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ott 장건희 May 06. 2022

당신의 뇌정보 업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식과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을까?

지난 2018년 MIT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혈기 넘치는 두 젊은이 - 로버트 매킨타이어, 마이클 매카나가 스타트업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넥톰(Nectome)이라는 이 회사는 인간의 두뇌를 영원히 보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의식과 기억을 디지털로 컴퓨터에 업로드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계획이지만 그들은 곧 세간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회사는 기관과 앤젤 투자자들 통해서 가뿐하게 100만 불의 투자를 받고 미국 정부로부터 96만 불의 연구비를 받아 MIT와의 공동 연구도 시작했습니다. 아직 시제품도 나오지 않았는데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뇌를 업로드해달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회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뇌를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고정화(glutaraldehye fixation) 기술이 전부였습니다. 뇌의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은 아직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뇌를 화학물질에 담가 고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안락사되어야 합니다. 이는 커다란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흥분하던 투자자들과 미디어들도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고 실망을 숨기지 못했고 공동연구를 약속했던 MIT도 계약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난 듯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벨리에 본사를 둔 넥톰은 아직도 같은 목표로 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업로딩 시키는 장면은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룬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류 학자로서  분야픽션이 아닌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학자가 습니다. 그가 랜들 코엔(Randal Koene)이라고 하는 네덜란드계 컴퓨터 신경과학자입니다. 그는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학자이며 전체 두뇌 에뮬레이션(whole brain emulation) 목표로 하는 카본카피스(Carboncopies)라는 재단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제 인간은 이전의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때가 왔다고 코엔 박사는 생각합니다. 지구의 온난화로 환경이 파괴되고 결국 생명체가 기 어려운 조건이 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몸으로부터 벗어나 두뇌를 컴퓨터와 기계로 이식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인류가 지구가 아닌 화성이나 새로운 거처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우주탐사에 적합한 기계에 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글로벌한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인간의 기억과 의식을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커넥톰(connectome)이라는 인간의 신경망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커넥톰으로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풀어낼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거죠.  

카본카피스의 랜들 코엔 박사

마인드 업로딩의 실증 단계로 과학자들은 과연 이것이 될만한 일인지 시범 케이스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예쁜꼬마선충 (C. elegans) 마인드 업로딩이며 오픈웜(OpenWorm) 프로젝트라고도 불렀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망 정보를 가지고 그 신경 체계를 로봇이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겠다는 계획이죠. 선형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은 신경세포가 겨우 302개밖에 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신경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구조가 지극히 단순하지만 웬만한 동물의 반응과 행동을 모두 구사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사진 (좌), 신경세포 분표의 모식도 (우)

막상 여러 그룹에서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럴듯한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신경세포의 시냅스는 모두 연결의 강도나 다르고 신호의 흐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실제 생명체와 시뮬레이션 간의 격차는 꽤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그룹들은 부족한 부분을 추가적인 알고리즘이나 머신러닝을 도입하여 시뮬레이션해보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제한된 성공과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데 그쳤습니다.  


작은 생물체 조차도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역시 자연의 복잡성과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과연 언제쯤 돌파구가 나타날지 원래 기대했던 성공을 거두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 01화 기계에 영혼을 불어넣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