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로 인해 우리는 지금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의 내가 숨 쉬는 것은
보이지 않은 누군가의
피와 눈물로 살아가는 길일 수 있다.
어제의 나의 부모가
어제의 나의 선조들이
피와 눈물로 이룩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망각할 때가 있다.
70년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충신동에 살았었다.
그때 집집마다 다 타버린 연탄재들을
골목길, 고갯길마다 흩뿌렸다.
빙판길 넘어지지 말라고
겨울이면 추위에 손을 호호 불면서도
연탄아궁이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루에 2번씩
위에 연탄을 밑으로 넣고
새 연탄을 위로 갈아주면서
다 타버린 연탄을 그렇게 많이 처리했다.
연탄을 꺼뜨리면
번개탄을 사 와서 새로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새 연탄을 올려놓았다.
그때는 번개탄이 피어오르는 연기로
온 집안이 가득 찼다.
그게 50년 전 서울의 풍경이다.
시골은 더 했다.
나무해서 아궁이에 불을 때고
밥을 하던 시절이었으니깐.
겨울에는 시냇가에 얼음을 깨고
빨래하던 시절이었기에
지금은 꿈만 같다.
산과 들에 나무와 풀을 베어와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을 하고
지붕은 초가지붕이었던 시절
가을걷이가 끝나면 새 이엉으로
매년 지붕을 새로 교체하였었다.
농사짓기도 바쁜데 그 수고로움이란.
부잣집은 기와집이었다.
스레트집도 돈이 있어야 했다.
우리집은 서울 올라오기까지 초가집이었다.
그런 시절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였다.
놀랍다.
신기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부모님들이 우리보다 조금 앞서 살아오시면서
온갖 수난과 고생 가운데서도
가족과 나라를 지켜내 주신
그 희생과 사랑에 말이다.
농사를 지어도 먹을 것이 부족해서
아버님은 일본 탄광에 징용공으로 가셨었다.
그것도 17살 아내를 부모님 모시면서 농사짓게 해 놓고.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 그랬었다.
매일 눈물이 아니었던 날들이 얼마였을까?
매일 고통이 아니었던 날들이 얼마였을까?
그만 포기하시고 싶었던 날들이 얼마였을까?
그분들로 인해 우리는 지금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들었고
쌀밥은커녕 보리고개를 넘었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의 풍요로움은 너무도 찬란하다.
지금은 그냥 호흡하고 살아가는 매 순간이
감사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날들이다.
나의 부모님이시여!
우리의 선조분들이시여!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윤 정 현
바쁘게 살다 보면 가끔 잊을 때가 있다.
일에 지쳐 힘들다 보면 과거를 망각한다.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의 부모님들이 어떤 희생으로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오셨는지.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다시 살아갈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줄
그 무게가 우리의 어깨에 있음을 기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