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미소세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일까?
벌써 70여 년이 지났네요. 스물다섯 살 난 미국 출신 연구원 제임스 윗슨과 그와 함께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프랜시스 크릭이 1954년 4월 DNA의 분자구조를 처음 세상에 발표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봐도 정말 기막힌 발견이었습니다. 단 4개의 핵산(아데노신, 티미딘, 구아노신, 시티딘)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는 구조의 단위였다는 것은 인류에겐 놀라웠습니다. 유전정보의 단위가 이렇게 단순하기에 그 후 유전자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고 유전자의 분석과 조작도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유전자 못지않게 관심의 대상이었던 의식과 뇌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곧 실체를 찾아낼 줄 알았습니다. 유전자의 기본단위가 DNA 라면 의식은 기본단위는 무엇일까요? 지난 백여 년간 첨단과학적 방법으로 뇌를 파헤쳐왔지만 솔직히 의식의 실체는커녕 그럴듯한 단서조차도 찾아내고 못했습니다. 뇌에는 뇌세포가 있고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알겠지만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의식을 갖고 기억을 하는지는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의식의 실체가 미소세관(微小細管, microtubule)에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미소세관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세포 내 구조물입니다. 세포의 골격을 형성하기도 하며 정자의 꼬리 또는 단세포 생물의 편모를 구성하는 단위이기도 하죠. 이 가설을 주창한 스튜어트 햄로프 박사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 대학 의대 마취과 의사입니다. 그는 1986년 그의 책에 뇌세포 내 미소세관을 이루는 튜블린(tublin)이라는 단백질 단위가 배열되는 격자의 페턴에 의식의 정보가 저장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DNA 구조 발견을 연상케 하는 주장이죠.
그런데 햄로프 박사는 마취과 임상의사로 미소세관에 대한 기능적 연구를 수행한 경험은 전무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미소세관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의 귀에는 뭔 뜬금없는 소리냐라고 코웃음을 칠만한 주장인 것이죠. 문제는 여기에 제2의 거물급 과학자가 햄로프 박사의 의견에 동조하며 가세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 2020년 블랙홀 연구에 대한 수학적 기틀을 마련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로저 펜로즈 경(Sir Roger Penrose)입니다. 뇌연구를 해온 과학자는 아니지만 워낙 널리 알려져 있는 학자라 팬로즈 박사가 무게를 싣자 분위기는 희한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펜로즈박사는 의식에 대한 정보가 미소세관에서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저장되고 전달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양자현상인 중첩, 얽힘, 결맞음 상태가 미소세관에 일어나면서 의식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뇌는 양자컴퓨터와 같은 구조물이며 그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던 의식의 실체는 양자역학으로 해석해야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햄로프-펜로즈의 조화 객관 환원이론(Orchestrated Objective Reduction Theory, 짧게 줄여 Orch OR)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 하는 증거로 햄로프는 먼저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을 예로 들었습니다. 뇌를 관찰해보면 미세소관 단위 단백질을 묶는 타우(Tau)라고 하는 단백질이 있는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타우 단백질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미소세관이 파괴되고 결국 뇌세포가 사멸하고 결국 의식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일본의 과학자들은 뇌세포 시냅스의 미소세관에서 양자 진동을 감지하였고 이러한 일정한 진동이 의식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유사과학이라는 지적으로 논란도 많은 조화 객관 환원이론의 운명은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실험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