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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17. 2021

몽돌 해수욕장, 럭키 차박

득템의 연속

    회사 동호회에서 회원에게 나눠주는 캠핑 장비를 캠핑 용품점에 받으러 가는 기한이 9월 말까지였지만, 다소 먼 북쪽 나라로 여정에 귀차니즘을 느꼈던 나는 미루고 미루다 결국 유통기한 이틀을 남겨 놓고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음에 오늘은 반드시 다녀오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원래는 좀 쉬다가 점심 먹고 오후쯤 천천히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오늘 스타벅스 50주년 기념으로 음료를 구매하면 리뉴어블 컵을 제공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를 보자마자 나갈 채비를 한다. 선착순 지급이기 때문이다. 번화한 삼산동은 사람이 많을 것임이 불 보듯 뻔하므로 가뿐히 제치고, 동선에서 유리했던 마트 내 스벅 점도 경쟁률이 많을 것 같아 패스, 그리하여 캠핑용품점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다소 불편한 동선의 DT점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차량 소지자들이 주로 올 것이라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다 경쟁률이 다소 떨어질 거란 나름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차들이 멀리서부터 줄을 지어 있다. 조금 기다리다가 이대로는 드라이브 쓰루는 한 세월일 것 같아, 재빨리 샛길로 빠져 다른 곳에 주차시키고, 늘어선 차들을 등지고 유유히 홀로 지점에 걸어 들어갔다. 차들은 대기줄이 길었지만, 매장 안은 의외로 한산했다. 대기가 길어 10분 정도 걸린다던 음료는 2층이나 구경하려고 계단을 한 칸 오르던 찰나, 바로 내 번호를 불러 예상 밖 빠른 전개에 당황 반 환희 반으로 기다렸던 컵을 받아 들고 나선다. 언니는 리뉴어블 컵이 이미 동이 나 실패했고, 친구는 일하느라 부탁해 스벅을 찾은 친구의 친구는 한 시간 반 걸려 겟 했다는데, 나는 허무할 정도로 빠른 겟 잇! 게다가 만원 이상 사용하면 4천 원 할인되는 카드가 있어 대략 7천 원 한 잔 값에 두 개의 컵을 득템!

 

   그러나 스벅에서 절약한 나의 시간은 캠핑용품점에서 너무나도 다양한 예쁜 아이템에 선택 장애가 와서 다 써버리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용품점을 나올 수 있었다. 미리 찜해 둔 정자 해수욕장의 김밥집에서 저염식 계란 고지 김밥을 하나 사고, 던킨도너츠에 들러 디저트로 달콤한 도넛도 산다. 바로 앞 몽돌 주차장은 평일이라 그래도 나름 빈자리가 있어 좋은 자리를 골라 차를 대고 보니 옆 차도 마침 차박 중이다. 캠핑카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캠핑과 차박의 성지임을 직감했다.


    낚시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텐트에서 혹은 바다 가까이 캠핑 의자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카이트 서핑을 하는 사람... 파도소리가 너무도 가까이서 울려 퍼져 블루투스 음악을 켤 필요조차 못 느꼈던 이곳은 그야말로 바다 멍의 아수라장, 여유의 끝판왕, 힐링의 도가니다.

파도 소리 감상

  벤치도 있었지만, 내가 차를 댄 곳에는 우연히도 식탁 높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시멘트 단(?) 같은 것이 있어 뜻밖의 이득으로 식탁을 조립할 필요도 없이 식탁보 천만 깔고 의자를 펼쳐 앉아, 잔뜩 굶주린 나는 먹을 것을 그냥 헤쳐 놓고 대충 몇 컷 사진을 찍은 뒤 김밥부터 입에 가져간다. 대구에서 먹었던 값비싼 계란 김밥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무와 밥이 약간 들어가 계란만 가득해 목이 메었던 대구 맛집의 지단 키토 김밥보다 맛이 좋았던 것 같다. 알록달록 색감마저도 예뻐 정말 만족한 김밥! 다 먹고 인절미 도넛도 한입에 쏙 털어 넣으니 쫀득하게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 좋다. 배가 불러 말차 도넛은 남겨 두었다. 보통 tea종류를 시키면 따뜻한 물을 항상 한번 더 리필해 먹곤 했기에 집에서 텀블러에 미리 뜨거운 물을 챙겨 왔다. take out 한 유자 민트 티의 물의 양이 좀 작았던 탓인지 티벳을 너무 오려둔 탓인지 티가 너무 진했기에 챙겨 온 물로 농도를 적당히 맞춘다. 딸기 블렌드 요구르트도 늘 익숙한 그 맛이다.

왼쪽이 50주년 기념 스벅 리유저블 컵 (각각 콜드, 핫 드링크용), 저염식 계란 고지김밥, 카이트 서핑의 여유로운 해변 풍경

    배가 차니 비로소 움직일 의지도 생겨 차박 키트를 설치하고, 이것저것 꾸며보기 시작한다.

조카들이 협찬한 인형으로 다양하게 꾸민 떼샷! 추억의 게임, 틀린그림 찾기를 한번 해보세요!

잠깐의 휴식 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다.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선 건물은 문화센터였다. 책들이 많아 바닷가에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2층으로 오르니 별반 볼거리는 없지만, 수상한 시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장실도 두 대로 꽤 칸이 넉넉하다. 아마도 여름철 분비는 인파 때문에 하나를 더 설치한 것이 아닐까 짐작이 들었다.

문화센터 전경과 1층 내부
문화센터 2층 내부와 화장실
벤치가 있어 좋았던 몽돌, 카이트 서퍼와 벤치를 찍다 보니 같이 찍힌 아이들 소리가 들려 오던 옆에서 차박 중인 경차



누워서 힐링을 충분히 즐기다 보니, 사람들이 이곳으로 많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칸이 많아 여유롭게 이용 가능한 화장실

백사장이 바로 코 앞, 주차장에서의 멋진 바다 뷰.

책도 볼 수 있고 수상한 시도 읽을 수 있는 아이들 교육에 좋을 문화센터.

바로 앞에 즐비한 음식점, 카페, 편의점등 편의 시설.

앉아 쉬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벤치

곳곳에 캠핑족들의 텐트와 돗자리, 파라솔과 의자들로 여유로운 풍경


스벅 리유저블 컵, 회사 찬스 캠핑 장비, 계란 김밥, 몽돌 해수욕장...

가는 곳 내내 의외의 득템의 연속이었던 울산 북구행. 시원한 파도소리만큼이나 시원하게 쏟아진 행운의 연속에 몽돌 해수욕장 차크닉은 그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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