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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탄식당

스프가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곳, 수퍼

感嘆食堂 06 <수퍼 Souper> (feat. 스프스톡도쿄)

by 하와이룰즈

여섯 번째 감탄식당 感嘆食堂

<수퍼 Souper> (feat. Soup Stock Tokyo)

마포 도화동에서 시작해 공덕동 경의선 공원을 따라 가면 유명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오로지 먹기 위해 방문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식당과 노포가 있고 식후엔 연남동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공원을 따라 산책하기도 좋다(연남동까지 걸어간다면 먹은 만큼의 열량은 소모할 수 있을 만큼 길다). 이번에 투어를 다녀온 곳은 도화동에서 운영 중인 스프가게다. 얼마 전 매거진《F》커리 편에 등장한 일본의 'Soup Stock Tokyo' 라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읽다 '수퍼'가 떠올라 곧장 방문하게 되었다.





메뉴는 단출하다. 먼저 6 종류의 스프 중 하나를 선택하고 사이즈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함께 먹을 사이드를 선택한다. 사이드는 깜빠뉴 빵, 푸실리 면, 밥, 샌드위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음료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스프는 송이송이 트러플 비스크(Mushroom Truffle Bisque)와 비프 부르기뇽(Bouef Bourguignon), 그리고 사이드는 베이컨 가지 샌드위치로 주문했다. 이름에서부터 프랑스의 느낌이 그득하다.


오기 전에 광장시장을 한번 휩쓸고 온지라 약간 배가 차 있는 상태였음에도 맛은 만족스러웠다. 각 메뉴에 사용된 재료들이 가진 본연의 맛과 신선함이 충분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스프라고 하면 경양식 집에서 나올법한 스프 혹은 오뚜기 스프가 기억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양식집 스타일의 스프는 포타주(Potage)라고 하며 걸쭉한 프랑스식 스프의 일종이다. 돈까스나 함박스테이크에 딸려 나오는 사이드 혹은 인스턴트라는 인식이 강해 스프 자체가 메인 요리로서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스프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흔하지 않은 컨셉과 확장성

사실 이 가게를 알게 된 것은 조금 되었다. 방문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프가 중심이 된다는 점이 신선했고 가까운 미래에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새로운 영감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감이 이유였다. 흔하지 않은 접근이라 음식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는 이들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카테고리는 #브런치 쪽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살짝 패스트푸드스러운 컨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퀄리티를 놓치지 않았다. 햄버거 브랜드로 견주어 봤을 때 '쉐이크쉑'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조금은 무리가 있는 비교다. 쉐이크쉑은 기존 패스트푸드 시장의 프리미엄 버전이지만 수퍼는 새로운 컨셉의 프리미엄 브런치라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당연히 시장의 크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이긴 하지만 현재의 컨셉만으론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확정성 있는 비즈니스를 원한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도쿄 시내 한 가운데서 일하는 여성이 맘 편하게 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확장성을 키워드로 견줘 보면 좋을 사례로는 앞에서도 언급한 'Soup Stock Tokyo'를 들 수 있다. 1999년도에 시작해 *현재까지 70개 가까운 점포를 내며 탄탄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창업 당시 여성이 혼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패스트푸드가 없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도심의 일하는 여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식 만들고자 하는 미션에서 스프 스톡 도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2019년 9월 기준


메뉴의 큰 카테고리는 스프/카레/죽/샐러드/밥.빵/디저트로 구성되어 있고 메뉴 수도 상당하다. 그래서 각 매장에서 모든 메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주간 메뉴'를 선정해 주기적으로 변경된다. 매장마다 파는 메뉴 종류도 다르다. 조금 더 디테일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전략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을 위해 아침 세트 메뉴를 판다거나 아이들이 많은 상권에서는 키즈 세트 등을 팔기도 한다. 모두 똑같은 복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지역과 상권의 특성에 맞춘 전략을 구사한다.


Soup Stock Tokyo 홈페이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투명한 운영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미션에 부합하듯 원재료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트레이서빌리티(Traceability, 생산이력제)’라는 키워드로 세세한 원산지 정보를 담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트레이서빌리티란 제조이력과 유통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런 시스템만으로도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메뉴별로 알레르기 정보를 공개하고 일일이 영양 정보도 자료로 정리되어 있다. 물론 법적으로 공개 의무가 있는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입장에선 이런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느껴진다. 조금 더 찾아본 결과 일본은 특히 육류에 관한 생산이력제 시스템이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로 번역한 Soup Stock Tokyo 메뉴 상세페이지



각 메뉴의 상세페이지는 메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알레르기 정보, 칼로리, 영양성분, 들어간 원자재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레시피까지도 공개하고 있으며 메뉴와 관련된 컨텐츠도 함께 큐레이션 되어 있다. 여태껏 이 정도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외식 브랜드를 본 적이 없다. 음식만 건강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투명한 운영 전략과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건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 일본에 들르게 된다면 꼭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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