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탄식당

커피러버들의 사랑방

감탄식당05 <토치커피, t.o.ch coffee>

by 하와이룰즈

회사 주변에 이렇다할 스페셜티 카페가 없었다. 그러다 잠시 쉴 겸 겸사겸사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3~4평 남짓 되어 보이는 정말 작은 카페다. 처음엔 그냥 개인 카페이거니 생각하고 들어가서 핸드드립 아이스로 하나 시켰다. 한 모금을 쭉 들이켰다가 예상 외의 맛에 놀랐다. 은은함 보다는 임팩트가 있었던 커피였다. 이게 무슨 향인지 헷갈릴 정도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특이한 향이었다. 단맛은 조금 부족해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훌륭했다.



왜 이런 외진 곳에 카페를 오픈했을까?

조그마한 매장 안에는 로스팅 머신과 생두 포대가 놓여 있었다. 분명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인데 왠지 뭔가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궁금했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한 번 찾아갔다. 얘기 나누려고 일부러 핸드드립으로 시켜 놓고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생두(Green bean)을 파는 회사였다. 그렇다면 B2B기업이라고 봐야 할텐데 매장은 왜 차렸을까? 그것도 이렇게 외진 곳에 말이다. 알고보니 커피 팔아 수익을 남기기 위한 목적의 카페가 아니라 직접 소싱한 생두를 선뵈는 쇼룸의 개념이다. 그래서 커피 업계에 종사하거나 커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자주 찾아 오신다고 한다. 왠지 커피러버들의 사랑방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생긴 신생기업이고 물류 창고는 지방에 따로 두고 있단다. 커피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그들의 커피에 대한 철학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생두를 다루는 업체인 만큼 추출보다는 원재료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발효 가공방식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문은 콜롬비아산 마이크로랏(micro lot, 소규모 커피 농장을 일컬어 부름)에서 생산된 커피였는데 하나는 무산소 상태에서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한 커피 다른 하나는 오크통에서 발효한 커피를 함께 맛볼 수 있었다. 발효 프로세싱으로 가공된 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드물지만 발효 통의 재질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직접 소싱하고 로스팅을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크 통에서 발효한 커피가 더 깊은 여운을 줬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대중들은 신경도 안 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유의미한 이유는 주요 타깃 고객이 업계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손님 두 분과 대표님이 커피에 관해 깊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their own characters’의 준말인 ‘t.o.ch’라는 브랜드 이름처럼 그들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받았다는 느낌이다. 우연히 좋은 곳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리고 종종 커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될 것 같다.



Instagram@t.o.ch_coffee


keyword
하와이룰즈 경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셰프 프로필
구독자 1,286
매거진의 이전글힙함의 경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