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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탄식당

이제 식당은 하나의 오락거리다

感嘆食堂07 <하나코모시>

by 하와이룰즈


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일본 라멘에는 그리 관대한 편은 아니다.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한 경우도 많고 일본 라멘 육수의 매력 포인트가 그리 끌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일본 라멘이라고 하면 그냥 그 자체만으로 발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 다찌에서 먹는 행위가 주는 이국적인 매력에 끌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백종원 아저씨도 분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얼마 전 남영역 근처에 있는 일본 라멘집에 들렀다. 누군가에게 추천받거나 하지 않으면 자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숨어 있는 식당이다. 지도에 검색이 되질 않았는데 일부러 등록해 두지 않은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 뒤에 좁은 골목길 사이로 삐져나온 노란색 대문을 겨우 발견했다. 이쯤 되면 전략적으로 숨기로 한 것이다. 애초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기대가 잔뜩 올라갔다. 드르륵 매장의 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는 순간 일본의 특유의 뉘앙스를 느꼈다. 매장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일본 손님은 일본어로 솰라솰라 대화했다.


반찬만 봐도 여기가 맛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정말 간혹 있다. 그런 곳을 찾을 때마다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약간의 희열감을 느끼는데 여기가 바로 그런 곳 중 하나이다. 이미 일본 라멘에 매력을 못 느낀다고 말했듯이 대단히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맛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먹어본 그 어떤 일본 라멘보다 섬세했고 맛의 균형이 잡혀있다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음식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는데 식당을 찾을 때부터 시작해 들어오는 순간, 먹는 내내, 먹고 나갈 때까지 '맛있는 경험'이었다.



식당도 사업과 같이 다양한 전략이 존재한다.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대막 등을 만든 'CNP푸드'처럼 기존의 것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트렌디함을 보여주거나 특정 메뉴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컨셉의 비중보다는 제품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두 케이스의 공통점이라면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야깃거리가 있기에 온라인으로 입소문 내기에 수월하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이제 식당도 하나의오락거리 되었다. 뜨는 동네의 첫 번째 조건이 맛집의 등장이라거나 최근 몇 년 간 리테일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공간내 F&B 비율이 확연이 늘었다는 점을 보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다. 식당도 나만의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떤 컨텐츠로 재방문하고 싶은 식당으로 만들 것인가? 핵심은 거기에 있다.


+ps: 하나코모시가 위치해 있는 구역은 '열정도거리'다. 길의 한쪽에서 다른 한쪽까지 이어지는 200여 미터 즈음되는 거리엔 온통 열정도 식당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60-70% 정도는 그들이었다. 열정도는 또 그들만의 방식으로 컨텐츠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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