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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1. 2021

기장 연화리, 패들 요가 뒤 차박

패들 요가와 차박의 콜라보

부산으로 가는 드라이브는 항상 즐겁다.

집으로 가는 길이랄까

원래도 즐겁던 그 길이 오늘은 즐거운 상상이 더해져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오랜만에 즐기는 해양스포츠이자 처음 해보는 패들 요가,

꿈에 그리던 로망 차박과 

바다 가기 딱 좋은  맑은 하늘,


아침 잠깐 통계를 봤더니 '여행 아닌 여행' 글이 벌써 조회수 6천을 넘었다.

이대로의 기세라면 오늘은 만뷰도 노려볼 수 있으리라.


곧 있으면 펼쳐질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들이 겹치자,

흥겨운 음악소리를 따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광안리에 사는 동생네 근처에 차를 대고 백사장을 따라 보드 숍을 향해 걸어간다. 걷다 보면 주말 이른 아침에도 조깅과 자전거, 산책을 위해 나온 편안한 복장의 사람들 사이로 선글라스와 헐벗은 복장의 관광객들로 짐작되는 행인들도 언뜻 보인다. 나의 사랑 광안리는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아침부터 예쁨으로 열일 중이다. 열일로 치자면 워커홀릭에 가까운 그 풍경은 보드 예약시간이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발길을 자꾸만 사로잡는다. 그저 예쁜 게 죄라면, 거의 무기징역 감인 광안리!


    패들보드는 예전에도 한번 타본 적 있었다. 원체 수영이나 해양스포츠 등을 좋아해 여름이면 서핑, 웨이크보드, 패들보드 등을 즐겨 찾았고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정 자격증도 획득한 나다.(그렇지만 아직까지 신분증 외 별도 사용 용도를 못 찾고 있어 씁쓸하긴 하지만, 이래 봬도 난 보트 몰 줄 아는 여자다.)


    힘을 요하는 근력 운동은 한없이 약하지만 밸런스를 잡는 운동엔 강한 편이라 스노보드, 웨이크보드, 패들보드 모두 도전 첫날 일어섬에 성공했다. 여자라면 도전하기 가장 만만하면서도, 항상 잊을만할 때쯤 다시 시작하곤 해서 쉬는 터울이 꽤 길었던 국민운동 요가는 대학교 때쯤이 첫 시작이었으니 어느덧 무늬만 어엿한 20여 년 차이다. 거기다 물을 좋아해서 교통사고 직전까지 수영을 꾸준히 1년 넘게 계속 배왔던 터라 물 + 보드 + 요가의 조합은 그야말로 나에게 물 만난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이후 꿈도 못 꿨던 해양스포츠였다. 덕분에 배럴 데이 때 대량 구입한 각종 아이템들과 틈틈이 예뻐 보여 집어온 물놀이 옷들이 아직 물 한 방울 한번 적셔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최근 조금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패들보드는 그나마 정적인 스포츠인 데다 요가는 디스크에도 좋다고 의사 선생님들도 추천해주시던 운동이니 한번 도전해보자 마음먹은 것이다.

샾에서 바다로 나와 물에 들어가기 전 강사님의 설명을 듣는다. 패들보드의 정식 영문명칭은 stand up paddle board라 한다.

외국에서 그냥 패들 보드라 하면 다른 걸 줄 수도 있다고 하니 참고해야겠다.


실시간 체온을 색깔로 보여주는 체험 동안 착용하는 팔찌.

     강사님 설명을 모두 듣고 보드 위에 올라탄다. 3년 만이던가. 몸이 기억하는 패들링으로 요가 선생님이 계신 곳까지 노를 저어 도킹한다. 고정된 패들 보드 위에서 좀 더 요가를 즐기기 좋다. 사고 후 모든 운동을 못했던 터라 요가를 안 한 지 벌써 2년이 되어버렸지만 워낙 오랫동안 해왔던 탓에 웬만한 동작들은 익숙하다. 익숙한 패들링과 익숙한 요가 동작. 그렇지만 고정된 패들 위에서도 물 위에서 중심잡기란 평지와 같지 않다. 게다가 사고 때 다친 오른발 탓에 밸런스 운동이라면 자신 있던 내가 한쪽 발로 서기를 시도하다 그만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지고 만다.


     풍덩하고 물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니 바다 짠물에 코가 따갑긴 하지만, 9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더운 날씨로 마침 땀이 나던 차에 시원했다. 땀에 젖은 몸을 물기로 적시니, 불어오는 바람결에도 그만 시원함이 묻어난다. 광안대교를 풀샷 배경으로 왼쪽 귀엔 파도 소리, 오른쪽 귀엔 요가 선생님이 틀어놓은 음악소리로 가득 채운다. 오랜만에 해보는 요가 동작에 찌뿌둥하던 몸이 제대로 기지개를 켠다. 쨍한 햇빛과 그림 같은 구름, 청량한 하늘빛에, 들이마시는 숨에 소금기 머금은 바다 짠 내음이 몸속 깊숙이 들어와 마치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된 듯하다가, 내시는 숨에 빠져나가는 썰물의 파도처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느낌이다.


   이미 젖은 몸. 처음에 물에 빠질까 봐 조심하던 조바심과 두려움이 사라지자, 요가 동작들을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해 보기도 한다.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동작들이 끝나고 누워서 취하는 마지막 휴식 동작이다. 요가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즈다.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자세. 선생님께서 눈에 살포시 수건을 덮어주시고 목 뒤로 페퍼민트 오일을 발라 마사지해주시니 아로마향이 코 끝을 스치고 능숙한 마사지 손길 한 번에 피로가 풀린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요가가 끝나고 자유 패들 시간. 광안 대교를 지상보다 가까운 바다 위 패들 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유유자적 여유롭게 보드 위 누워도 있어보고, 일어서서 시원한 바람을 한껏 맞으며 힘껏 노를 저어 속도도 내본다.


완벽하다.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패들 요가를 한바탕 하고 났더니 체력이 바닥났다. 코로나로 인해 수영복을 입은 채로만 야외 샤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캠핑용품도 챙겨 갈 겸 동생네에서 샤워하고 곧장 송정으로 향한다. 간만의 물놀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러.


   씻고 준비하다 보니 식사시간을 넘겨 도착했더니 가려던 태국 맛집은 이미 웨이팅 조차 마감되어 버렸고, 아쉬운 대로 옆집으로 가본다. 나름 여러 도시에 지점이 있는 대구 갔을 때도 본 맛집이긴 했지만, 이미 품절된 시그니처 메뉴로 주문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물놀이 뒤의 타이밍 탓인지, 맛은 우리들 스타일이 아니었다. 분명 물놀이로 허기졌는데, 몇 젓가락 먹지 않아도 느끼함에 왠지 배가 부른 느낌이라 흔치 않게도 음식을 절반쯤 남겼다. 차라리 근처 담백한 멸치 국물의 자가제면 국수와 마치 쌀알이 굴러다니는 듯한 자가 도정 밥에 매콤한 양념이 깃든 김밥이나 먹을걸. 물놀이 뒤에는 따뜻하고 칼칼한 국물이 제격인데...

 

   그렇지만 여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뷰 맛집이다. 카페 마냥 음식은 뒷전에 두고 아예 의자를 바다 앞으로 가져다 놓고 뷰를 감상하며 수다를 떤다.

대창 덮밥과 바질소바의 뷰 맛집에서 본 정국 탄신일 축하 기차

   방탄소년단 정국이 생일이 오늘인가 보다. 펼쳐진 바다 뷰를 뚫고 지나다니는 색색깔 기차마다 오늘이 탄신일임을 알리는 생일 축하 메시지를 선물한 소녀들의 팬덤이 귀여워 미소 짓다 사진에 담았다.


   식당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 손님이 우리만 남을 때까지 카페인 양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한껏 뷰를 즐기다가 해가 한창 뜨거울 시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차박 스팟을 찾아 떠난다. 차박 여행지로 제일 처음 떠올린 기장에 자리 잡았다.


   차박으로 꾸밀 아이템을 준비할 시간이 미처 없었던 터라, 그냥 집에 걸어두거나 짱 박혀있던 아이템들을 하나 둘 긁어 모아 들고 와봤는데 별거 아닌 데코 하나에도 차박 감성이 솔솔 묻어나기 시작한다.


짠! 완성. 


의자만 남동생 협찬품. 막상 켜보니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색색깔 알전구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알록달록 색이 이뻐서 가렌트 대용으로 사용 예정이다.


  세팅이 끝나자 사진을 찍고 일단 둘 다 바로 눕고 본다. 같이 온 동생은 전날 워크숍으로 밤을 새운 후 패들 요가로 직행했고, 하는 것 없이 이미 패들 요가 만으로 저질 체질인 나는 방전되어 이 누추한 한 몸 누울 곳이 간절했다. 옆에서 밤샘 투혼 한 동생은 벌써 한 숨 잠에 깊이 빠져들었다. 나는 누워 블루투스로 내가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브런치를 다시 연다. 조회수가 8천을 돌파했다. 습관적인 조회수 확인 후, 나날이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에, 오늘의 감흥과 이 온도 그대로 잊지 않기 위해,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누워서 충분한 휴식 뒤, 노을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 저녁을 먹자 했던 우리는 6시가 훌쩍 넘어도 전혀 붉어지지 않는 하늘에 그제야 여기가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에 가까운 정동쪽 바다임을 눈치챈다. 붉은 노을 대신 검은 어둠 결에 밝아온 노란 트렁크 불이 눈에 들어오며, 바테리 방전 걱정에 차량 매뉴얼과 인터넷 폭풍 검색해본다. 마땅한 아이템을 미처 준비 못해 온 나는 차량 닫히는 부분에 무언가 끼워넣기를 시도해보다 혹여 차가 망가질까 걱정돼 그냥 포기하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기로 한다. 까짓것 방전되면 애니카 한번 부르지머.


   저녁으로 바로 앞 횟집에서 신선한 해산물 세트와 점심때부터 고팠던 얼큰한 국물의 해산물 라면을 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차로 다시 돌아오니, 하늘은 어느새 완연한 검은빛이다.

메인은 역시 얼큰한 해물 라면! 조개찜과 전복회, 산낙지는 그저 거들 뿐!


밤의 어두움이 내려오면 차박은 더욱 감성 터진다.

간단한 조명 세팅 후, 소소한 점등식만으로, 감성은 이미 폭발한다.


   저녁 식사 후 핸드폰 바테리가 많이 남지 않은 나는, 음악 DJ 바통을 동생에게 넘겨줬다. 블루투스로 그녀가 선곡한 곡들,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곡들이 조용한 바다 위로 퍼지며 마치 밤바다의 고요함이 서라운드 스피커가 된 것처럼 더 깊고 웅장하게 바다와 우리의 감성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기대어 앉은 채 적막한 암흑 속 불 켜진 등대로 밝혀진 바다 멍을 때리며, 꽃 차 한 잔과 그날의 등대 불빛 밤 분위기 한 모금으로 오랜 시간 차박에 메말랐던 목을 축인다.



차박의 묘미는 역시 밤이 되면 밤바다처럼 깊고 촉촉해지는 감성이다.




패들 요가 뒤 노곤해진 몸을 바로 누워 즐길 수 있는 패들 요가와 차박의 조화, 강추!


▪ 장점: 기장 연화리는 바로 앞이 식당, 카페,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즐비해 있어서 편리하고, 밤이 되면 불이 들어온 등대가 운치 있어 좋다. 부산 동부권에서 접근하기 좋고 기장 근교 바닷가를 따라 차박지의 선택이 다양하며, 용궁사, 롯데 아웃렛, 이케아, 힐튼 아난티 코브 등 다양한 관광지들이 있어 묶어 돌아볼 수도 있다.


▪ 단점: 낚시꾼들이 많은 편이라 운이 나쁘면 옆에서 담배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의자까지 펼치기 위한 적절한 주차 스팟으로 통하는 입구를 찾아 처음에는 헤맬 수도 있고 주말에는 좋은 주차 스팟잡기 경쟁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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