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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0. 2021

Just One 10 minutes, 울릉도 D+2

[울릉도 썸 둘째 날 1] 로맨틱 패기의 울릉도

[울릉도 여행 1편] 신비의 섬 울릉도

[울릉도 여행 2편] 설렘 가득, 울릉도 D+1일 


   새벽 비바람이 창문을 심하게 흔드는 소리에 잠에서 그만 깨어난다. 일기예보를 켜보니 분명 비 예보는 없는 맑음인데, 섬 날씨는 이래서 종잡을 수 없나 보다. 독도행 배편이 걱정되긴 하였으나, 이미 한차례 마음을 비워냈던 터라 오후에는 날씨가 좀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볍이 넘겼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학교에서 영양 선생님을 맡고 있는 뒤태부터 요리 만렙 주부의 포스마저 느껴지던 동생이 콩나물국 밥상으로 아침부터 감동을 선사했다. 늘 인스턴트 조리식, 라면 혹은 공복으로 맞이하던 여행지 아침을 햇반도 아닌 밥솥에 갓지어 고슬한 밥과 얼큰한 콩나물 해장국이 어우러진 손수 차려진 밥상이라니!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우리는 오후 독도 일정 전 오전 일정을 꽉 채우기 위해 숙소 가까운 곳을 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울릉도 '울'에 고릴라 '라'의 일명 카페 울라에서는 마치 제인이 타잔이 아닌 고릴라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비주얼의 고릴라와 같은 포즈로 한컷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로 옆은 건축상을 수상한 멋진 외관에 추산의 기를 받을 수 있다는 1박에 1천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코스모스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음'을 뜻하는 검은색 링과 '양'을 뜻하는 하얀색 링에서 음양의 조화를 이룰 사진도 찍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추산의 멋스러움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여럿 몰려오는 게 보여 번잡함을 피해 자리를 이동한다.

건축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선을 가진 코스모스 리조트


   다음 코스는 아침의 일용의 양식을 마련해 주신 기특한 동생이 가고 싶어 하던 천부 해중전망대이다. 국내 유일의 해중 전망대로 수중 6m에서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곳에서 울릉도 명물 투명 빛깔 오징어 떼도 코 앞 바로 가까이서 함께하는 바다 빛 풍경을 볼 수 있다.

희미한 하얀 물체가 바로 오징어 떼


  계속 바라보다 보면 파란 물빛깔에 동화되어 스머프가 될 것 만 같았던 신비한 바닷속 구경을 실컷 마친 우리는 렌터카 업체에서 알려주신 추천지 중 하나인 태하항이 마침 숙소 근처에 있어 지난밤 숙취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일행 한 명을 마저 싣고 독도행 배편을 타기 위해 지나면서 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지나가는 주민께 물었더니, 모노레일은 현재 운행 중단되었으나 그 옆길로 오르면 우리나라 10대 비경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사전에 미처 이런 정보를 접하지 못한 우리는 울릉 8경을 말씀하시는 건가 고개를 갸웃하며 알려주신 방향으로 향해본다. 사실 이런 한적한 풍경의 평범한 어촌 마을에서 우리나라 10대 비경이라니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나가는 길 울릉도에는 오징어가 무척 유명하다는 것을 이 동네가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귀여운 정경도 맛볼 수 있다.

대풍감 올라가는 길 만날 수 있는 귀여운 오징어 벽화. 나는 고추장이요!
오징어는 잡은지 하루가 지나면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 잡아들인 오징어를 말려 보관한다. 오징어가 많음은 천부해중전망대에서 그리고 지나가며 흔히 널린 오징어를 보면 알 수 있다

  과연 유명 관광지 입구가 맞는지 긴가민가 해 보이는 평범한 길로 들어서 60도에 가까운 경사길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고비가 크게 한번 찾아온다. 너무 힘들어 하산하는 관광객을 붙잡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더니, 늘 들어봄직한 대답, "여기서 10분만 더 가면 돼요. 평탄한 길이 나오면 좀 더 쉬워져요." 앞서 가던 동생은 저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이 훨씬 넘었을 법한 길을 제법 올라야 했다. 그러자 마침내 들었던 대로 좀 더 평탄한 그늘진 길이 나오고, 불어오는 바람에 산행이 한층 수월해진다. 고비의 힘든 시간을 인내하고 나면 찾아올 평탄하고 그늘진 시원한 산책로에 비로소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을 여유가 생긴다.

평탄해진 길
울릉도 사랑꾼 연리지 나무
길이 평탄해지고 그늘이 지자, 사진도 찍어 볼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마침내 땡볕 오르막길 산행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휴식 같은 그늘 평지를 모두 지날 무렵, 선물 같은 절경이 펼쳐진다.  중간에 멈춰서 돌아갔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대한민국 10대 비경, 대풍감 향목전망대. 가히 우리나라 Top 10에 들만한 아름다운 경관이다. 탁 트인 정상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땀 흘린 고생에 대한 자연의 선물과도 같았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힘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면 결코 비경의 절경은 맛보지 못한다. 누구나 힘든 그 시간을 견뎌내야 비로소 가치 있는 보답이 주어진다

발 밑이 훤히 내려다 보여 아찔한 풍경과 정상을 정복한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 마주한 풍경도 멋진 대풍감.


   절경을 맛보고 기분 좋게 내려가는 길,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관광객이 좀 전 우리가 물었던 것처럼 고비의 순간을 맞았는지 "얼마나 더 가면 돼요?"란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당연히,

조금만 더 가면 돼요.

   결코 조금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많이 남았다, 오르는 게 무척 힘들다란 팩폭 같은 답변에 혹여 오르던 발길을 멈추고 돌아가버린다면, 그 황홀한 비경을 맛볼 수 없을 안타까움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인생의 진리가 담긴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답변이었다. 무엇보다 그 절경을 맞이하고 나면 잠깐의 힘든 산행은 이미 새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갑자기 이효리의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힘든 10분의 시간만 견디면, 그 절경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려면 최소한 10분의 시간이란 노력은 필요하다. 그 짧은 시간을 인내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고생은 그저 수포로 돌아갈 뿐.

등산에서 힘이 들 땐, 이 10분의 진리를 기억하자. 10분만 더 가면 된다.


울릉도 2일 차, 울릉도는 이효리와 같은 10분의 패기를 담은 자신감 넘치는 매력으로 다른 곳으로 절대 한 눈 팔지 못하도록 우리들의 마음을 한번에 확 휘어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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