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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석 Oct 30. 2024

첫 번째 최종합격, 그러나 3주 만에 다시 그만두다.

A사에 최종 합격 한 후

그동안 위로해 줬던 동료들에게 저녁도 사고

가족들과 또다시 괌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번에 입사하면 십 년 넘게 다닐 거니까..

입사 전에 어디라도 다녀오자 해서 괌에 다녀왔다.


앞으로 십 년 이상 다닐 회사에 입사를 앞두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갈 곳이 정해진 상태에서의 여행인지라

지난 유럽여행과 달리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사진 속 표정을 봐도 한결 밝아 보였다.


공항 속 TV에는 탄핵당한 대통령이 검찰청으로 호송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합격통보를 받은 것이 탄핵선고일이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여행에 다녀와서 입사를 하고 첫 출근을 하게 었다.


출근하고 2일은 여러 교육으로 인해 현업부서에 가지 않았다.

면접 봤던 임원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만 하러 다녀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을 마치고, 현업 부서에 배치되었다.

새로 셋업 된 팀이었는데, 다른 부서에서 차출되어 온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다소 젊은 직원들이 있었다.


다행히 박사로 채용된 한분은 대학원 다닐 면이 있던 분이라

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왠지 인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 때문이다.


보통 회사에서 어떤 신 사업이나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TF팀을 구성하게 된다.

TF란 Task Force의 약자로, 일종의 별동대? 같은 느낌이다.


보통 TF팀을 꾸릴 때 각 팀에서 인력을 선발하게 되는데,

각 팀에서 인원 선발할 때는 관리자와 연결고리가 가장 약한 직원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 구성된 팀의 팀장 역할이 정말 중요다.

TF팀 팀장을 맡은 분은 미국 회사에서 스카우트되어 오신 분이었는데,

개인의 역량은 뛰어지만 팀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첫 회의를 참석하고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했던 업무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하자 팀을 만든 것이었다.

면접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하려고 하는 게

내가 했던 업무와는 관련성이 적은 분야였다.

나를 도대체 왜 뽑았지?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


하루 일과가

오전 회의 3시간, 오후 회의 3시간이었는데

분명 사람들이 한국말로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공정 관련된 분야로 공장과 협업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신기술이 적용되어야 하고 등등..

이 업무를 과연 내 거 할 수 있을지...


더군다나 입사할 때 수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차출되어 온 젊은 직원들 이끌어야 하는 위치였다.

오히려 내가 신입사원 교육 마친 직원한테 물어봐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처음 하는 업무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함에도

수석이라는 직급이 주는 무게감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난 그동안 농구만 했는데, 축구경기에 나가 주장을 맡아야 하는 그런 느낌.

그것도 연습경기 없이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에 바로 나가는 느낌.


그렇게 어리바리 2주가 지났다. 2가 마치 2년 같았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도돌이표였고,

2주가 지날 무렵 팀장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고민이 컸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니 기숙사 신청해서 들어서 업무파악에 올인해야 하나

어쩌나...


난 그 당시 내가 열심히만 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비록 농구선수였지만, 열심히만 하면 축구선수도 할 수 있어. 이런 느낌.


그러나 농구선수로 경력을 살리려면 농구시합에 나갈 수 있는 팀으로 갔어야 했다.

년 죽어라 노력하면 되겠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지 물음표만 계속 찍혔다.

특히 오래 다닐 수 있을 거란 확신이 2주 만에 의구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10년 넘게 다닐 수 있으리란 기대에 연봉도 많이 깎고 왔는데...


사람이 간사한 게,  


'아무 데나 합격하게 해 주세요. 조건 열심히 할게요.'


이랬던 마음이. 자꾸 전에 다니던 회사와 비교하게 되고,

앞날은 똑같이 불안하게 느껴지고, 모든 게 예상 같지 않았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

이때 깨달았다. 역시 하던 일  그리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때 C사의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C사는 두 번째 직장에서 사업부만 분리되어 매각된 회사로

맡게 될 업무는 예전 하던 일과 정말 같았고 무엇보다 연봉이 비슷하게 맞춰졌다.

예를 들어 야구팀으로 따지면 그전 다니던 회사는 LG트윈스였는데,

C사는 롯데자이언츠 같은 느낌이었다.  유니폼만 바꿔 입고 경기에 나가면 되는 것이다.


마음은 C사 이미 향했다.

여기 A사에 너무 있기 싫다..


이런 압박감이 커서 결국 A사에 통보를 해버렸다..

그만두겠다고..

다른데 돼서 거기 가겠다고.. 연봉이 여기의 1.5배 정도 된다고..


인사과에 절차를 물어보니 이런 말을 한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안되어 그만두면 기본급 밖에 안 나오는데요?

3일만 더 나오시면 한 달 치 월급 받으실 수 있어요.

그래도 그만두시겠어요?'


월급 체계가 기본급 + 성과급 이런 구조였는데, 반반이었던 것이다.


쿨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냥 퇴사 처리 해 주세요.'


팀장에게 이야기할 때도 다시 외국계로 옮기겠다고 하니 별말 없었다.

연봉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곳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3주 만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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