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의식(consciousness)을 설치할 수 있을까
21세기 인류가 꿈꾸는 컴퓨터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월등한 기능을 하는 그런 컴퓨터이기도 하겠지만 한편 인간을 닮은 컴퓨터를 바라기도 합니다. 인간을 대신하고 인간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인간을 닮아야 하겠죠. 그러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컴퓨터에 어떻게 하면 '영혼'을 불어넣을지에 대한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혼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식(Consciousness)입니다. 우리는 아침잠에서 깨어나면 정신을 가다듬으며 오늘이 며칠인지 오늘 하루의 계획이 어떤지 기억을 되살립니다. 차가운 물에 상쾌한 세수를 하고 은은한 향의 모닝커피를 즐기는 이런 경험, 인간으로서 체험하는 느낌과 감정, 이 모든 경험을 의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컴퓨터는 계산을 하는 기계이지 의식을 가진 기계가 아니지요. 과연 언제쯤이면 컴퓨터가 의식을 가지고 우리에게 "저도 부드러운 커피를 좋아하는데 맛있겠어요" 같은 말을 해줄까요?
요즘처럼 이렇게 많은 학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의식'에 대한 연구에 뛰어든 적이 역사적으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의식'이라는 것은 종교, 철학, 예술에서 다루는 것이고 절대 의학이나 과학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불교 수련을 하는 승려들, 명상을 하는 힌두교도들이나 의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들 생각했죠. 그러나 의식이란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것이며 뇌의 특정 부위 (posterior cortical region)가 손상될 때 환자가 의식을 잃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뇌의 한 부분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불과 30여 년 전 인간의 뇌 그리고 신경과학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면서 하드코어 과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DNA 구조 연구로 노벨 의생리학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이나 항체(antibody)의 구조 연구로 역시 노벨 의생리학상을 수상한 제럴드 에델만(Gerald Edelman) 등이 말년에 의식에 대해 열정을 불태운 학자들입니다. 근래에 컴퓨터 과학에서 불어온 AI의 바람으로 의식에 대한 관심은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컴퓨터에 의식을 설치(install)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기계에 영혼을 불어넣을 것인가요?
컴퓨터에 의식을 불어넣는데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들로는 버나드 바스(Bernard Baars), 스타니스라스 드헨(Stanislas Dehaene)과 장피에르 샹거(Jean-Pierre Changeux)가 있습니다. 미국의 인지 과학자 버나드 바스는 의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1988년 처음 전역 작업영역 (Global Workspace)라는 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후 프랑스의 신경과학자인 드헨과 샹거가 이를 더욱 발전시켜 전역 신경 작업영역(Global Neuronal Workspace)이라는 이론으로 정립하였습니다. 이론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의 뇌 안에는 '무대(theater)'와 같은 곳이 있어서 이 무대 위에 올려질 때 '의식'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고요. 반대로 무대에 올려져 있지 않은 정보, 기억, 행동은 '무의식' 속에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 나타나는 현상이 인공지능의 정보의 처리 (information processing)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죠. GNW 이론에 따르면 결국 미래의 고도화된 컴퓨터는 인간의 뇌와 같이 의식을 가질 것이라는 거죠.
이번 편은 이만 여기서 줄이고 앞으로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