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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석 Oct 16. 2024

예고 없이 찾아온 첫 번째 정리해고


는 약 20년간 6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총 5번의 이직을 한 셈이다.


첫 번째 회사 국내 대기업 5년 3개월

두 번째 회사 미국회사 3년 3개월

세 번째 회사 미국회사 3년 8개월

네 번째 회사 국내 대기업 1개월

다섯 번째 회사 미국회사 2년 1개월

여섯 번째 회사 국내 대기업 6년 (현재 근무 중.)


같은 경력의 다른 사람들 보다 이직이 많게 보이지만

그만큼 이직을 위한 노력과 경험이 많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여섯 번째 회사는 국내 대기업, 두 번째~다섯 번째 회사는 미국회사의 한국 지사였다.


이중 세 번째 회사와 다섯 번째 회사에서 2년 동안 두 번의 정리해고를 당했었는데,

다음은 세 번째 회사에서 해고당한 이야기이다.


내가 하는 일은 고객의 제품을 설계해 주고 기술적으로 지원해 주는 업무이다.

미국회사이다 보니 국내 고객은 그 수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지사 매출이 급감하 시작했자.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회사의 제품군들은 고객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이러다 본사에서 우리 팀 날리는 거 아냐??'

이런 의구심이 들곤 했다.


그러던 2016년 10월 어느 월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커피를 한잔 내려 자리에 앉아 PC를 켜었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본사 매니저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메일수신자들은 10시까지 대회의실로 모이세요."


살면서 몇 번 느끼지 못했을 뭔가 쎄함이 느껴졌다.


그 쎄함을 가졌지만 영문을 모은채 회의실에 한 명 두 명 모여들었다.

대충 보니 내가 속한 개발팀 인원 전부와 세일즈 조직 사람들이다.


미국 본사 매니저와 한국 인사과 담당자인 송 부장님이 무표정으로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여기저기서 불안한 눈동자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왜 모이라는 거야?

"무슨 일이야?

"고객에게 자료 전달하기 위해 어제 밤새서 빨리 보내줘야 하는데 아침부터 무슨 일이람."

피곤한 얼굴의 박 차장의 투덜거림도 들린다.


10여분이 흐른 후 본사 매니저가 준비해 온 자료화면에 띄웠다.  

화면을 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말이 없어졌다.


제목이 Benifits for Layoff of Korean.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 직원들의 정리해고를 위한 보상이라니...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정리해고의 대상자란 말인가?



본사에서 온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layoff대상자들이고,
12월 16일에 출입 카드 안될 거고,
위로금은 각자 근무년수에 따라 다르게 줄 거예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없이 추후 진행 절차에 대해서만 준비해온대로

읽어내려 갔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자~ 설명 다 했으니
질문 있는 사람 질문해 보세요"



이 회사는 내가 다닌 3번째 회사였다.

첫 번째 회사는 국내 대기업에서 5년 했는데,

그 당시엔 워라밸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라

월화수목 금금금 아침 8시까지 출근해서 새벽퇴근 그리고 주말근무


저녁 11시까지 야근 후 회식..

이런 생활이 5년간 지속되었다.

 사이 딸도 태어났는데 아빠는 항상 집에 없는 사람었다.


사회초년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봐야 하고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5년 차 되던 어느 날 공장에 불려 가 2박 3일을 골방 같은 곳에 갇혀 업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집에 가는 길에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우두두' 굵은 빗방울이 내 작은 마티즈의 천장을 때리는 소리에 잠이 깼던 것 같다.


'나 잘하고 있는 거 맞나?

 딸 크는 것도 못 보고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내게 미래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인생은 타이밍인 거라 이맘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왔고

몇 번의 면접 끝에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수 있게 되었다.


외국계 회사는 일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회사였으니까.

 미국인들은 지금의 우리처럼 영혼을 갈아 넣어 일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옮긴 외국계 회사의 주요 고객이 고단하게 일하는 한국에 위치하고 있었고

주요 고객이 국내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평일의 노동의 강도가 약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딸과 찍은 주말 사진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로소 주말은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걸로 충분히 행복했다.


이곳에서 3년을 근무하고 같이 일하던 한 부장이 세번째 회사로 먼저 이직은 했고

나를 데려가고 싶다고 설득한 끝에 기로

이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순간 회의실은 정적이 흘렀다.

 

나 또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며칠 전부터 인사담당자인 송 부장님이 전화회의실에서 계속 통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을 나올 때마다 평소 웃음이 많으시던 모습과 다르게 항상 표정이 좋지 않았었다.

본사와 해고 명단을 정하고 조건에 대해서 협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 중에는 고객에게 전달해 줄 자료를 만드느라 전날 밤을 거의 새운 박 차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날 밤을 새워 일했는데, 해고 통보라니..  와중에 다른 사람입장을 헤아려본다.


영화에서 봤던 You're fire! 의 대사가 생각났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지 우린 Layoff 당한 것이다.

다들 한동안 말이 없다가 박상무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있었다.


"우리가 왜 나가야 하는데요?"


항의의 물꼬가 트이니 여기저기서 항의성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국 비즈니스에 기여한 바가 있는데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내가 고객 매출의 98%를 담당하고 있는데, 2%를 담당하는 사람이 살아남고 내가 잘리는 게 말이 되냐?"

박 차장도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한다.

"경영진은 우리를 고용 유지하려고 어떠한 노력을 했습니까? 고발할 거다"  


항의가 조용해질 즈음에 우리 팀 매니저였던 박상무 이야기한다.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할 테니 인사부장님 하고 본사 매니저는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본사에서 이렇게 나오니 우리도 함께 대응 방안 찾아보죠."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모두들 방법을 몰라했고, 우선은 박상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모두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각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고

위로금 없이 버티던지 위로금 조금 더 받고 나가서 살길 찾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후 면담실에서 1:1로 레터에 사인하러 들어갔.

나 또한 면담 들어갔고, 바로 싸인은 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의만 하고 나왔다.


박상무의 리드하에 몇 번의 협의가 있었고,

먼저 인을 하고 정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나도 2개월치 더 주는 조건과 한 달 근무 연장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무리했다.


세상 밖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탄핵 집회로 시끄러웠는데,

예고 없이 당한 해고로 나의 릿속은 더욱 어지러웠다.

 쓸모가 없어진 우리는 회사로부터 탄핵당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렇게 사업부를 정리할땐 일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 없이 정리된다.

회사는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만

보안등의 이유로 위로금 몇달치로 협의를 마무리 한다.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는게 어디냐고 위로해보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해고와 실직은 꽤나 상처로 남았다.


그렇게 나는 아무준비 없이 첫 번째 해고를 당하 되었다.


# Side Note


해고의 종류 (출처;고용노동부)


1. 계약 만료 : 기간제 근로자처럼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기간 만료로 계약 해지하는 경우

2. 징계해고 : 근로자가 직장의 경영 질서를 현저히 해친 경우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을 대 이루어지는 해고

3. 폐업해고 ; 민법 제663조 사용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고용 기간의 약정이 있는 때에도 노무자 또는 파산관재인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경영상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정리해가가 아닌 통상해고로 본다.

4. 정리해고(경영상) : 근로기준법 24조, 사용자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하는 해고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노력,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상자 선정이 필요함.

5. 명예퇴직(희망퇴직) :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위로금 등의 보상으로 퇴직을 유도하고 근로자가 신청하면 사용자가 퇴직 대상 여부를 심사한 후 근로관계를 종료함.

6. 의원퇴직 ; 근로자가 일신상의 사유(이직, 학업 등) 이유로 사직서 제출하고 사용자가 승낙하여 근로관계 종료함.


#fire와 layoff 차이점

1. fire ; 누군가를 그들의 직업에서 제거해 버리다(즉, 자르다)란 의미이고 이유는 보통 그들이 뭔가 직업적으로 잘못한 게 있다거나 아니면 뭔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자가 문제인 것이다.


2. layoff ; 누군가를 고용하기를 중지하다는 뜻이고 보통은 근로자들의 업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다. 즉, 뭔가 잘못해서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사정 때문에 해고한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해고를 정리해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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