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배가 꺼지면 같이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 같은 행복한 느낌이 계속되길 바란다면 큰 욕심이겠지만,그래도 이 여운이 계속해서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행의 다음 날, 납작 만두를 구워 먹고, 카페에서 테익 아웃한 레몬 파운드케이크로 입가심하며, 그렇게 이번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남아있는 잔잔한 여운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힐링되자, 비로소 머릿속에 뒤죽박죽 정리 안되고 있던 일들을 실행시켜보고픈 의지가 한차례 생겼다. 그동안 교통사고의 아픔으로 남아도는 시간에도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도 가지 않고 휴직 10여 개월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집에서만 허송세월을 보냈는데, 이제 집 밖을 벗어나 좀 더 움직여도 될 것 같다는 용기도 얻었다.
여행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몸이 고될 것 같고,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가뜩이나 가볍기만 하던 주머니도 탈탈 털어버리게 만들고, 낯선 곳에서 때론 방황도 고생도 하지만,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끼고, 맛보며, 새로움으로 일상을 채워내다 보면 단조롭고 반복되던 일상에서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념들을 어느새 모두 몰아내버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과 도전에 대한 용기와 에너지가 생기게 만든다.
어느 미술관 미켈란젤로 전시회에서 본 인상 깊었던 여행에 관한 문구,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나도 미처 몰랐던 나를 새로운 눈으로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이번 대구 경산 여행,
미스터리했던 이번 대구행의 정체는 종합해보자면 출장에서 시작해서 맛집 탐방을 거치다 효도관광과 같은 코스로 산책이 살짝 가미되었다가 본격적인 보양 음식으로 정점을 찍으며, 나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만들어 준 몸과 마음을 위한 진정한 보양 여행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번에 간다면 온천까지 코스에 넣어서 완벽한 보양 여행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또, 경산을 지나오던 길에 본 승마 카페도 한 번쯤 방문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대구는 날씨와 타이밍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 다시 한번 야시장 미션 도전을 위해 가보고 싶고, 경산은 좋았던 기억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경산은 개인적으로 연잎 못 > 반곡지 > 족욕 > 안포레 카페 > 호미 호시 카페 순으로 추천한다. 사실 시간이 된다면 다 둘러봐도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곳들이다.
지나가다 대구 막창 이란 간판을 보면 아직도 이번 대구행이 떠오른다. 당분간 대구 여행은 문득문득 스치듯 떠오르며 내 머릿속에 그리고 내 곁에 잔잔하게 머무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