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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0. 2021

이 밤의 끝을 잡고, 울릉도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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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에서 돌아오는 배편에서 뿌듯함과 기쁨에 잠시 잊고 있던 어제와 오늘 연이은 장시간 배 여정의 몰려오는 피로감으로 다들 깊은 잠에 골아떨어진다. 한 숨 잠을 청하고 깨어나니, 이제는 곧 다가올 저녁 걱정이다. 다들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하나씩 얘기해 포장해서 숙소 근처 미리 봐 둔 방파제에서 마지막 저녁 만찬을 맞이하기로 했다. 하지만, 봐 둔 식당들이 대부분 8시 안에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어 7시 넘어 도착되는 배 시간에 여러 군데 음식점을 모두 돌려면 꽤나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문 닫는 시간과 미리 포장 요청을 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려 들지만, 모두들 폰이 먹통이다. 육지로 점점 다가가자, 메인 통신사도 아닌,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던 내 폰이 유일하게 터졌다. 그렇지만 새벽부터 나서서 하루 종일 충전하지 못했던 터라 바테리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급한 마음에 재빠르게 검색 후 독도 새우튀김, 명이 및 부지깽이 김밥, 오징어 찜 세 군데 가게로 차례로 전화를 모두 돌려, 확인 및 주문을 마친 요금까지 저렴한 기특한 나의 폰은 저녁 미션을 모두 해결하고 장렬히 전사했다.

  빠르게 음식들을 포장해 미리 점찍어 둔 스팟에서 가져온 돗자리를 펴고 아직 온기가 남은 음식들을 펼치니, 파도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예쁜 술병을 조명 삼아 분위기 있는 한 상이 펼쳐진다. 저 멀리 오늘 올라가 본 10대 비경에 있던 등대에서 쏘아 올린 듯한 불빛이 더 멀리 별빛마저 비춰준다. 아련한 불빛들이 깊어가는 울릉도에서 마지막 밤의 운치를 더해준다.

 리쌍, 스페이스에이, 제이, 빅뱅, 임창정...


    추억의 감성 돋는 음악 선곡에 갑자기 노래 제목 맞추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익숙한 멜로디의 제목을 알아맞히기 위해 집중한다. 한 잔 술로, 울릉도 밤 분위기로, 추억의 음악으로, 독도에서의 식지 않은 감흥으로 흥이 한껏 돋은 멤버들은 어깨춤은 기본이고 탈출과도 같은 흥겨운 춤사위를 손보이며, 추억의 노래들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방파제는 어둠과 파도소리, 우리들의 고성방가까지 모두 집어삼키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는 연인의 부드러운 토닥임처럼, 자기 싫어 칭얼대는 아가의 잠투정을 토닥토닥 손길로 잠재우려 애쓰는 엄마처럼, 부드러운 바람결에 칠흑의 어둠을 뚫다 온 몸이 부서지고 희석돼버려 희미해진 한 줄기 등대빛과 별빛의 고요함을 실어 우리들을 살랑 살랑 어루만진다.


떠나기 아쉬운 부드러운 품을 지닌 울릉도에서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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