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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룰즈 Aug 01. 2019

카린지, 오픈하자마자 줄을 섰다는 그곳을 다녀왔다

[Rule's Pick 01]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느끼다

INTRO - 룰즈픽을 발행하며


룰즈픽01

BRAND INSIGHT: 카린지(Karinji)

요즘 카레에 관심이 많다. 카레 매장을 하고 있는 8살 차이나는 아는 동생 덕분이다. 사실 최근 두 달 정도 회사에서 퇴근하고 저녁에 알바도 잠시 했었다. 원래 카레라면 아웃오브안중이었지만 매일 저녁을 카레로 떼우다 보니 이젠 자꾸 생각이 날 정도다. 물론 맛있다.



인스타에서 눈에 띄는 카레집이 하나 발견했다. 얼마 전 성수동에 둥지를 튼 '카린지(Karinji)'라는 일본식 카레 가게다. 그런데 카레 가게를 하게 된 스토리가 약간 독특하다. 원래 프릳츠커피컴퍼니부터 시작해 다수의 브랜드 디자인을 본업으로 하던 분이었고 인스타그램(@jojo1205)에 작업물 포스팅을 꾸준히 올렸다. 최근에 오랜 준비 기간을 통해 카레 가게를 오픈한다고 인스타를 통해 알려왔다. 어느 정도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보니 오픈과 동시에 줄 서서 먹는 가게가 되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그곳에 다녀왔다. 카레 가게 동생과 함께 남의 집 비법을 파헤치기 위한 약간 순수하지 못한 목적으로 말이다.



그날은 점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맥주 한 잔이 땡기는 날씨였다. 그런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게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들처럼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40분 가량을 기다린 뒤에 드디어 입장. 주문은 3가지만 가능했는데 염탐하러 온 만큼 모두 시켰다. 로스카츠, 토마토카츠카레, 스페셜토마토카츠카레가 그것이다.



메뉴가 나오자 품평회가 시작됐다.

먼저 카레에 곁들여진 돈카츠들이 꽤 훌륭했다. 특히 놀랐던 것은 멘치카츠였다. 멘치카츠는 다진고기를 야채와 함께 섞어 튀겨낸 음식으로 도쿄 기치조지에 있는 '사토'라는 정육점에서 파는 메뉴이다. 사토 정육점은 줄서서 사먹는 관광 명소이기도 한 곳이다. 그 음식을 카레 위에 돈카츠와 함께 올려 낸 것이다. 사실 처음 먹어보는데 의외의 등장에 놀랐고 그 맛에 또 한번 놀랐다. 담백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감칠맛이 괜찮았고 미트볼과는 상반되게 빈 공기층이 이상하게 만족수러웠다. 요리하는 동생도 연신 따봉을 치켜들었다. 스페셜토마토카츠카레에는 멘치카츠와 함께 가브리살을 이용하여 돈카츠로 튀겨냈는데 가브리살의 쫀득쫀득한 맛이 카레 먹는 재미를 한껏 배가시켰다.



카레의 맛은 숙성된 맛보다는 프레쉬함에 다 가까웠다. 신선한 토마토의 적당한 신맛이 적절했다. 감칠맛이 풍부한 숙성시킨 카레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단지 아쉬웠던 것은 키마카레, 조려서 카레의 점도를 올린 일명 드라이카레를 먹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생맥주였다. 특별한 구석은 없었다. 요리하는 동생은 수돗물 맛도 나고 해서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전체적인 평은 이랬다.


보통 돈카츠의 고소함을 증진시키기 위해 참깨를 사용하는데 이곳은 전혀 참깨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한 고소함이 좋았어요.


그러곤 ‘그래서 고소해야 한다’며 막돼먹은 개그를 날렸다.




흥미로웠던 점은 브랜딩을 위한 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빙빙 돌아가는 입간판도 특별히 제작한듯 했고 에어컨 실외기에도 카린지의 아보카도 모양의 귀요미 캐릭터가 붙어 있었다. 물컵의 셀렉션나 맥주 잔에 로고를 박아 넣는 등 아주 작은 곳에도 신경을 쓴 디테일함을 찾아볼 수 있다.




룰즈’ VIEW

#1.이제 오픈한 가게라 섣불리 성공이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오픈하자마자 줄을 서는 것을 보면 적어도 시작만큼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시작 전부터 팬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온라인 유저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영업 능력, 가게를 경험하며 느낀 그들의 브랜딩 역량, 트렌디하면서도 음식의 맛도 잡은 제품 개발력 등이 성공적인 시작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들 구성원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3년이나 준비했다니 흥미로울 것 같다.


#2.이번 방문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계기가 됐다. 브랜딩 역량만 된다면 음식점을 시작으로 유통으로 발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시도들을 시도하는 곳들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팟캐스트(iOS / 안드로이드)에서 공유주방 스타트업인 위쿡의 김기웅 대표 한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디.


개인적으로 공유주방이 메가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빠른 트렌드 변화와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한 니즈, 그리고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죠. 그럼에도 아직까지 식품유통 시장에서의 온라인 침투율은 12~13%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요.

(출처: 실패를 경험하는 공유주방, 위쿡(2) -퍼블리)


즉 외식업과 식품제조가공업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레'라는 조리법의 특성상 포장해서 팔기가 용이하다. 카레를 만드는 데는 상당히 많은 향신료와 재료들이 투입되는데, 요리하는 동생의 말에 의하면 만드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12가지에서 20가지 정도의 재료가 들어가기도 한단다. 소량으로 팔기에는 마진율이 좋지 않지만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재료 코스트는 뚝뚝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레토르트 식품이 카레인 이유 중에 하나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브랜딩 역량만 된다면 충분히 HMR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수익구조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하기 힘든 다품종 소량 생산이 위쿡과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대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만든 카레가 근처 편의점이나 H&B 스토어와 같은 곳에서 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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