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평소에 일하면서 하는 주요 일이란 글쓰기다, 주말엔 또 파트타임(시어머니 가사 도움이)으로 일한다. 틈틈이 독서하고 영화를 본다. 황금휴가땐 여행, 이런 루틴이 나의 일상들이다.
얼마 전부터 여기에 두. 세 가지 정도가 더해졌다. 하루 3마일 워낑하기, 카메라 익히기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다.
내가 이런저런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목과 이전부터 증상이 있었던 엄지손가락이 동시에 통증이 왔다. 이전보다 심해졌고 치료가 필요했다. 잠시 일을 놓았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긴 휴가다. 이 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다시 영어 공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영어공부 외에 걷기와 카메라 익히기는 평소에도 조금씩 하던 것들이다. 그동안 게을러서 하지 않다가 다시 꺼내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나에겐 공부 같은 일들이다. 매일같이 짜놓은 커리큘럼처럼 해야 하는 일들이니 공부가 맞다.
이상하게, 영어는 하면 할수록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미국에 살면 살수록 알아야 할 것이 쏟아진다. 그만큼 딸린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무슨 중요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간혹, 무슨 일을 놓고 논쟁을 할라치면 어떤 땐 성질머리가 먼저 앞설 때가 있다. 말을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감하다.
그래서 그간 마음을 턱~하니 놓고 있었던 영어를 사격(?)하기 시작했다. 하이스쿨을 다닐 때다. 무슨 학습지마다 붙어 나오던 말이 있다. '완전 정복'이라는 말이다. 이런 걸로도 부족하다. 좀 더 강한 표현을 하자면, '영어 무찌르기'다. '정복'이라는 말보다 좀 더 강력한 어필을 준다. 마음에 든다.
언젠간 그 남자(남편)가 한 친구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대학교 때 친구가 영어회화 반에 들어갔는데 선교사가 물었다. "여러분들! 영어를 왜 배우시죠?"라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학을 가기 위해서' '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등등이 일반적인 대답이었다.
마침내 선교사가 그 친구에게 물었다.
"미스터 유, 왜 영어 배우죠? “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요!!"
그의 대답에 다른 학생들은 헉~했고, 선교사도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네?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요? , 호호호 미국은 적이 아니에요, 친구라고요! “ 했단다.
그 후, 그 친구는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아예 미국인이 되기 위해 미국 군대를 지원했다. 지금은 미군 장교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을 이기겠다고 소리쳐놓고 미국을 위해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의미심장(?)한 꿈은 미국을 뛰어넘고 싶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는 포부였지 않나 싶다. 아무튼 그는 미국의 담을 훌쩍 넘은 것 같다.
그의 미쿡 이기기 위해서~'라는 설‘에 나는 ‘미쿡(영어) 무찌르기~'로 말을 바꾸었다. 이 말은 악~할 만큼 영어 공부에 열정을 쏟아보겠다는 의지다. 이순신장군이 왜적을 무찌른 것처럼 영어 무찌르기에 나섰다.
내가 첫 번째 재개한 일은 '라디오 AM 채널 780 뉴스'를 듣는 일이다. 이 레슨법은 오래전 직장의 나이 지긋한 선배님이 알려주신 셀프공부법이다.(참고로, 대학생 때 학과교수님도 미국유학에서 배운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미국 뉴스'를 매일 듣는 일을 하였다)
뉴스를 듣는 공부는 우선, 각종 세상 정보를 접하는 이점을 준다. 게다가 미국일상에서 사용하는 유용한 영어 표현법을 익히고, 발음교정의 기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어들을 익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780 뉴스'는 시카고 로컬 뉴스다. 하루 온종일 로컬뉴스가 반복되면서 기사를 보내준다. 차를 타고 오고, 가는 길에는 무조건 '채널 780 뉴스'를 듣는다.
집에서는 NBC 뉴스를 집중적으로 듣는다. NBC 뉴스는 뉴욕에서 보도되는 방송이다. 역시 24시간 동안 당일의 주요 뉴스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어느 시간대라도 그날의 주요 기사거리를 접할 수 있다. 아침과 오후에 걸쳐 듣는다. 중요한 건 반복이다. 놓치는 단어나 이해가 힘든 부분은 재생해서 다시 듣는다. 새로운 단어는 폰에서 찾아보고, 저장해 둔다. 오후에 반복. 암기한다.
이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앵커가 생겼다. NBC 뉴스의 레스터 홀트( Lester Holt )라는 간판급 시니어 앵커다. 그는 나이도 지긋한 데다 분위기가 아주 좋다. 적당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믹스된 앵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NBC 뉴스를 시청하는 것이 좀 신나는 일이 되었다. 뭐든지 하는 일에 좀 꽂히는 부분이 있으면 더 열성적이게 된다. 그것이 꽤 할만한 기운을 얻는다. 이런 일은 하이스쿨 때 멋진 역사 선생님이 좋아 역사공부에 열중했던 것과 같은 애착을 준다.
아무래도 영어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공부해야 할 것 같다. 한 번에 확~ 무찌르기보다는 포물선을 그리듯 여유를 가지고 이리저리 굴러도 보고 하면서 사격(공부)을 해야 할 것 같다.
‘너희를 이기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 대신 나는 '너희를 무찌르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
영어를 배우려면 이 정도의 강짜'는 있어야 하지 않나. 다시 말하지만, 이 말 정말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