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스타트업이 아닌 작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그마한 가게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끌리는 가게들은 항상 자신들만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만 보이는 디테일입니다. 작은 비즈니스나 장사에서 도드라지는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식업에 관련된 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이런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장사라고 하면 그 인식이 그리 긍정적인 시선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엔 ‘장사’라는 뉘앙스보다는 ‘식당 경영’이라는 뉘앙스가 더욱 강한 것 같습니다.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Restaurant entrepreneur(식당 경영자)’라고 칭하는 걸 보면 그것이 사회적 인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미 많이 회자된 이야기지만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의 청문회 발언이 이슈였죠. 그중 하나가 준비되지 않은 ‘식당 경영’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현업에서도 절실히 느끼는 부분 중에 하나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무런 준비없이 자영업 시장에 뛰어듭니다. 작년 즈음 결혼한 제 친구는 결혼을 하더니 회사 다니기 싫다며 일명 오토로 돌아가는 매장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막상 시작하고 나서 장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며 고충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장사가 안 돼도 장사가 잘 돼도 문제입니다. 안 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잘 되더라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쏟아지는 고객들을 감당하기 버거울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자영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합니다. 기사만 보면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진 것만 같습니다. 정말 준비되지 않은 식당들은 그 어떤 때보다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갑니다. 그러나 위기 속엔 항상 기회가 존재하는 법이죠.
먼저 외식업을 넘어 푸드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체 고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를 비롯한 대체 식품을 제조/생산하는 기업을 비롯하여 유통, 미디어, 외식업 등 여러 섹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골목식당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및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수많은 맛집들이 노출되면서 장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외식업을 넘어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점철되었던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일부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F&B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로서의 공유주방, 그리고 대중들의 음식에 대한 지적, 문화적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메뉴의 새로운 해석과 같이 푸드 관련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기회들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기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런 기회들이 작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혹은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기회로 이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플래텀| 고기없는 버거를 만들다 ‘임파서블 푸드’
-바이라인네트워크| [CES 2019] 피 흘리는 채식 버거를 먹어봤다, 육식의 혁명이다
공유차량 서비스인 우버를 창업했던 트래비스 캘러닉이 새로 발을 들여 놓은 사업 분야이기도 하죠. 워낙 일찍부터 배달문화가 발달한 덕택인지 트래비스 캘러닉은 한국을 자신의 사업 진출 국가로 점 찍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위쿡(WECOOK)이라는 공유주방 비즈니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덕동에서 작게 운영하다 최근에 경복궁 근처 사직동에도 1월 말 오픈 예정입니다. 내부 시설 투어를 하길래 투어에 신청해 갔다오기도 했죠. 아쉽게도 사진은 못찍었네요.
-조선일보| 우버에서 쫓겨난 캘러닉, 한국서 '공유 주방' 사업
-바이라인네트워크| 공유주방과 클라우드 키친이란 무엇인가
전에는 공유주방이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먹힐까 하는 의구심을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의 대부분의 외식업 브랜드들이 매장을 오픈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생각보다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대표님들한테 직접 듣다보니 이게 현실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미 잘 하고 있는 브랜드들도 그러한데 이제 갓 시작하는 사장님들에게는 얼마나 큰 짐일까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름이 비슷해서 생각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공유 주방이라는 이름으로 조리 공간을 함께 쓰는 데에서 그쳤다면 별다른 매력이 없었겠죠. 공유 경제라는 이름의 또 다른 거품이 아닐까 하는 살짝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도 단순히 공간을 함께 쓴다는 부분으로만 알고 있어서였죠. 위쿡의 내부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을만큼 기기장비 및 주방집기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공덕동에서 운영해 본 결과, 공유 주방을 이용하다 독립하여 개별 매장을 차리신 분도 계시고, 들어와서 알게 된 분들과 함께 협업을 하거나 서로 잘 맞아 같이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외식업계에 있거나 장사를 해보신 고객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각외로 음식과는 전혀 관계없는 업을 해왔던 분들도 꽤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요리에 대한 깊은 관심만으로도 공유주방을 사용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주방을 함께 쓴다는 의미를 넘어 입주 고객들을 위한 인큐베이팅/컨설팅, 다양한 프로그램, 온라인/오프라인 마켓 등등 외식업을 위한 엑셀러레이터로서의 면모를 잘 갖춰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식재료에 대한 물류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아직은 갖춰져 있진 않다고 하더군요. 작은 비즈니스가 소량을 구매하면 아무래도 재료비 측면에서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위쿡 브런치| 공유주방에 대한 모든 것
외식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소자본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되는 희소식이기도 하지만 생태계 측면에서도 정말 사업성 있는 비즈니스 혹은 팀인지를 걸러낼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F&B 비즈니스 전체에 비하면 작은 부분일지는 모르겠지만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는 퇴사를 장려하는 책이 아니라 ‘퇴사 준비’를 권장하는 콘텐츠입니다. 바라는 미래와 멈퉈진 현재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고 책상 너머의 세상을 경험하며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퇴사준비생의 런던> 프롤로그 중
앞으로 ‘식당을 경영하다’ 매거진에서는 외식업의 이야기를 비롯해 푸드 비즈니스를 전반적으로 다룰까 합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나 너무 암담한 현실적 이야기만을 전해드리지도 않을 겁니다. 그 중간 어디 즈음 조화로운 스윗스팟을 찾아 스스로 준비된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흡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00. 뉴스레터를 시작하며
01. 작은 비즈니스를 경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