'은 못되더라도 내가 선정한 '000'안에 이름을 올리려면 이 3요소가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야 한다. 먼저 첫번째로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음악! 바이닐을 모으고 싶지만 좁은 집에 LP까지 둘 공간이 없어 블루투스 스피커로 만족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면과 음악이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순간을 찾아내 스피커 볼륨을 높인다. '타이타닉'의 명장면, 뱃머리에서 하늘을 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셀린디온의 OST와 어우러져 감동이 배가 된다.
둘째, 예술을 다룬 영화와 그 톤에 맞는 요리와 주류를 즐기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고 나서 달달한 티라미수와 커피를 마시고, '맘마미아'를 보고 난 후 지중해식 가지구이와 여름 칵테일을 마시는 식이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예술’의 ‘술'은 알코올이라고 얘기한다. 영화 속 인물에 나를 대입해 인물에 공감하다보면 술에 취하듯 예술에 취한다.
셋째, 사랑이다. 세상 노래의 90% 이상은 사랑 노래라는데 사랑만큼 시대와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을까? 고맙게도 나에겐 전 남자친구 현 남편이 글의 영감을 주었다. 각박한 도시에서 그래도 우리가 살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며,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사랑이 없다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단하게 견디는 것이 참 어려웠을 것이다.
어렸을 적 나는 디즈니 만화를 보며 공주가 되는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러나 사는 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보니 언제 공주가 될 수 있으리오! 이러다 영영 공주가 될 수 없겠다 싶어 현실 속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는 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나의 책 제목은 '아침은 뉴욕, 점심은 서울, 저녁은 파리'다. 아침으로 크림치즈베이글을 먹고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든 채 'Still new york'을 들으며 출근한다. 지하철에서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지금 이 지하철이 뉴욕의 지하철이라고 상상해보는거다. 점심에는 잠시 현실로 돌아와 업무를 보고 서울의 향과 멋을 누린다. 저녁에는 'Paris in the rain'을 들으며 청계천을 걷는다. 달달한 마카롱을 한입 베어물면 청계천이 센 강으로 변하는 마법을 느낀다. 한국의 에펠탑인 남산타워를 보면서 퇴근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것이 내가 서울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한국에서,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놓치게 된다.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있어야 한다.
삶이 좀 더 풍성해지는 감각, 삶이 좀 더 시네마틱 해지는 경험! 그것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다.
여러분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취향이 있다면 물감처럼 섞어보기도 하고,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요리 조리 뒤집어보아요. 아직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함께 취향 찾기 여정을 떠나보아요.
자, 이제 예술에 취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