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위시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나이 오십이 넘어 버킷 리스트를 쓴다고 하지만, 대신 나는 위시 리스트다. 뭐 그게 그거지만.
여기서 위시 리스트란 하고 싶은 일들이며 동시에 마음의 기록들이다. 쉽게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거고, 삶이 다 하는 그날까지 남아있는 자들과 나누고 싶은 나의 끄적거림이다.
유언이라는 말은 무겁고, 소소한 내 생각의 기록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내가 구체적으로 위시 리스트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
2년 전, 우연히 시사촌 언니부부와 그리스 여행을 했다. 함께 동행했던 시사촌 언니의 남편이야기다. 그는 일흔이 되면서 위시리스트를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종의 유언장 같은 것이다. 정확하게는 그의 소망하는 바를 기록한 리스트라는 말이 맞겠다. 매년 해마다 그 위시리스트는 조금씩 체인지되기도 하면서 무언가 더해지기도 한단다.
인상적인 건, 해마다 그가 위시 리스트의 내용들을 편집하는 일들을 거듭하면 할수록, 하루하루를 더 활기차게 살게 된다고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맞서 알뜰히 하루하루를 계획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그러니까.. 위시리스트를 적어나가면 저렇게 열정적으로 살 수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분의 뒤를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오십이 훨씬 넘었으니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뭐, 거창하게 유언장이랄 것도 아니다. 그냥 맘 편하게 적어나가는 나의 소망과 그 이야기들이다. 추억의 사진들도 첨부하고 나의 글들과 여행기를 모으면 작은 노트 한 권이 되겠지 싶다.
뭐 벌써 이런 걸 준비하나 하겠지만.. 그냥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은 싫다. 그게 인생이긴 하지만.
좀 더 알차고, 활기차게 살고 싶어서다. 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꿈이 많은 건 늙지 않는거래쟎아!‘라는 말도 있다.
한동안 쓸모없이 책꽂이에 놓여있는 'Wish Book'이라고 적혀있는 노트북의 먼지를 털어냈다.
오래전에 직장선배가 나에게 준 노트북이다. 그동안 이 노트가 눈에 띌 때마다 '저 노트에 뭘 쓰지? 하고 고민도 했던 적이 있다. 이제야 제대로 쓰일 일이 생겼다.
짐승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지 않나. 나는 돈은 많지 않으니 대신 위시리스트를 남기겠다.
위시리스트를 쓰면 쓸수록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이 생기고, 열정적인 삶을 살게 될 것 아닌가. 쓰릴 있고 , 가슴떨리는 일이다. 이 일도 퀴즈를 맞추는것마냥 꽤 흥미로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