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워낙 의견이 다양한 세상이지만, 이 한 문장만큼은 모두가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평화롭게 살다가 정해진 때가 되면 잠들 듯 죽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태어나서 고민도 하고 고통도 받고 하다가 운이 따라주지 않아 질병이나 사고로 죽고 맙니다. 제가 생각하는 삶은 이렇습니다.
당연히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왕 살아있는 동안에는 하기 싫은 것은 최대한 피하며 재밌게 살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자유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합니다. 자유는 물질적 여유와 심리적 자립상태의 합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면 다를 줄 알았습니다. 놀랍게도 직장생활 역시 자유롭지 못하고 부조리한 일이 많았습니다. 세상이 원래 이렇구나 받아들일 때쯤, 육군 훈련소에 갔습니다.
논산 육군 훈련소에 갔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참으로도 마시고 싶은데 마시지 못해서 갑갑했습니다.
조교한테 만원 정도 찔러주면 커피를 가져다주려나 고민도 했습니다. 하나 막상 훈련소에서 나와 커피를 마시니, 그렇게 맛있지가 않았습니다. 군대에서 갈증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제가 커피가 아닌 자유를 갈증 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여기서 물질적 여유와 경제적/신체적 자유가 자유의 첫 번째 필수요소임을 발견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한 까닭도 똑같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인생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와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선택지가 꼭 자유를, 나아가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에 가면 셀 수 없이 많은 상품을 살 수 있지만, 그 점이 저를 딱히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듯이요.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은 선택을 하는 것도, 선택한 후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역사를 전공했다가 개발자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1년 반 동안 방에 틀여 박혀 독학을 하며 이를 체감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로스쿨이나 고시나 여타 방법으로 인생의 궤도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 안에서 갈등도 하고 비교도 하고 자책도 하다 결국 인생에는 각자 다른 박자가 있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주관이 행복의 또 다른 필수요소임을 느꼈습니다.
제가 제 삶의 방향을 이미 결정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의 선택이 제 행복을 꼭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실을 배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한, 불행은 물질적 풍요의 부족보다는 상대적 빈곤, 비교의식과 질투라는 정신적 투쟁상태에서 온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답답한 게 참 싫어서 의지가 부정되는 일을 최대한 피하고자 합니다. 남이 저를 흔드는 것도, 저 스스로 흔들리는 것도 싫습니다. 그래서 물질적 여유와 심리적 자립상태를 갖추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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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기 싫은 일을 피하고 살지 고민하다, 스퀴즈를 최소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좋아하는 책인 ‘블랙 스완’과 ‘안티프레질’에서 ‘스퀴즈’라는 현상을 배웠습니다. 숏 스퀴즈처럼, 스퀴즈는 제약조건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없어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결국 이가 크게 썩어서 (치과 진료보다 훨씬 비싼)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울며 겨자 먹기라고도 부르는 이런 상황이 스퀴즈입니다.
스퀴즈는 피할 수 있으며, 피하지 못했을 때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불쾌한 경험은 보통 원치 않은 선택을 어쩔 수 없이 할 때 겪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와 같이 우연에 의해 닥치는 일은 사고이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여 스스로 불러온 일은 비극이며, 이 둘은 다릅니다. 사고와 달리, 비극을 겪은 인간은 후회하고 자책합니다. 이런 후회와 자책이 벌어진 사건 자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극이 훨씬 고통스럽습니다.
따라서, 후회를 피하고 싶습니다. 좋은 예시로 포커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포커(홀덤)를 참 좋아합니다. 포커는 운과 실력, 소음과 신호가 협주하는 게임입니다. 제 선택의 결과를 명백한 숫자로 보여주고, 감정에 흔들린 비용을 냉정하게 청구합니다. 2분 남짓한 피드백 루프로 제 감정통제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포커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 같은 게임입니다.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저는 포커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밤새 포커를 치고 빈 주머니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짜릿함의 여운 조금과 상당한 씁쓸함이 남습니다. 운이 나빠서 진 판은 조금 아쉽고 말 뿐이나, 제가 의사결정을 잘못하여진 판이 씁쓸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얼마를 땄는지(결과)는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후회나 만족 모두, 결과보다는 제가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에 달렸습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수학을 좋아했던 제가 인문학을 전공할 줄, 그러다 개발자로 일할 줄, 그러다 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더 좋은 선택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최선을 다 해서 선택을 했고, 그 점에 만족합니다. 삶에 정답이 있다면, 어떤 구체적인 삶의 모습보다는, 나름대로 결정한 삶에 만족하기로 한 결정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창업을 하든 뭘 하든, 예상치 못한 일은 벌어질 것입니다. 원래 삶이 그러니까요. 그때그때 대응할 것이고, 결과가 어떻든 대응이 좋았다면 만족할만한 삶이 될 것 같습니다. 창업을 했는데 운이 나빠 실패했다면 경제적으로 곤란해지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피할 수 있는 바보 같은 결정을 해서 실패했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이렇듯 저는 후회 없이 살려고 합니다. 저는 이걸 원합니다. 최선을 다 해서 좋은 결정을 하고, 주어진 인생을 재밌고 의미 있는 일로 채우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추상적인 얘기를 했으니,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지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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