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al Decision Method by Gary Klein
지난 글인 전문가의 직감을 훔치는 방법과 이어집니다.
며칠 뒤, 문득 그날 선배의 판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똑같은 오류 화면을 보고도 왜 저는 혼란에 빠진 반면, 선배는 오류가 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요?
선배는 그 이유를 '감'이라고 했습니다. 감이란 무엇일까요? 노하우, 혹은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도 하는 이런 지식은 분명 알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입니다. 이런 지식이야말로 전문가의 실력이자 가치죠. 과연 이런 지식도 전문가한테서 뽑아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문가의 노하우를 뽑아내는 방법을 알아볼게요.
갑자기 다운된 회사 서버를 고치거나, 피를 철철 흘리는 응급 환자를 살리는 등, 급박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는 모든 지식을 하나하나 대입하지 않습니다. 대신 현재 상황과 비슷한 과거 기억들을 떠올려서 현재 상황에 대입하죠. 이 과정을 발견-검색-상상 3단계로 정리한 것이 지난주에 설명한 RPD 모델입니다.
RPD 모델은 경험을 활용해서 복잡한 상황의 해결법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모델을 개발한 미국의 심리학자 개리 클라인은 의사결정을 내린 기술을 뽑아내는 방법인 Critical Decision Method 방법론도 개발했습니다.
전문가의 의사결정 과정을 복기할 수 있다면, 그 직관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CDM은 전문가의 판단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직관 뒤에 숨어 있는 경험과 논리를 분석하는 기법입니다. RPD 모델이 전문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한다면, CDM은 그 과정을 설명하게 만드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감, 혹은 노하우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를 드러내는 방법이죠.
CDM은 ‘왜 그렇게 판단했나요?’와 '다른 상황에서도 그렇게 판단했을까요?'라는 질문 2개를 반복하는 과정인데요, 결정-이유-대안을 떠올리는 3단계로도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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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삼아, 경험 많고 실력 좋은 소방수의 상황판단 능력을 추출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1. 결정: 결정한 순간을 떠올리기
주어진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 순간들을 떠올려야 합니다. 소방관이라면, 고층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불을 끄러 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겠죠.
2. 이유: 왜 그렇게 했는지 생각하기
결정을 내렸을 때 참고한 생각(정보와 판단, 경험)을 자유롭게 떠올립니다. 논문에서는 좋은 예시로 아래 질문들을 추천합니다.
소방관 예시에서는, 불이 난 건물에 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떠올린 생각을 떠올리는 과정입니다. 그 상황에서 건물 내부가 불안정해 보였다는 관찰, 사람은 이미 대피시켰다는 목표, 진입했다가 부상당한 유사 사례 등을 떠올릴 수 있겠죠.
3. 대안: 다른 조건에서 결정이 바뀔지 확인하기
마지막으로, 결정을 만들어낸 다양한 변수의 작용 방식을 알기 위해 조건들이 바뀔 때 결정도 바뀌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이런 관찰은 전문가의 '감' 뒤에 숨어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드러내 줍니다.
만약 고층 빌딩이 아니라 1층짜리 건물에 난 불이었다면? 그 경우 경험 많은 소방관은 붕괴 위험이 적다고 판단해서 진입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 건물이 도심에 있었다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빨리 진입했을지도 모르죠. 이런 식으로 조건을 바꿔가며 다른 상황에서 결정을 다르게 내릴지 관찰하면 의사결정의 실제 변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식이 깊은 지식이고, 우리가 추구할 지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결정-이유-대안 순으로 질문한다면, 전문가 본인도 모르는 자신의 의사결정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CDM은 전문가의 머릿속을 열어보는 도구입니다. ‘왜 그렇게 판단했나요?’ & '다른 상황에서도 그렇게 판단했을까요?'라는 질문 두 개를 통해 전문가의 노하우가 지식으로 구체화 됩니다. 이렇게 지식이 된 노하우는 언제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P.S. 10배 빨라지는 속독법 시리즈에서 설명했듯, 지식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CDM을 활용하면 모호한 ‘감’을 구체적인 지식으로 만들어서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요.
참고자료
- 논문: Critical decision method for eliciting know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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