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네 눈을 바라본다.
흰자위 안 검은 심연으로 떨어진다.
수없는 시간 수많은 날들
너를 보았으나
네 눈을 이리 오랫동안 직시하진 않았다.
한참을 바라보니
너는 사라지고
나만 남았다.
눈을 회피함은
잘못을 했을 때
그리고 민망할 때라.
거울처럼 네 눈에 비치는 나
너를 직시한다는 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
네 눈동자를 직시할 수 있을 때
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나를 사랑하고 있을 때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리.
마음이 보인다
너의 눈을 볼 때마다 난 의식해.
아니 무의식으로 도망가는 나를 강제로 끌어와
네 앞에 잘못한 죄인이 되어 서 있는 기분이야.
더 이상 도망가서는 안 되기에.
네 흰자위를 지나 검은 눈빛을 바라보면
무심히 너라는 존재를 봐왔던 나를 봐.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은 마네킹처럼
한 번도 네 깊은 마음과 직면하지 않은 나를 보고 있어.
시간이 우리 앞을 무수히 흘러 지나갔는데.
그렇게 흘깃흘깃 스치듯 너를 보는 시간은
너라는 존재를 멀리멀리 떠나보내고
거기 이기적인 나만 서 있음을 깨달았어.
너의 깊은 심연을 바라봤을 때에야
울고 있는 너를 바라봤어.
가슴에는 멍이 들어 울고 있지만
눈에는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린 눈물이 맺혀 있어.
네 눈에 비친 나는 아집에 함몰된 채.
그래서 네 눈을 회피했나 봐.
민망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어찌 그렇게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고 또 보아도 부족한데
그동안 회피했을까?
나 그동안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어.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사랑의 서약.
이제 너를 내 가슴으로 안아.
네 눈동자 속 심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알았어.
이제 너를 제대로 볼 수 있어.
너를 정면으로 마주 봐.
그동안 나만을 사랑했었어.
거기 너는 없었지.
이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너를 사랑함으로
네가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열어주므로 네가 들어올 때
나 또한 네 안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림을.
이제 울지 마.
다시는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사랑을 잃어버리고 방황했던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남은 시간을 사랑할 거야.
너는 나의 전부이니까.
<눈동자 詩 감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