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ct 20. 2021
개천절 이브 독도 입성기, D+2
[울릉도 썸 둘째 날 2] 콩닥콩닥, 꿈만 같았던 독도
[울릉도 여행 1편] 신비의 섬 울릉도
[울릉도 여행 2편] 설렘 가득, 울릉도 D+1일
[울릉도 여행 3편] Just One 10 minutes, 울릉도 D+2
며칠 전에도 어제도 꽤나 기분 좋은 꿈들을 꿨다. 그래서 아침 오전 날씨는 비바람에 흐렸지만, 한차례 마음 비워내기 뒤 되찾은 마음의 안정감과 꿈자리 덕에 왠지 모를 좋은 예감이 들어 흐린 날씨도 개념치 않게 되었다. 마침 새로 인연을 맺은 아동 후원에 대한 카톡 알람이 왔다. 만나서 반갑고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새롭게 시작된 만남에 왠지 모를 기분 좋은 알림이다.
점심으로 숙취 해소의 아침에 이어 2차 해장으로 따개비 칼국수를 선택했다. 내내 술이 아닌 바나나 우유로 잔을 채웠던 나에게도 아침에 연이은 점심 해장 국물은 온몸에 따뜻하게 퍼지며 그간 쌓인 모든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 주는 듯했다. 뜨거운 청록빛 국물 한 스푼에 바다를 머금은 듯한 진한 해산물 원색 그대로의 풍미가 느껴져 또다시 감동을 받는다. 김치류의 반찬도 맛있었다. 식당 맞은편으로 보이는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이 이제는 무척 익숙해졌다.
디저트로 먹물 아이스크림과 호박 아이스크림. 호박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최고는 먹물 아이스크림!
오전에 들린 3군데 관광지와 점심 따개비 칼국수와 먹물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던 알찬 일정에 다들 기분이 한껏 업되었다. 오후가 되자 새벽 비바람은 거짓말처럼 어제처럼 맑게 개인 하늘에 독도 배편을 타기 위한 선착장으로 향한 발길 한 걸음마다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하다. 독도에서 쓸 머리띠를 하나 살까 해서 선착장 앞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자 주인아저씨가 독도의 실시간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신다. 여기서 몇십 년째 장사 중인데, 오늘과 같은 파도, 물살과 날씨라면 입도 가능성 90%란 말씀을 해주신다. 입도의 기대로 기념품을 사 가도록 하기 위한 장사 속 멘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침부터 계속되는 좋은 예감의 연속에 마음 한편으로는 이미 독도 입도의 김칫국을 한 사발 드링킹 한 상태다.
보통 겨울을 제외하고 2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약 9개월 정도 독도 여객선이 운항하는데, 이 기간의 독도 접안 가능 일수는 평균 150일로, 괭이갈매기 번식기인 5~6월엔 하루 입도 횟수를 10회 이내로 제한한다고 한다. 날씨와 시기가 맞아 독도로 배편 운항이 가능하더라도 방파제가 없어 작은 파도에도 접안이 불가능해 배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독도의 일 년 중 입도 성공 일수는 고작 5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발 딛기가 허락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가히 독도는 아무나 허락하지 않는 콧대 높은 섬이다.
사진 찍기용으로 머리띠와 태극기, 손에 들 작은 현수막을 사고, 우리는 드디어 독도로 들어갈 붉은색 배에 올라탄다. 선장님 방송이 나오는데, 독도 근처에 가야 입도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아직 바람과 파도가 꽤 있어, 입도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선장님의 말에 역시 기념품 가게 아저씨의 90%란 확률은 장사 속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며, 바닷물 속 신나게 헤엄치는 오징어 떼처럼 붕 떠다니던 마음이 갑자기 햇빛에 말려지기 위해 꼬챙이에 걸린 축 늘어진 오징어처럼 가만히 아래로 가라앉는다.
독도로 가는 길 지루하지 않도록 티브이에서 울릉도와 독도에 관련된 영상이 나온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화산섬으로 큰 섬인 동도와 서도 외에 89개의 부속섬으로 이뤄진 독도. 독도는 울릉도보다 먼저 생겨났지만 똑같이 화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두 섬이 해저 지형의 하나인 해산으로 연결되어 있고, 지질적으로 성분이 비슷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울릉도와 독도는 현무암 및 조면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성분이 비슷하지만, 일본 오키섬은 편마암류가 많다고 하니 독도가 우리 땅임은 역사적 기록뿐 아니라 자연이 말해주고 있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는 원래는 서로 이어져있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바람과 파도에 깎여 지금과 같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독도가 역사적 뿐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것은 한류와 난류의 복합적 영향으로 다양한 플랑크톤이 번식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은 물론,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흑두루미를 비롯 세계적 멸종 위기종의 하나인 뿔쇠오리 등 다양한 철새들이 독도에 번식하거나 휴식지로 머무르고 있고, 수심 2000m 이하 급경사 심해면은 광범위한 수심별 저서생물 분포 특성을 직접 연구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96종 해조류와 190종의 무척추동물 95종의 어류가 있는 천연 생태계를 보유한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독도 사철나무는 독도에서 현존하는 수목 중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독도에서 생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종으로 천연기념물 제53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독 도장님 노린재는 독도가 세계 분포상 북방한계선, 초록 다홍 알락 매미충은 동방 한계선으로 독도에 서식하는 곤충들은 생물지리학적 한계선 역할을 수행 중이다.
어느덧 독도 근처에 다다르자, 선장님의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다들 쥐 죽은 듯 조용해지며, 방송에 귀 기울인다.
오늘 독도에 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던 이 한마디에 마치 한일 월드컵 전에서 역전골을 넣은 듯한 박수갈채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와 배 안을 가득 메운다. "와~~~!" 심장은 콩닥콩닥 두근거리며, 뭉클함이 밀려온다. 독도 경비대에 위문품 전달하실 분들은 전달하시고, 사진 찍을 시간을 충분히 드릴 테니, 위험하니 절대 서둘러서 내리지 말라는 친절한 당부의 말씀도 덧붙이다.
독도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감개무량하다. 독도를 상징할 만한 흔적과 "독도"라는 글자가 들어간 곳, 독도 경비대원과 모두들 줄을 지어 사진을 찍는다. 독도에 오면 없던 애국심도 마구 샘솟을 것 같은 정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