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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진 Nov 26. 2021

내가 있어 니가 좀 더 빛이 날 거야

내 주변엔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정말'이라는 단어를 붙여가면서까지 말할 수밖에 없는 게 실제로 만나면, 어쩜 이렇게까지 멋있을 수가 있지?라는 말이 입 밖에 절로 나오면서 보는 앞에서 소리 내서 손뼉을 치게 된다. 놀랍도록 멋진 삶을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는 이 사람들을 통해 늘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다. 일단 첫 번째로 나와 매일 낄낄대면서 매 순간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친구 황알리샤로 말할 것 같으면, 화학 업계에서 꽤 유명한 친구다. 오래도록 한 분야에서 일을 한 덕도 있겠지만, 무려 아시아 지역을 맡고 있는 지사장이다. 나와 동갑인 여자 사람이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수장을 맡고 있다니, 내 친구지만 늘 생각하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미국에 있는 본사 사장과 영어로 통화하는 모습을 꽤 자주 보는데, 볼 때마다 "여러분, 얘가 제 친구예요"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황알리샤가 너무도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란리 언니 또한 내 자랑 거리 중 하나다. 언니 또한 화학 업계에 오래도록 몸담고 있는 분인데,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대기업의 사원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홀로 사업을 시작해 규모 있는 법인으로 키워내셨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무려 와인 수입사도 운영하신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보통 사람들의 규모가 소매업이라면, 란리 사장님은 바다 건너 컨테이너 규모로 와인을 옮겨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나도 란리 사장님처럼 늘 꿈을 크게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일을 통해 만난 씨프로그램의 민매니져님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기획자가 좋은 작가를 만들기 마련인데, 민 매니저님을 거치면 일개 작가 나부랭이도 단단한 작가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기운이 다 빠져 너덜너덜해진 작가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그런 사람. 인간 인큐베이터 같은 존재. 단 한 번도 평소에 작업하고 있는 로고나 간판 이미지를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볼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이걸 일러스트/디자인 워크숍으로 짠하고 만들어주셨다. 무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이다. 상상 속에 가지고 있는 나만의 가게를 실제로 이미지화하고 브랜딩까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이라니, 이거 진짜 내가 가진 걸로 나온 게 맞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획자의 시선은 한 차원 높은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게 내가 추구하는 탁월함이다. 민매니져님을 통해 탁월한 사람을 실제로 보고 느끼게 되어 참 감사하다.



최근에는 잠실에 있는 함바데리카에 다녀왔다. 잘 차려진 제육볶음 정식을 맛있게 먹고, 이어 애호박전에 진토닉 한 잔 멋지게 마시고 나면, 디저트가 나온다. 부드러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곁들인 단짠의 정석을 음미하다 보면, 슬며시 샤인 머스캣에 부라타 치즈도 나온다. 눈을 감고 부라타 치즈에 듬뿍 찍은 샤인 머스캣 한 알을 입안에 넣는다. 아, 여기야말로 두바이 7성급 호텔 레스토랑이다. 잠실에서 두바이 호텔 여행이 가능한 이곳은 바로 에리카팕의 생활 공간이자 작업실이다. 함바데리카는 에리카팕 작가님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일하는 여자들과 함께하는 소셜 다이닝인데, 함바데리카에 참여한 각자의 커리어는 흥미롭고, 에리카팕 작가님의 말 솜씨는 그 흥미를 더 하게 한다. 음식을 소개할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스토리와 진행을 통해, 함께 신나게 먹고, 웃고, 떠들다 보면 막차 시간이 다 된다. 세상에 없는 용어와 개념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가님의 삶을 엿보다 보면, 영감 이상의 감동을 받는다. 요리 연구가가 아닌 '요리 먹구가' 에리카팕.



에리카팕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달빛 서원의 수진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팕작가님과 수진 선생님 두 분 모두 독립출판을 통해 만났는데, 특히 수진 선생님은 프로젝트158 사업자 등록을 하기 훨씬 전부터 나에게 작업 의뢰를 해주신 분이다. 내 그림에 대한 구체적인 코멘트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을 통해 처음으로 내 그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감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알게 되었다. "별거 아닌데 강한 매력이 있는",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져있는 게 작가님만의 시그니처"라는 아주 귀한 말들을 통해서 나는 내 그림의 매력을 아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림에 대한 자존감 뿐만 아니라 삶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은 사학과를 나와서 역사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였는데, 그 공간의 이름은 '달빛 서원'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와는 접근 방법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땅과 바다만 그려진 지도에 전 세계 역사를 하나하나 스스로 깨치며 그려 넣다 보면, 무구한 역사가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속 깊이 스며든다. 마치 달빛처럼 말이다. 요리 솜씨도 좋으셔서 레시피북도 출간하셨다. 청소년기에 있는 아들 둘을 키우면서 본인의 꿈도 함께 차근히 현실로 만든 수진 선생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어른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아 이래서 <멋지면 다 언니>라는 책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구나... 내 주변만 슥 살펴봐도 이 정도인데, 각자의 자리에서 찾아보면 얼마나 더 많을까. 아무래도 이 정도는 너무 아쉽고, 이번 연재를 통해 꾸준히 내 주변 언니, 오빠들이 대한 글을 써나가야겠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통해 배운 것을 나 또한 삶의 자리에서 꾸준히 실천하면서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사회가 아닌, 남 잘 되는 걸 더 마음껏 신나게 축하하고 함께 꿈꾸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숙, 송은이 언니의 7도에 나온 가사 중 가장 사랑하는 문장을 남기며 오늘의 글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혼자선 의미 없잖아. 내가 있어 니가 좀 더 빛이 날 거야. 세상의 모든 것들이 화음을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의 화음은 계속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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