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라이프 3
나는 전시회 가는 것을 좋아한다.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를 쉽게 읽을 수 있고, 막 출시되어 홍보를 목적으로 나온 제품들이 많아 트렌드를 앞서 읽을 수도 있어서이다.
한 번은 리빙 테마의 전시회를 찾았는데, 이전에도 비슷한 테마의 전시회를 몇 번 방문해 본 적이 있어 나는 자연히 주방용품이나 인테리어 제품을 상상하며 전시회장을 들어섰다. 막상 집에 돌아와 내가 담아온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나열하다 보니, 95%가 각각 다른 브랜드의 '제로 웨이스트' 콘셉트의 제품이었다.
나의 관심사가 높은 탓에 자연스레 천연 제품만을 담아온 것일 수도 있으나, 요즘처럼 환경오염과 호흡기 질병이 만연한 시기에 밖에서 지친 심신을 집안에서 달래줄 천연과 친환경 리빙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 트렌드로 유독 눈에 띄게 친환경 제품들이 늘어난 탓도 있으리라.
전시회장에서 만난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1. 고체 비누: 고체 비누의 경우, 만든 원료도 친환경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플라스틱 용기가 없다는 점에서 제로 웨이스트다. 바디와 세안 비누는 이미 비누로 사용 중이거나 사용해본 적이 있었으나, 샴푸, 린스, 주방세제, 과탄산소다 비누는 처음 보는 터라 무척 신기했다.
1) 코코넛 100% 디쉬바: 주방세제 비누로, 순 비누화 공법으로 만들었고 자연생성 천연 글리세린 농축으로 보습력이 높아 안전하고 순해 맨손 설거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환경 호르몬과 물오염을 발생시키지 않아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한다. 구성성분으로 코코넛 오일, 사해 mineral water, 레몬수, 토코페릴아세테이트, 레몬 오일. 친환경 세제라면 거품이 잘 안 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거품도 잘 나고 물로 잘 씻겼으며 잔류감도 적었다. 과일 세척도 가능하다고 한다. 해당 제품보다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제품들 중 훨씬 더 저렴한 것들이 많은데, 후기들을 읽어보니 내 경험담과 비슷했고, 하나 뜯으면 생각보다 제법 오래 쓴다고 하니, 가격과 성분을 따져 맘에 드는 제품을 선택해 구입해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런 제품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란 생각이 드는 강추 아이템! 다 쓰고 나면 다음번에는 좀 더 저렴한 제품으로 여러 개 인터넷 주문하여 가족들한테도 모두 나눠줄 예정이다.
2) 고체 세안 비누: 사람마다 피부 타입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난 피부 타입이 예민한 편이라 특별히 좋은 느낌은 느끼지 못하였는데, 같이 간 동생의 경우 사용해보니 괜찮았다고 얘기한다. 내 피부 타입에 맞을 다른 브랜드의 비누 세안제도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3) 고체 샴푸 & 린스 비누: 두피 타입별로 여러 종류가 있어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일단 지성용 샴푸 비누를 샀다. 린스 비누는 처음 봐서 신기했지만, 우선 샴푸바를 사보고 괜찮으면 한번 린스 바도 사보리라 생각했다. 지성 타입의 샴푸바는 샛노란 색깔만큼이나 레몬 향이 기분 좋게 풍겼고 의외로 거품도 꽤 잘났다. 제일 우려했던 부분인 감고 난 후 뻑뻑한 느낌도 없었다. 샴푸를 쓰면 모발이 많이 빠지는 편인데, 비누는 그래도 좀 덜 빠지는 느낌이다. 노푸도 도전해 보았는데, 확실히 머리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남은 플라스틱 용기 샴푸는 목욕탕에 들고 가는 용도로 바꾸고, 집에서는 샴푸바로 바꿔 사용해볼 예정이다.
4) 과탄산소다 비누: 제주산 허브 추출물이고 100% 식물성이라 유아용 의류도 세탁 가능하다. 면생리대 세탁용으로 구입함.
2. 천연 수세미: 3 등분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유효기간이 몇 달로 짧아 사용 횟수를 늘리려는 욕심에 알려준 3등분보다 더 잘게 잘랐더니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설거지하는데 약간 힘들었다. 천연 비누와 함께 사용해 보았는데, 크기만 제외한다면 일반 수세미와 사용감은 다를 바가 없었고, 수세미 털이 빠져 그릇에 묻더라도 미세 플라스틱 수세미와 달리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으며, 몸에 좋지 않은 락스로 매번 인공 수세미를 소독하기보단 몇 달 쓰고 버려도 자연에 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용 후 사진처럼 집게로 걸어두어 말리면 좀 더 오래 사용 가능할 것 같다. 유효기간이 좀 더 길다고 하는 삼베 수세미도 도전 예정이다.
3. 루파 스크럽 타월: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비결이라는 특급호텔 어메너티라는 루파 스크럽 타월은 이집트에서 만들어졌다. 유효기간은 몇 달밖에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역시나 자연에서 추출한 제품이라 쓰레기조차도 친환경적인 기분이다. 때수건보다 부드럽지만, 각질 제거가 되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다. 사용 후 물기를 잘 빼서 건조해야 좀 더 오래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다음에는 유효기간이 좀 더 긴 삼베 목욕 타월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4. 대나무 칫솔: 아무래도 입에 넣어야 하는 칫솔인데 환경 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대나무라 안심이 된다. 곰팡이 번식도 플라스틱 소재보다 낮다고 하는데, 2개월 짧은 유효기간은 아쉽지만, 자연 성품이라 교체주기가 다가오면 눈으로 보인다고 해서 오히려 깨끗한 양치질 라이프가 가능할 것 같다.
5. 고체 치약: 입에 꽉 깨물고 물을 머금으면 가글이 되고, 칫솔질하면 치약이 되는 고체 치약. 크기가 작아 여행용으로 휴대하기 좋아 보이고, 리필용으로 치약 같은 플라스틱 통이 없어 나름 제로 웨이스트. 다만 요즈음 같은 습한 장마철에 보관을 잘해야 할 것 같다.
6. 순면 화장솜: 빨아서 쓰는 화장솜. 빨아줘야 하는 것이 좀 귀찮다. 여쭤보니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은 수명은 좀 빨리 닿을 순 있겠지만 가능하다고는 한다.
7. 대나무 키친타월과 화장지: 먼지 없는 대나무 키친타월과 두루마기 화장지이다. 화학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 90일이면 토양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된다고 하니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것 같은 화장지와 키친타월. 감촉은 일반 휴지와 비슷하다. 먼지가 없다니 안심하고 그릇을 닦을 수 있을 듯하다.
8. 소프넛: 전시회에서 약속 시간 때문에 허둥지둥 살펴보느라 미처 보지 못하고 가져온 팸플릿을 집에서 읽어보다 결국 전시회장을 다시 방문하도록 만든 아이템. 히말라야에서 재배되며 사포닌류 천연 계면 성분이 풍부하며, 다 쓴 뒤 화분 비료로 사용 가능하다는 소프넛.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대신 세탁기에 넣고 돌린 후 말린 후 4번 정도 다시 쓸 수 있다고 한다. 너트류가 세제가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신기했고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올인원이라 간편할 것 같다.
9. 여성 속옷 세제: 면생리대 세탁용으로 사용 예정. 콩을 주원료로 한 순식물성 세제로 생리혈, 오염물질 세척에 탁월하며 항균 소취 기능이 있다고 한다. 핑크로즈향.
10. 세탁세제: 용기를 가져오면 용기에다가 천연 세탁세제를 담아주는 리필 세제 이벤트 중이었는데, 실제 용기를 가져온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며 엄청 나를 반겨주셨다. 리필용기를 가져오지 않은 이용객을 위한 용기도 따로 팔고 있어서 용기를 팔면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이득일 텐데, 리필용기를 가져온 나를 오히려 반가워하는 걸 보면 참으로 환경을 아끼는 분들이 이런 제품을 파는구나 생각했다. 친환경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g당 가격으로 구매했다. 향은 일반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에서 많이 느껴봤던 향이고, 쿠션을 빨아서 잘 때 껴안고 잤더니 은은하게 기분 좋은 향이 풍겨서 이불 빨래도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11. 면생리대: 전시회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나는 이미 사용하고 있던 제품이 있어 구매는 하지 않았다. 사용후기를 적어보자면, 생리양이 늘어나거나 생리통이 준다는 사람들도 있으나 나는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생리 때마다 기분 나쁜 냄새는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고,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에 경제적인 편이다. 세탁은 좀 번거롭긴 한데, 찬물에 담가 두어 핏물을 뺀 후 세탁비누 혹은 과탄산소다 가루를 뿌려 물에 담가 놓았다가 세탁기로 돌려준다. 그리고 한번 삶아 말리면 된다. 삶는 게 귀찮아서 아기전용 삶기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구매해 한번에 세탁을 끝내기도 한다. 막상 쓰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한 달에 한 번뿐인 세탁과정이 많이 번거롭지 않았고, 경제적이며, 유해성분이나 벌레 걱정도 없어 만족하고 있다. 나 같은 귀차니즘 옹호론자도 큰 번거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 중이므로 여성이라면 한번 도전해보길!
기존에도 나는 건강 치료를 목적으로 아로마 오일 제품을 생활 전반에서 쓰고 있는데,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이라 먹어도 될 정도로 인체에 무해함은 물론 버려져도 자연친화적이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다. 나의 이런 친환경 라이프의 시작은 여성들의 몸에서 끄집어낸 암 덩어리나 혹은 자궁에서 향수, 샴푸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부터였다. 바디제품뿐 아니라 인공의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향수, 세제 등을 많이 접하다 보니 여성들의 몸은 특히 유해화학물질에 특히 더 많이 노출되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암세포 향기 얘기를 들은 후 향수는 이미 오래전 끊었고, 몸에 바르는 것은 경피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천연 제품을 고집해왔다. 주방세제도 잔여분이 의외로 그릇에 많이 남아 있는다고 하고, 세탁용 세제 역시 피부에 직접 닿는 옷에 사용되는 거라 간접적으로 접촉되는 것들도 아로마 제품 계열로 모두 바꿨다.
물론 가격 대는 좀 더 비싸긴 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 곧 환경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암 치료비로 나갈 비용에 대한 사전적 방어 수단이란 스스로 합리성을 찾으며 자연주의를 만끽하는 중이다.
전시회에서 만난 제품들도 아로마 제품에 못지않게 나를 위한 건강한 천연 제품이기도 하지만, 지구에도 건강함을 가져다줄 제로 웨이스트 제품이다.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내 몸에 밀착한 옷처럼 입고 한번 생활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래는 덤으로 생활에서 손쉽게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할 수 있는 소소한 팁이다.
[그 밖의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생활 속 작은 팁]
1. 장 볼 때 에코백은 필수, 깜박했다면 쓰레기봉투를 한 장 사서 장 본 물건을 담아오세요.
2. 청소할 때는 베이킹 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으로.
3. 탈모에 좋다는 노푸도 대세, 린스 대신 식초 한 방울로 마무리.
4. 파테크는 기본, 텃밭에서 여러 채소를 키우면 냉장고 자리도 줄이고, 필요한 만큼만 싱싱하게 따서 쓸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 걱정도 줄어요.
5. 반찬 가게 갈 때 주시는 용량 보돠 약간 큰 듯한 용기를 들고 가면 정으로 넉넉하게 채워주시기도 해요.
6. 쓸만한 물건은 중고나라와 당근 마켓에서 사고팔기. 돈도 절약하고, 재활용도 되니깐요.
7. 업사이클링: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8. 귤껍질, 사과껍질은 말려서 차를 만들거나 비료로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