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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0. 2021

설렘 가득, 울릉도 D+1

[울릉도 썸 첫째 날] 설레는 1일, 회심의 첫째 날

 [울릉도 여행 1편] 신비의 섬 울릉도


   렌터카를 건네받은 뒤, 인계해주신 직원분께 간단한 안내를 듣고 궁금했던 독도 배편을 여쭤봤다. 오늘 배는 이미 11시에 떠났고 내일 배 편명을 체크해주시며 각각 전화로 물어보라 하신다. 울진 거주자의 울릉도 거주민 찬스로 들은 바에 따르면 독도에 갈 수 있을지 여부를 모르기 때문에 울릉도 도착 후 그날 날씨에 따라 울릉도에서 배편을 끊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아뿔싸. 지금이 황금연휴임을 간과했던 터라 인터넷으로 조회를 아무리 해봐도 내일은 배편이 0으로 뜬다. 사실 2박 3일은 울릉도를 돌아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일 거란 생각도 들어 독도는 일단 아쉽지만 마음 한편에서 내려놓기로 했다.


     첫 번째 식사로 빠듯한 2박 3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서 물회를 맛보기 위해 서둘러 움직인다. 첫끼로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꽁치 물회를 맛보기로 한다. 고추장 한 스푼 양념이 깊게 배일 때까지 꽤 오랫동안 비빈 후 국자 한 숟갈 육수 얼음을 넣고 국수 밥 순서로 비벼먹어야 한다는 꽤 까다로운 지시사항에도 모두 열심히 따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비벼대기 시작한다. 먹는 것 앞에서 성질 급한 내가 팔이 아파오자 이제 됐겠지 싶어 육수를 부으려던 찰나, 주인장으로 부터 바로 급하게 제지당한다. 아직 덜 비벼졌다고. 나만큼이나 음식에 진심이신 분이다. 횟감에 곱게 붉은빛이 스며들 때쯤 육수 얼음 한 국자를 뜬다. 얼음 육수가 물회에 녹아들며 입 안에 침도 덩달아 고여 들 때쯤이면 마치 허락이라도 받듯 주인장의 눈치를 한번 힐끗 본 뒤, 이제야 한 입 먹어도 될 것 같다. 한 스푼 크게 떠 입에 넣으니 씹기도 전에 입안에 가득 감싸는 곱게 배인 양념에 탄성이 자아 나온다. 인생 물회다.



   꽁치 물회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 후, 다음 목적지는 바로 근처 케이블카다.


    울릉도 여행의 설레는 시작을 알리는 독도전망대 케이블카. 박물관은 가볍게 패스한 뒤 케이블카로 올라선다. 울릉도 아일랜드 패스가 있으면 여러 여행지를 할인받을 수 있고, 버스가 무료라 유용할 듯 보이지만, 우리는 렌터카가 있었고, 백신 접종자 50% 할인율이 더 큰 데다가 3개 이상의 이용 지를 방문한다면 패스가 유리하지만, 입장료 내는 곳은 코스에 많이 넣어두지는 않아서, 패스를 따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내가 알던 케이블카와 사뭇 다른 거의 기어가는 듯한 느린 속도에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 안에 설치된 연역을 보니, km도 아닌 무려 3 m/s라는 놀라운 속도다. 케이블카를 타야 하는 짧은 거리 512m이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도록 천천히 충분히 감상하라는 배려인가 보다. 정원 36명으로 꽤나 많이 탈 수 있고, 20년도에 생긴 새로운 케이블카라 깨끗하다. 사진도 찍고 주변 경관도 다 둘러보았는데, 느린 속도에 아직도 그 자리인 듯한 이미 본 풍경에 어느새 여기 저기서 담소가 이어진다. 평일 한 낮 케이블카 내에 탑승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주민 가이드 분과 관광객이 나누는 듯한 대화의 귀동냥이 시작되었다.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자연스러운 주제가 되며, 울릉도는 주민이 8천 명 정도이며, 집을 짓는 것도 재료를 육지에서 죄다 퍼다 날라야 되기에 건설하는 비용이 꽤나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벽돌 공장이 생기면서 벽돌은 굳이 가져올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꽤나 솔깃한 이야기도 들었던 짧은 동선의 케이블카에서 내려 잠시 걸어가면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한다. 올라가는 길 사방이 뚫린 계단에서 밑이나 옆을 쳐다보면 높은 위치에 그저 아찔하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 풍경에 또 잠시 아찔한 감탄을 내뱉고, 어디선가 밀려오는 꽃향기에 코가 행복해지며,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혀가며 계단을 올라서면, 그냥 드는 생각에도 높은 곳이니 뷰가 좋을 것임이 자명하다. 기존에 보던 바다와 다르게 시선 걸릴 것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수평선에 잠시 할 말을 잃고 바라본다.

 

    케이블카로만 인지하고 독도전망대라는 이름을 잠시 까맣게 잊은 우리들은 열심히 이 화살표 팻말에서 사진을 돌아가며 여럿 찍어댔지만, 독도를 찾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내려오는 길에 직원 분이 "독도 봤어요?" 하는 질문에 "독도가 여기서 보여요?" 라 재차 질문을 하다 그제야 이곳의 독도전망대란 이름이 떠오른다. "맑아서 보일 건데.." 하는 답변에 아쉬움은 뒤로 한 채 오늘 바쁜 일정의 걸음을 재촉한다. 이번 여행에서 독도와는 연이 없었나 보다 생각하며...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지나가다 너무 예쁜 바위가 있어 차를 멈춰 세운다. 나는 삼선암 아닌가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관음도가 지나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하던 차였고, 뒤에서는 송곳처럼 생겨서 송곳봉이라는 둥 의견이 분분했다. 마구 사진을 찍어댄 후, 돌아서서 차로 돌아가는 길에 관음도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삼선암이 아니었으면 이대로 관음도를 지나칠 뻔했다. 어쩐지 지나며 보면서 눈에 띄게 예쁜 다리다라고 생각했었다. 타려던 차를 가볍게 패스하고 멀리 보이는 관음도로 향한다.

- 여기서 잠깐, 삼선암에 얽힌 세 선녀의 전설 -

옛날 하늘나라의 세 선녀가 울릉도에 내려와 목욕을 하곤 했는데 하루는 옥황상제가 걱정이 되어 하늘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장수와 날쌘 용을 딸려 보냈다. 선녀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목욕을 하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막내 선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막내 선녀는 함께 온 장수와 눈이 맞아 정을 나누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옥황상제가 노하여 세 선녀를 바위로 만들어버렸는데 나란히 서 있는 바위가 두 언니이고, 홀로 떨어져 있는 작은 바위가 막내라 한다. 막내에 대한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가장 깊었던 만큼 다른 바위와 다르게 이 바위에는 풀 한포기 나지 않고, 외로이 떨어져 서 있다 한다. 막내 바위는 일선암이라 하며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어 가위바위라고도 불리고, 다른 두 바위는 이선암, 삼선암이라 하며 합쳐서 부부바위라고도 부른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선암 [三仙巖] (두산백과)


  관음도 산행길은 생각보다 길다. A, B 코스도 있는데, 일단 매표소에서 지도를 하나 챙겨 들고 사람들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내려다 보이는 맑은 물빛에 바다 밑 돌멩이도 보이고, 물고기들도 보인다. 시력이 2.0이라는 친구가 바닷물 가운데 보이는 까만 부분은 전부 물고기 떼라며 방향을 알려주는데, 손가락 끝이 닿는 곳을 아무리 요리보고 저리 봐도 물고기 떼는 보이지 않는다. 프렌즈 드라마에서 보던 초음파 사진에서 본인의 아기를 혼자 보지 못했던 레이첼처럼, 혹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옷을 입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았던 사람들의 고구마 백개쯤 먹은 듯한 답답한 심정만큼, 저 멀리 보이는 검은 실선들이 물고기인지 물결인지 화면 탭에서 손가락 두 개로 늘려 확대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4명 중 2명 절반 만이 그 검은 물결 물고기 떼의 실체를 확인하고 울릉도는 물이 무척 맑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한 채, 우린 가던 걸음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꽤 긴 코스와 높은 위치에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다음 코스인 나리분지로 향한다. 나리촌 분지는 세계 유일하게 화산 분지에 마을이 형성된 울릉도 유일의 평지 지형이다. 평지를 걸을 수 있어 좋고, 조용하면서 넓고도 크지만 인기척이 많지 않아 그런지 동시에 아담하면서 소박한 분위기이다.


  나리 분지를 들어가는 산책길 입구를 찾아 헤매임도 마치 산책 같던 고요한 길을 걷고 있을 때, 동생이 독도 배편 어플을 열어 혹시나 확인 해본다. 그런데, 운명과도 같이 좌석이 떴다! 아마 내일 사정이 생겨 취소된 좌석이 몇 자리 생긴 것 같았다. 전화를 걸어 궁금한 몇 가지를 확인한 후 혹여 그새 누군가 차지해 버릴까봐 바로 배편 예약을 했다. 울릉도를 돌아보는 내내 오늘 날씨 정도면 입도도 가능할지 모르는데 하며 독도만 갈 수 있으면 완벽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댔는데... 내일이 오늘과 같은 날씨라면 입도도 가능하리란 기대감에 우리들은 별반 기대치 않던 상태에서 갑자기 붕하고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걷다 보니 저녁 시간이라 미리 검색해 둔 나리촌 식당으로 향한다. 나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다녀온 사람들과 현지인의 추천이 많았던 음식이라 약간의 기대가 있었는데, 세팅되는 반찬 수에 일단 놀란다. 찬이 모두 나오길 기다렸다가 사진 한방을 찍고 바로 한 젓가락 시식에 들어간다. 한 입 배어물자 다들 하나 하나의 찬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물로 감동 하긴 처음이다. 향긋한 나물 향이 입안을 감싸며, 그저 반찬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물도 하나의 요리가 될 수 있음을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각각 종류별 나물이 모두 각기 다른 향을 뽐내며 그동안 맛본 나물과 차원이 다른 맛으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긴 식사는 한층 그 맛과 운치를 더했다.


   황금연휴 뒤늦은 예약으로 맛집이 즐비한 번화가 저동 및 도동과는 동떨어진 숙소를 잡아야 했기에 오징어회는 물 건너 간 줄 알았더니, 숙소 근처에도 의외로 오징어회를 파는 곳이 있었다. 식감이 쫄깃해 신선도 만점이던 이곳 오징어회를 파는 아주머니가 사실 오징어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절대 비밀! 소리를 한차례 지르며, 오징어를 잡아주셨다는 풍문이다. 병이 예뻐 편의점에서 기념 선물로 샀지만, 시원 소주보다 맛이 없다는 해양심층수로 만든 병만 예뻤던 독도 소주는 이렇게 휴대폰 손전등 위에 올려놓으면 분위기 만점 조명이 된다. 어릴 적 즐겨 따라 부른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송의 가사가 담긴 귀여운 종이컵도 울릉도에서 한층 깊어가는 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어린이 버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임은 "싫으면 시집가!"란 종이컵을 찾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울릉도에서의 1일은 향긋했고, 설렘 가득했으며, 아찔함을 담은 매력적인 외모만큼이나 꽉 찬 속에 감탄이 마르지 않던 하루였다. 그리하여 내일에 대한 기대도 오늘의 설렘만큼이나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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