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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t 장건희 May 19. 2022

댕댕아.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니?

동물과 곤충에게도 의식이 있는가?

저는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이웃에 사는 반려견들과 TV에서 나오는 동물들에 재롱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그저 집에서 키우는 동물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간혹 상황에 따라 관찰되는 반응, 교감 특히 공감력을 보면 어쩌면 이렇게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할까 놀라곤 합니다. 


대학 연구원 시절 한창 동물실험을 수행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다양한 동물들로 연구를 했는데 그중 흰 생쥐(BALB/c 마우스)를 유독 많이 다루었죠. 당시 저희 딸이 갓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본의 아니게 저는 실험에 사용되던 흰 생쥐와 딸아이의 반응과 행동을 비교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몇 주 되지 않은 흰 생쥐는 정말 인형처럼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행동이 상당히 영리한 것이 갓 태어난 인간의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나 흰 생쥐들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당연히 이들도 인간과 같이 의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도 인간과 동일하게 고통이나 기쁨 그리고 만족함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고등동물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지렁이나 곤충과 같은 하등동물들에게도 의식이 있을까요? 

최근 철학자들과 물리학자 사이에는 식물이나 심지어 무생물들도 의식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논쟁이 있다고 합니다. 우주상 모든 물체에는 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세계관을 범심론(汎心論) 또는 팬사이키즘(Panpsychism)고 합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동양철학 특히 힌두교와 불교철학, 샤머니즘 신앙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나 무슬림과 같은 서구철학과 종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관념이기도 합니다만 최근에는 일부 신경과학자와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들 사이에 팬사이키즘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Pexel_Any Vu

그런 가운데 지난 2004년 '어떠한 생물체이건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만 있으면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하고 나온 이탈리아계 출신의 미국의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미국 위스콘신 대학 의대 교수인 줄리오 토노니 (Giulio Tononi) 입니다. 토노니 교수는 정보의 풍부함과 정보의 통합이 의식의 기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합 정보 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이라는 이름을 붙었습니다. 토노니 교수는 의식을 전통적인 방법론(생화학, 의학)으로 접근하기보다 의식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해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공리(axiome)를 세우고 이들 공리를 바탕으로 수학적인 모델링을 하였죠. 여기서 나온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 파이(Φ)라고 불렀습니다. 정보를 통합한 통합량 파이(Φ)가 어느 정도 수준일 때 의식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독일의 과학자 에른스트 마하(Ernst Mach)가 그린 왼쪽 눈으로 바라보는 '자화상'. 의식 연구에 많은 영감을 주었음.

통합 정보 이론은 순전한 수학적 모델링에서 나온 이론이기는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도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템플턴 재단에서 2천만 달러의 연구지원금을 받고 의식에 대한 양대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전역 신경 작업영역 이론통합 정보 이론을 놓고 어떤 이론이 더욱 현실에 가까운지의 실험이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토노니 교수와 동료인 키아라 치렐 교수. 두 사람은 무의식과 수면 연구분야의 권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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