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 잔의 커피

에픽하이로 문학하기 «Coffee»(Feat. 성아)

by 권기선


에픽하이 스페셜 앨범 «Epilogue»(2010.03.09.)중에서 ‹Coffee (Feat. 성아(바닐라어쿠스틱))›*.

(*작사: 미쓰라진, 타블로 / 작곡: 타블로)

https://youtu.be/0_SHgjueB_4?si=6hPBjVZd8i4J71Ng


벌써 다섯 잔의 커피, 특히 가고픈 곳 없이

그저 바쁜 듯이 걷지 한 없이

벌써 지갑을 비웠지, 특히 사고픈 것 없이

그저 바쁜 듯이 한없이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한잔의 여운도 놓치지 말아요

You and Me, Me and My Coffee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한잔의 기억도 비우지 말아요

You and Me, Me and My Coffee


따스한 입술이 그리워 한잔 술은 몸이 힘들어 두 잔

허전한 손에 온기를 위해서 차가운 손에 세잔

일상 습관이 된 커피 시간 속으로 되걷기

긴 밤 헤매는 기억이 아플까 한잔 더 채웠지

벌써 다섯 잔의 커피 기억 속에 밤새 걷지

검은 향기 속에 memory 굳은 혀에만 닿고 맘엔 없지

버릇이 된 커피를 담은 컵은

이젠 사진첩처럼 펼치는 기억의 서랍이 돼 낙엽처럼 떠다니네 


벌써 다섯 잔의 커피 특히 가고픈 곳 없이

그저 바쁜 듯이 한없이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한잔의 여운도 놓치지 말아요

You and Me, Me and My Coffee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한잔의 기억도 비우지 말아요

You and Me, Me and My Coffee


쉽게 잘 비워 미련도 없이 잔 치워

사람과 사랑 만남과 상관 다르게 참 쉬워

난 그래서 널 끊지 못해 손에 잔을 놓지 못해

향은 이미 머릿속에 이젠 혀 끝이 독해 

때마다 맛있는 Black 한 장과 늘 같은 책

생각 없이 넘기는 한 장 한 장 눈감은 책

시간을 때워 나를 버린 나 매일마다 마시던 커피가

어제의 달콤함이 그리워 오늘따라 쓰디써


벌써 지갑을 비웠지 특히 사고픈 것 없이

그저 바쁜 듯이 한없이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Me and My Coffee, Me and My Coffee, Me and My Coffee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Me and My Coffee, Me and My Coffee, Me and My Coffee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울지 마요)

우리 잠들기는 일러요 잠시만 더 기다려봐요 (부디 울지 마요)


에픽하이의 노래 ‹Coffee› 가사


도시에서 사람들이 결국은 어떻게 사라지고 마는지, 어찌하여 지척에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되는지 점점 더 알기 쉬워졌다. 상실감 때문이든, 끈질긴 슬픔과 부끄러움에 짓눌렸기 때문이든,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더 물러나버린다.

영국의 비평가인 올리비아 랭이 쓴 책 "외로운 도시: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읽다 보면, 서울에서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과 고향이 아닌 곳에서 나를 살아내는 생활, 문학과 예술을 계속해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술가들의 궤적을 훑으며 외롭다는 것과 고독한 내면을 좇을 수밖에 없는 내면을 살펴보기에 좋은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그럼에도 다정함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외로운 예술가들과 예술가들의 고독함을 발견하면서도 그들의 궤적 자체와 올리비아 랭의 문장 자체에서 다정한 것에 대한 체취가 묻어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도 싶었다.


일하는 중간중간 어떤 위기는 찾아온다. 경제적인 생활을 위해 규칙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일하면서도, 유독 맑은 하늘을 볼 때나 유독 흐린 하늘 아래를 걸을 때, 어떤 날은 지나가는 사람들 속의 내가 낯설어서 어떤 날은 어두워진 밤공기와 걷는 내 기분이 낮아져서. 문학 속으로 투신하고 싶도록 만드는 위기가 찾아온다.


종일 책을 읽고 싶은 날과 종일 글을 쓰고 싶은 날 사이를 오고 간다. 종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래서 나는 아직 훈련 중이라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는 일도 내가 잘 해내고 싶은 일이자 내가 만족감을 얻고 있는 일이기에. 충분히 성취해내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이기에.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중심의 마음이 존재한다.


둘 사이를 맞추는 일은 싱거운 표현이지만 줄타기를 시도하기 위해 줄 위에 올라가는 나로 느껴진다. 그래서였을까. 아버지는 내게 자주 말씀하셨었다. 하나만 하라고.


잠들었어도 깨어 자주 뒤척이곤 한다. 생각이 많아질 때, 고독한 마음은 깊어진다. 그러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다. 생각나는 문장들을 메모할 때도 있고 메모하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메모는 마음을 더 외롭게 하고 어떤 메모는 결국 시가 되거나 마음을 스스로 안아주는 고백에 되어버릴 때가 있다.


어떤 마음은 결국 내가 먼저 겁을 내어 책임지지 못하고 포기한 순간이 있었다. 다시 또 용기 내지 못한 마음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 날은 종일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은 기분이었다.


움츠러드는 마음에는 분명, 몸속 세포들이 떨리는 느낌이 있었다. 나아지는 내가 있었는데, 결국 한 발자국 앞으로도 못 간 나를 동시에 탓하기도 하면서 움츠러들었다. 어둠이 좋아지는 순간은 움츠러든 나를 더 움츠러들게 하면서 숨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사이에서 회의감이 들 때. 마음 주기를 내려놓고 싶다가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내가 있었다. 말을 많이 하고 돌아온 날에는 한동안 책을 읽고 싶었고 한동안 이불속에 갇혀 있고 싶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고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고 다시 한숨을 쉬고 커피를 마시는 내가 있었고 아침이 되면 다시 일어나 다른 기분으로 움직이는 내가 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고백했다. 내가 문장을 잃고 있는 것인지, 사람을 잃고 있는 것인지.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읽던 책에도 심심해질 때. 의미 없이 책을 읽을 때도. 그냥 모든 것이 생각났다. 신경 쓴다는 말을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마음 쓴다, 마음 쓰인다 라는 표현으로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카페가 많은 거리. 켜진 조명들의 온도에 빠져 카페 안으로 시선을 옮기면서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에 외로워하는 것인지 사람에 외로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내가. 세상에 녹아들고 있는 것인지 세상을 멀리 보고 싶은 것인지 모를 내가.


책을 읽으면서 문장을 이렇게 바꿔 읽고 싶었다.

여기에서 나는 어떻게 사라지는지. 어떻게 보이지 않게 되는지 점점 더 알기 쉬워졌다. 상실감 때문이든, 끈질긴 슬픔과 부끄러움에 짓눌렸기 때문이든, 나는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더 물러나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고 점점 더 스스로를 아프게 감각할 것을 안다. 끊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책임은 무거워진다. 되풀이하는 마음과 다짐이 고집처럼 새겨질까 겁나기도 한다. 마음이 먼저 취한다. 그저 바쁜 것처럼. 사는 것도 같다, 한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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